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많이 쓰다 보니 적절한 비유 찾기에 궁해졌다. 그래서 인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 이해 부탁드린다.

벌써 몇십 년 전 얘기다. 가짜 양주가 판을 칠 때였다. 방송국에 높은 분과 술을 마시러 갔는데 양주가 나왔다. 그 집 단골인 높은 분이 지배인에게 농담 한마디.

‘이 술 가짜지?’
잠시 머뭇거리던 지배인의 말씀
‘네 조금은 가짜일 겁니다.’ 웃었다.

비극적인 가짜(거짓말)의 백미는 정부의 소유다. 1950년 6월 25일, 바로 6·25 전쟁이 터졌다. 모두들 피난을 준비했다. 그때 희대의 거짓말이 탄생한다.

“국군은 서울을 사수한다. 이미 괴뢰군을 격퇴했고 국민은 아무 걱정 말고 생업에 힘쓰라”

ⓒ국민의힘 누리집 갈무리
ⓒ국민의힘 누리집 갈무리

한 마디로 피난 가지 말라는 얘기다. 싸 놨던 피난 보따리를 모두 풀었다. 그다음을 계속해야 되는가. 인민군은 단숨에 국방군을 무찌르고 서울에 입성했고 서울시민은 피난 가고 싶어도 정부가 한강철교를 끊어 강을 건널 수 없었다. 꼼짝없이 갇혔다. 꼼짝 말고 죽으라는 얘기다. 결국 서울 시민은 죽었다.

서울시민이 덜덜 떨고 있을 때 대통령 이승만과 고위관리들은 대전으로 피난 가서 국민 안전을 보장한다는 가짜 방송을 한 것이다. 피난을 가지 못한 서울시민은 9·28 수복 후 ‘비도강파(非渡江派)’로 낙인찍혔다.

본의 아니게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선량한 시민들은 빨갱이가 됐고 개인감정으로 저놈 빨갱이라고 지목만 해도 거리에서 즉결처분 총살당했다.

내가 목격했다. 그렇게 죄 없이 죽은 시민들이 얼마인가. 이래서 국민은 서로 원수가 됐다. 이승만이 국부인가. 별 빌어먹을 국부도 다 있다는 생각이다.

■가짜는 독약이다

정부나 정치지도자의 말을 믿지 않는 원인제공자의 효시가 이승만이 아닐까. 그런데 이승만을 ‘고마우신 이 대통령 우리 대통령’ 하며 노래를 부르며 찬양했다. 결국 거짓말쟁이를 찬양하라는 얘기다.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집에서도 자식들은 아버지를 보면서 자란다. 내 친구는 술에 취해서 어린 자식과 했던 약속일지언정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킨다. 이게 바로 교육이다. 난 어떤가. 할 말이 없다.

뉴스가 흘러넘친다. 그중에 많은 부분이 정치 뉴스고 유명 정치인들의 발언이 주를 이룬다. 국민들은 그 뉴스 속에서 정치지도자들의 약속을 듣는다. 이 약속을 국민들은 얼마나 믿고 있을까.

먼저 물을 것이 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약속을 알기나 하며 얼마나 지키는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발언이 얼마나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가짜가 얼마나 되는지 고백할 용기가 있는가.

북한에 원전을 만들어 주겠다고 정부가 약속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이 가짜란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원전 건설은 박근혜의 한국당 정부에서 검토했던 것이란다.

가짜뉴스 이제 지겹다. 정치인의 말은 자신이 죽었다는 부고장을 받아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국민은 지금 가짜라는 독약을 날마다 먹고 산다. 독약을 먹이는 것이 바로 정치인이다. 국민들은 바로 자신들의 처자식도 해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낙연 대표의 자성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과연 어느 정도로 완벽한가. 완전무결은 세상에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고 그게 인간의 자세여야 한다.

사람마다 꿈은 있지만 모두 다르다. 어제 이발을 했다. 머리 감겨주던 직원의 꿈은 미용사가 되고 미용실 주인이 되는 것이란다. 나의 꿈은 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전쟁으로 꿈은 무산됐다. 이제 대단치 않은 작가로서 그나마 꿈은 이루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남은 것이 있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신을 알면 잘못도 고칠 수 있다. 내가 이낙연 대표를 돕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의 부족한 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일일이 지적할 수도 없다.

어제 내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이 대표가 했다. 이 대표가 자기 고백을 한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의 약속은 아무나 하는 약속과는 다르다. 그는 대통령 후보로 거명되는 정치지도자다. 천금의 무게다.

그는 자신이 자기중심적인 부분과 이해중심, 그리고 살가운 부분에서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 어떤 의미에선 국민이 느끼는 것과 같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면 시정할 수가 있다. 그게 바로 발전의 계기며 신뢰의 계기다.

■국민은 가짜에 진저리친다.

6·25 때 국군이 북한군을 무찔렀다는 정부의 가짜 발표에 속아 빨갱이가 된 양민들. 지금 우리는 얼마나 가짜에 속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가.

국민이 속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가르쳐 주어야 하는가. 언론이다. 그런데 언론이 가짜뉴스 생산자가 됐다. 가짜뉴스 생산의 주범이다.

긴 얘기가 필요한가. 세상없어도 가짜를 발본색원해 박살 내는 비상한 조치를 반드시 입법화 해야 한다. 언론사가 책임을 져야 할 경우 배상 책임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세상을 믿고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현충원 호국영령들 앞에서 약속했다. 검찰개혁을 다짐한 것이다. 아울러 가짜 소탕전이다. 그것이 성공할 경우 박범계란 이름은 이 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두 손 모아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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