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에 영면
5.18회원, 시민사회 200여명, 고인의 마지막 길 추모
"부끄럽지 않는 5.18이 되도록 가슴 깊이 새기겠다"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가두방송으로 계엄군의 만행을 폭로하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던 전옥주(본명 전춘심)여사가 19일 오후 5.18동지들 곁에 영원히 잠들었다. 

고인의 운구는 이날 오전 경기도 시흥장례식장에서 발인한 후 광주영락공원에서 화장을 마치고 오후1시 50분 국립5.18민주묘지 제2묘역에서 5.18동지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200여명이  하관식을 엄수하고 고인을 떠나 보냈다.

지난 16일 타계한 '5.18가두방송' 전옥주 여사의 하관식이 19일 오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유가족과 5.18단체,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엄수된 가운데 고인의 영정이 제2묘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인
지난 16일 타계한 '5.18가두방송' 전옥주 여사의 하관식이 19일 오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유가족과 5.18단체,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엄수된 가운데 고인의 영정이 제2묘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인

고인은 1949년 전남 보성군 율어면에서 태어나 5.18항쟁에 참여하여 1980년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가두방송을 통해 항쟁의 불꽃을 피워냈다.

 그러나 22일  당시 계엄군 보안부대에 붙잡혀 여성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모진 고문을 받아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1년 동안 투옥생활을 했다.

이후 고인은 5.18의 멍에을 짊어지고 모질었던 개인의 삶 속에서도 5.18진상규명투쟁 등에 힘써 왔으며, 특히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며 세월호 진실규명과 5.18정신 알리기에 앞장서왔다. 

고인의 삶은 극단 <토박이>가 1993년 연극 '모란꽃'의 여주인공 모델로 무대에 올리면서 계엄군의 가혹한 고문 후유증 때문에 심리적 질환을 겪고 있는 5.18 여성의 실제적인 모습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고인은 계엄군의 야만적인 폭행과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해오다가 지난 16일 향년 72세를 일기로 이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5.18묘지에서 엄수된 고인의 하관식에는 이른 봄볕이 비춘 가운데 5.18단체 회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그리고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따뜻하게 배웅했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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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장례와 하관식은 생전 고인의 유지와 유가족의 뜻을 받들어 광주분향소 설치, 노제 등을 생략하고 간략하게 진행됐으며, 고인이 생전 소속했던 5.18부상자회의 추모사와 참가자 추모 묵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헌화 순으로 소담하게 치러졌다

고인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이지윤 5.18부상자회 전 사무총장은 추모사에서 "평범했던 전옥주 언니는 무자비한 계엄군의 만행 앞에서 더 정의롭고 더 위대했다"며 "그로 인해 겪어야했던 온갖 모진 고문은 평생을 후유증과 싸우는 지난한 세월이었다. 우리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픔의 세월이었다"고 고인의 삶을 회고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언니가 강조하셨던 오월정신! 후세대가 존경하고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 5월 동지들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는 오월정신이 되도록 잊지 않고 가슴 깊이 되새기겠다"고 다짐했다. 

고인은 살아 생전 5.18여성으로서 모질게 겪었야 했던 고통과 아픔을 끝내 치유 받지 못한 채 먼저 간 5.18동지들 곁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아래는 5.18부상자회 추모사 [전문]

 

전옥주 회원님

이 무슨 청천벽력의 비보란 말입니까?

이렇게 황망하게 보내 드려야만 한단 말입니까?

사랑하는 가족들, 목숨을 함께 걸었던 동지들을 두고 이렇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우리의 손으로 직접 보내드려야만 한답니까?

80년 5․18민중항쟁 40년의 세월이 넘었다지만 그 한 많은 세월

참으로 길었을 것입니다.

꽃처럼 아름답고 젊은 날,

평범했던 전옥주 회원님은 무자비한 계엄군의 만행 앞에서

더 정의롭고 더 위대하셨습니다.

그로 인해 겪어야했던 온갖 모진 고문은 평생을 후유증과 싸우는

지난한 세월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픔의 세월이었을 것입니다.

본래 죽음이란 순서도 없고 기한도 없다지만 5월의 동지들은 오늘 이 자리가 한 없이 서글프고 먹먹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전옥주 회원님

건강이 허락하는 한 5․18을 왜곡하는 규탄집회든, 국회농성장이든,

마다하지 찾아 다니셨던 모습 기억합니다.

“오월정신 우리 오월정신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안간힘을 다해 외쳤던 그 음성 아직도 귀에 생생하기만 합니다.

오월정신!

회원님이 강조하셨던 오월정신!

후세대가 존경하고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 5월 동지들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는 오월정신이 되도록

꼭~ 잊지 않고 가슴 깊이 되새기겠습니다.

이제 먼저가신 동지들 곁에서, 고문후유증 없는 그곳에서,

이생에서 겪은 가슴시린 기억일랑 모두 훌훌 털어버리시고

가족들과 행복했던 좋은 기억만 가지고

그곳에서 평안히 영면하소서~

여기 계신 유가족 여러분

바라건대 전옥주 회원님의 유훈을 잘 받들어 더욱 화목하고 행복한 삶으로 고인의 유지를 잘 이어주실 것을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전옥주 회원님! 5․18동지님!

자연의 법도가 무정함에,

우리는 이대로 먼저 가신 영령들 곁으로 보내드립니다.

남은 일들일랑, 산사람들에게 맡기시고 평안히 영면하소서.

백기완 선생님께서 지으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자장가 삼아

선생님과 함께 두 손 꼭 잡고

가시는 먼 길이 외롭지 않도록,

춥지 않도록,

서글프지 않도록 마음속으로 불러드립니다.

동지여 고이고이 잠드소서

평안히 영면하소서!

2021. 2. 19.

(사)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전 사무총장 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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