[이기명 칼럼] 아는가, 국민이 하늘이다.
[이기명 칼럼] 아는가, 국민이 하늘이다.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1.03.0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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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모셔라.

혹시 경험한 분들이 계신가. 택시를 탔는데 좀 지나자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기사님의 시선은 정면을 주시하지 않고 계속해서 좌우를 오간다. 괜히 경적도 울린다.

일정한 속도가 아니고 빠르다가 늦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놨다 질서가 없다. 게다가 전화가 오자 낄낄대며 통화다.

불안이 점점 심해진다. 내가 소심해서 그런가. 더 견디기가 힘들다. 할 수 없다. 내려달라고 했다. 가자는 목적지가 아닌데 내려달라고 하니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그냥 내려달라고 했다. 기사님은 이상한 듯이 날 쳐다본다. 내려서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은 왕이다.

ⓒ팩트TV 갈무리
ⓒ팩트TV 갈무리

많이 듣는 소리다. 말을 한 번 바꿔보자. ‘국민은 왕이다.’ 더 바꿔보자. ‘국민은 하늘이다.’ 어디선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웃는 소린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바로 가슴속에서 울리는 소리다. 이게 무슨 소리냐. 그럼 국민이 하늘이 아니란 말이냐. 대답이 없다. 누가 대답을 안 하는가.

국민은 하늘이다. 하늘이 노하실 것 같다. “이놈들. 하늘 팔지 말라.” 드릴 말씀이 말이 없다.

요 며칠 사이 언론을 수놓은 가장 많은 이름 신현수와 박범계. 그들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이다. 왜 이들이 언론광장에서 재미도 없는 춤을 추며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었는가.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대통령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원래 대통령은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싫은 소리 잘 안 한다.

대통령이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잔소리를 해야 한다면 대통령 할 사람 하나도 없다. 밑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 참모들은 뭘 하고 있는가. 할 말이 있는가.

국민은 속이 끓는다. 끓은들 뭐하랴. 좋다. 선거 때 보자. 도끼날 벼르듯 하지만 선거 끝나면 끝. 그래서 정치는 개미 쳇바퀴 돌듯 오물통 속을 헤맨다.

‘저거 잘라버리지 못하나? 많이 듣는 소리다. 누구를 잘라버리라는 소린가.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알면 뭘 하나. 딩가딩가 휴가 잘 다녀오고 기자들에게 ‘다시는 박범계 안 만난다.’ 등등(언론보도) 큰 소리 땅땅 친다.

그러더니 이제 거취는 대통령에게 맡긴다고 했단다. 대통령이 수석들 뒷처리하는 사람인가. 대통령 팔자 기구하다.

■불신은 끝도 한도

ⓒ광주인 자료사진
ⓒ광주인 자료사진

서글픈 얘기다. 약사를 믿지 못하면 약국에서 감기약 하나 못 사 먹을 것이다. 식당 주인 못 믿으면 굶어야 한다. 마누라 못 믿으면 어떻게 사는가. 신뢰는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요즘 약속의 풍년이다. 크고 작은 정치인들이 저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쏟아내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약속도 보통 약속이 아니라 잘 살게 해 준다는‘행복열차 탑승권’ 선물이다.

어떤가. 선물을 받아서 행복하신가. 웃지 마시라. 웃는 의미를 안다. 하도 공수표를 많이 받아서 믿는 사람이 바보 취급 받는다.

사실 그들이 약속한 행복의 절반이라도 이행된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일 것이다. 그런가.

이제 정치인들의 말은 믿지 못할 것이 됐다.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뢰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누구 탓을 하는가. 도둑을 맞았는데 맞은 사람도 절반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환장할 책임론이 있다. 무슨 얘기냐.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하면 다시는 정치판에 얼씬도 못하게 해야 하는데 국민들이 번번이 배지를 달아주니 국민 알기를 개떡으로 아는 것이다. 그러니까 도둑맞은 사람도 절반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발길에 채이는 정치인.

너무 심하지 않냐고 항의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더 심한 말을 하는 분도 있다. 하루살이 같은 정치인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닷속 깊은 곳에 진주도 있다. 그 많은 정치인 중 왜 좋은 분이 없겠는가. 그러나 아직은 미완의 보석이다. 갈고 닦아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한다.

ⓒ광주인 자료사진
ⓒ광주인 자료사진

국민이 가장 아쉬워하는 정치인이 신뢰의 정치인이다. 세상에 똑똑한 인간들이야 얼마나 많은가. 법관들과 기자들 하나하나 뜯어보면 기막히게 똑똑하다. ‘똑똑’과 ‘현명’은 동의어인가.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아니다.

똑똑하면서도 못된 인간은 바보보다 더 유해하다. 바보는 하루 세끼 밥만 주면 못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못된 똑똑이는 만족을 못한다.

문제는 거기 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닐지 모르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 몇몇 전직 권력자들이 저지른 비리는 똑똑하지 못하면 절대로 저지를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분수를 망각하고 오르면 안 될 나무에 오른 똑똑새들이 스스로 파멸의 길로 빠져들어 간 정해진 코스다. 퇴직 검찰이 그렇다. 불행을 자초한 대통령도 있다.

선거 때 국민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약속한 공약들이 당선 후에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가. 국민들은 너무나 많이 겪었고 결국 그것이 정치 불신의 나락으로 추락한다. 그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기쁨은 여러 가지다. 그 중 존경받는 기쁨은 어느 것과도 비교가 안 된다. 더구나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칭송받는 정치인의 기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그들이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었다면, 국민들도 그들을 하늘처럼 받들 것이다.

여야 정치인들. 특히 지도급 지도자들. 거짓말 하지 마라. 국민이 모를 줄 알아도 모두 알고 있다. 향기는 보이지는 않아도 인간을 기쁘게 한다. 정치인들의 본색이 하나둘씩 들어나기 시작한다. 얼마나 비참한 줄 아는가.

국민을 하늘처럼 알겠다던 자신들의 약속이 자신들에게 가장 추악한 이름으로 돌아올 때 그때는 목숨을 끊어도 소용이 없다. 국민은 하늘이다. 하늘처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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