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징역감’은 아니었지만,
공소시효가 열 번도 더 지났으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중외마을에 사는 박oo라는 친구는
자주 비과를 사 먹었다.
나에게도 가끔 하나씩 주었다.

어느 날 알고 보니,
돼지를 판,
돈뭉치가 있는 자기 아버지 호주머니에서
만환 짜리 한 장을 살짝 빼낸 것이었다.

ⓒ다음 카페 갈무리
ⓒ다음 카페 갈무리

나는 할아버지에게 겁도 없이,
“우리 집 돼지는 언제 파느냐?”고 물었다.
“새끼를 몇 번 낳고 판다.”고 하신다.
‘돼지 판 돈, 빼내기 작전’은 이미 틀려버렸다.
‘계란 빼내기 작전’으로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탉 다섯 마리가 돌아가면서
하루에 두세 개씩 알을 낳았다.
이틀에 한 개정도 빼내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점빵 할머니한테 달걀 한 개를 주면,
비과 5개를 주었다.
얻어먹은 빚을 갚으니 체면이 살아났다.
다른 친구들도 한 개씩 주었다.
베풀고(?) 살고, 인간답게(?) 산다고 생각을 하니,
시험 점수 100점 맞은 것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여태껏, 오랜 세월을
할아버지는 벼 집에 달걀을 10개씩 묶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보름 정도나 지났을까?
보통 50개, 5줄을 넘게 팔았는데,
5줄이 안 된다는 것이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더니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내 인생은 ‘보름 천하’로 끝났다.
계속해서 작전을 펼친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모르셨을까?
동내에는 벌써 소문이 자자했다.
“선호가 요즘 씀씀이가 푸지고,
‘기마이’가 좋다.”고 . . .

정 권사(아내)가 “천당 가기는 틀렸다.”고 한다.
나를 도둑으로 보는 말이다.
나는 “천당 간다.”라고 했다.
“전두환이도 빌면 천당 갈 수 있다.”라면서,
“우리 집 계란 몇 개 빼내서 인심 좀 썼는데,
왜 천당 못가냐?”라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자랑스럽지 못한 추억을 그리며,
빙긋이 웃어본다.
정권사와 천당과 지옥 다툼으로
목소리를 높여가며 삿대질도 했지만,
철부지 시절의 추억이라 재미있었다.

위의 글을 페이스북에 던져놨더니,
페친들이 난리다.

두부 공장 둘째 딸도,
두부판 돈 훔쳐다가 외할머니 줬단다.
자기 밭에서 가지 따다가
친구들 나눠줬다는 고백(?)도 있다.
“남의 밭에서 서리했던 저는 어찌합니까?”
라는 진짜 고백(?)도 있다.
윤석렬 검찰총장 불러서,
“당장 하옥 시켜라.”라는 댓글로 겁박했다.

정00 목사님 댓글에 더 기분이 좋다.
“강도도 천국 가는데, 내가 왜 못가냐.”라고
“악쓰며 행하는 자는
모두 천국에 갈 수 있다.”라고 하셨다.
오늘 정말 기분 짱이다.
나는 천당 간다.

김선호 전 교장.
김선호 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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