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광주시민사회단체, '전남.일신방직 부지 공공성를 확보를 위한 대책위' 출범
"산업화 과정에서 여성노동자의 삶이 스며든 땅...마지막 남은 근대 역사문화산업자산"
일신방직. 전남방직. 개발업체, 아파트 부지로 개발 예정... 광주시, 일부 보존에 '긍정'

"임동 전남방직과 일신방직은 일제 수탈의 아픔과 지역 산업화를 견인한 역할이 교차하는 공간이며, 특히 지역 발전과 산업화 과정의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광주의 마지막 남은 근대 역사문화산업자산이다. 이곳 부지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보존은 광주공동체 과정에서 필수요소다"

광주시민사회가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 일신방직과 전남방직 터 보존운동에 나섰다. 광주시민사회와 일반시민 그리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남.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박재만. 김덕진)는 20일 오전 광주YMCA 무진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보존운동을 선언했다. (아래 출범선언문 전문 참조)

광주시민사회가 참여한 '전남ㆍ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박재만. 김덕진)'가 20일 광주YMCA 무진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광주인
광주시민사회가 참여한 '전남ㆍ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박재만. 김덕진)'가 20일 광주YMCA 무진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광주인

대책위는 출범선언문에서 "전남ㆍ일신방직 부지가  해방 이후 적산불하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된 역사적인 의미를 고찰하고 광주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전략적 관점을 바탕으로 공공성을 최우선에 두고 시민의 참여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이곳 부지의 역사성, 공공성, 시민참여를 강조했다. 

전남ㆍ일신방직은 1935년 일본 방직업체가 설립한 공장이며 일신방직은 1934년 종연방직(가네보 방직)으로 출발했다. 

해방이후 정부에서 관리하다가 1951년 민간 불하(1951년 전방 주식회사로 민영화, 1961년 일신방직 분할)돼 되어 현재(전방은 2017년 말 가동 중단, 일방은 가동 중)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2019년 8월, 전남.일신방직이 광주시에 공장부지(면적은 전남방직이 16만 1983㎡, 일신방직 14만 2148㎡)의 용도변경 제출에 이어 지난 2020년 4월에 개발 계획이 접수돼 그해 7월 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아파트 개발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 

근현대문화역사자원로서 가치가 공론화하면서 광주시가 이곳 부지 협상 선정을 위한 전문가 합동 TF팀(행정부 시장 단장)을 구성하여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이다. 광주시는 용역 결과가 오는 2월께 나오면 사업자와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 일신방직 전경.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 일신방직 전경.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광주공동체가 오랫 동안 이곳의 공간에 주목해오며 광주시를 상대로 재원(국/시비)을 투입ㆍ매입할 것을 기대했었다"면서 "그러나 광주시는 사유재산ㆍ광주시 의지 부족ㆍ시민사회의 무관심 이 더해져 더 이상 진척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해당 부지의 공공성 확보는 지역공동체 과정의 필수 요소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민과 함께 보존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에는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진보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문화도시 협의회, 광주NGO센터,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경실련, 광주전남문화유산연대, 참여자치21, (사)지 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사)청년문화허브, 노동실업광주센터, (사)광주전남6월항쟁, 지역문화 교류호남재단, (사)대동문화재단이 참여하고 있다.

또 전문가와 시민은 김덕진(광주교육대 교수), 조용준(조선대 명예교수), 조동범(전남대학 교 교수), 박홍근(포유건축사 사무소대표), 류영국(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정성구(도 시콘텐츠연구소 대표), 안평환(광주도시재생센터 대표이사), 안수기(그린요양병원 원장), 김향득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등이 함께 머릴 맞대고 있다.

대책위는 보존운동의 기본방향으로 △전남방직. 일신방직 부지의 역사적인 의미에 따른 공공성 지향 △일제강점기 여성 노동 착취와 산업화 과정의 여성 노동자들의 삶의 흔적을 기억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광주에 마지막으로 남은 근대산업유산으로 역사ㆍ문화ㆍ건축적 가치를 살려 ‘문화전당’과 함께 양대 문화전략 거점 형성 △미래세대를 위한 산업과 역사 체험교육 공간으로 활용 등을 제시했다.

또 대책위는 주요활동으로 △전남방직 일신방직 부지의 조사연구 △부지 보존ㆍ 활용 원칙 및 방향 제시 △광주시 전문가 합동 TF팀 활동의 견제와 감시, 정책 제언 △부지의 가치와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 등을 펼칠 예정이다.

ⓒ광주인
ⓒ광주인

대책위는 광주시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30일 선포한 ‘광주 도시ㆍ건축 선언’은 광주의 역사와 자연을 존중하고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은 광주정신을 도시ㆍ건축에 반영하고 있다"며 "전남ㆍ일신방직 부지에 대한 광주시의 입장과 태도야말로 ‘광주 도시ㆍ건축’ 선언문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부지 보존에 대한 광주시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대책위는 "광주시는 용도 변경 허가권을 매개로 사업자와 협의하겠지만, 시민들이 무관심하면 공공성은 표방하되 사업자의 의도대로만 진행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광주시는 지난 2018년 진행한 '근대건축물 기록보존사업- (구)종연방적 전남공장 기록화 보고서'에서 "광주 일신방직 광주공장 내에는 저수조 및 망루 등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 들이 산재하며 당시 남도 누이들의 피와 눈물이 짙게 물들어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 히 건축적 가치를 넘어 후대에도 기억될 수 있는 이 곳의 장소성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보존의 가치를 평가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대책위가 공개한 부지보존 운동 배경, 사업방향 그리고 출범선언문 등 어디에도 '5.18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보존운동'과의 가치 공유와 계승 연대 등을 언급하지 않고, 기본방향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화전략 거점 형성'이라고 내놓는 한계를 보였다.

시민사회의 우려 속에 출범한 전남방직 일신방직 부지 보존운동이 어느 선까지 공공성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출범선언문 [전문]

언제부턴가 우리 지역의 소중한 유ㆍ무형의 자산들이 지역의 발전과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라진 터에는 인간의 욕망과 개발업자의 탐욕만이 남아서 자본의 뜻대로 설계되는 공간을 안타깝게 목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전남ㆍ일신방직 부지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8월에 사업자가 광주시에 용도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고 2020년 7월에는 부동산 개발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여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광주시는 용도 변경 허가권을 매개로 사업자와 협의하겠지만, 우리가 무관심하면 공공성은 표방하되 사업자의 의도대로만 진행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현재 광주시에서는 전남ㆍ일신방직 사전 협상 부지 선정을 위한 전문가 합동 TF팀을 구성하여 대응하고 있고, 해당 부지에 대한 조사ㆍ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2월을 전후로 결과가 도출되면 사업자와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는 광주시가 2020년 10월 30일, 시청 시민홀에서 ‘광주 도시ㆍ건축 선언문 선포식’을 개최한 것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광주 도시ㆍ건축 선언’은 광주가 가진 역사와 자연을 존중하고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은 광주정신을 도시ㆍ건축에 반영하는 내용으로, 1개의 전문과 10개 조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전문에는 도시ㆍ건축의 새로운 가치체계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새롭게 열리는 광주시의 도시ㆍ건축을 통해 미래의 삶이 여유와 활력을 얻어 모두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할 것이라는 다짐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전남ㆍ일신방직 부지에 대한 광주시의 입장과 태도야말로 ‘광주 도시ㆍ건축’ 선언문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것입니다.

주지하고 있듯이, 전남ㆍ일신방직 부지는 일제 수탈의 아픔과 지역의 산업화를 견인한 역사가 교차하는 애증의 공간이며,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터이자 광주의 마지막 남은 근대산업 문화유산입니다.

과거를 잊고 현재와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뜻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광주의 마지막 남은 소중한 자산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더 이상 우리의 무관심으로 지역의 소중한 유ㆍ무형의 자산이 자본의 탐욕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전남ㆍ일신방직 부지의 활용이 해방 이후 적산불하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된 역사적인 의미의 고찰과 광주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전략적 관점을 바탕으로, 무엇보다도 공공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시민의 참여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우리는, 전남ㆍ일신방직 부지의 보존 원칙과 활용에 대한 기준 및 방향을 제시하고, 향후 광주시와 사업자와의 협상 과정을 주시하면서 적극적인 대응과 활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이 길에 시민사회와 뜻있는 전문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간곡하게 요청하며, 이에 오늘 전남ㆍ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출범을 선언합니다.

2021. 1. 20(수)

전남ㆍ일신방직 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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