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3천만 원 줄게, 좋은 인연 맺자
[이기명 칼럼] 3천만 원 줄게, 좋은 인연 맺자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0.12.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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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요. 나요. 나도요.

오해하지 말라. 이 말만 들으면 어느 손 큰 뚜X이의 거래 제안쯤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겠지만 어느 재벌이 자기 자식에 대한 비리 의혹 보도를 덮어달라고 방송사 기자에게 제의한 말이다. 화면과 더불어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나왔으니 이젠 30억을 준다 해도 취소가 안 된다.

민감한 문제라 전국의 기자들이 모두 시청했을 것이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과 아버지 전광수

여기서 성함을 밝히는 것은 다시는 이런 애비와 자식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 때문이다.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이 MBC 스트레이트 기자에게 3천만 원을 줄 테니 아들 관련 보도를 덮어달라고 부탁할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자신만만했을 것이다. 자신이 없었다면 기자에게 뇌물 준다는 말을 저처럼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었을까.

경험은 교훈이라 했고 3천만 원 제의 역시 경험에서 채득한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또한 한국 기자들의 현주소를 전광수 회장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3천만 원이 푼돈인가.

전광수는 녹음된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있었던 것이다. 녹취만 끝나면 기자는 코가 꿰어서 노예가 될 것이다. 전광수는 우리 기자를 3천만 원이면 코가 꿰는 노예 정도로 인식했다.

■조·중·동, 창피해서 후속보도 못 하는가

이 나라 최고의 언론임을 혼자만 자부하는 조·중·동이 있다. 이들도 분명히 MBC 보도를 봤을 것이다. 스트레이트 방송 다음 날 언론이 3천만 원 기사로 도배됐을 거로 생각했다.

역시 나는 순진한가. 아니 바보인가. 조·중·동 기레기 중 한 놈에게 물었다. 한번 유명해져 보라고. 대답은? ‘선생님. 제 모가지는 하나뿐입니다. 히히’

전봉민의 아버지 전광수는 땅을 쳤을 것이다.

‘아니 저런 정신 줄 놓은 놈이 있단 말인가. 3천만 원이면 어디냐. 나하고 인연을 맺으면 평생을 잘 먹고 살 텐데 그까짓 기자를 하고 있어?’

마음속으로는 존경하지 않았을까. ‘아. 아. 한국에도 저런 기자가 있구나.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 이렇게 생각했다면 전광수도 사람이겠지만, 어림없는 생각일 것이다.

■기자와 뇌물

기자와 뇌물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늘 말썽의 소지가 되는 문제다. 기사를 읽어보면 대충 냄새가 난다. 촌지란 이름으로 오가는 뇌물의 실상은 그렇게 나쁜 의미가 아니다.

명절 때 떡값이라고 해서 건네는 돈을 촌지라 했고 나쁜 의미로 해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촌지가 변형되고 덩치도 커지면서 뇌물로 변했다. 촌지는 하나의 핑계가 됐다.

조그만 언론의 신입 올챙이 기자가 있었다. 별로 관심도 못 끄는 기자. 추석 때 내가 촌지를 건넸다. 당연히 받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선생님 뜻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제가 이걸 받으면 다음에 선생님을 뵐 때 오늘 주신 봉투 생각이 날 것입니다. 견디기 힘들 것 같습니다. 뜻만 받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할 말을 잃었다. 지금 그 친구는 중년 기자다. 그를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나서 더없이 사랑스럽다.

‘아무개야, 사랑한다.’

■언론개혁 없이 검찰개혁 안 된다.

법조 출입기자들은 언론사 안에서도 목에 힘을 준다. 사내에서 특수층이라고 한단다. 이는 한국 정가에서나 언론계, 검찰 사회에서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상부상조한다고들 한다. 법조 출입기자와 검찰, 이들은 서로 끊을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권언유착이 문제가 됐을 때 국민은 그 내막을 소상히 알았을 것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아우성쳐도 국민은 ‘더러운 놈들’이라고 욕했다. 아니라고 할 자신 있는가.

목에 힘주고 한 번에 3천만 원의 거금 촌지를 받는 몸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생각해 보라.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스스로 존경하는가.

우리는 한국 언론사에서 존경받는 언론인과 걸레 같은 언론인을 소상이 알고 있다. 어떤가. 한 번 생각해 보라. 이 담에 존경받는 언론인으로 남을 자신이 있는가. 존경이란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훈장이다.

송건호 선생은 내 고등학교 선배이자 담임선생님이다. 그것만으로 어디 가서 자랑한다. 선생님이 정보부에 끌려가 고문당하시고 중병을 얻으셨다.

아끼던 제자도 몰라보시는 선생님을 뵈면서 얼마나 울었는가. 선생님은 살아생전 늘 언론민주화를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제자도 후배도 많다. 기레기도 있다.

오늘의 한국 언론을 보셨으면 뭐라고 하셨을까. 살아 계실 때 검찰개혁은 말씀이 없으셨다. 지금 계셨으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차라리 말을 말자.

판사도 기자도 사람이다. 우리도 무섭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것은 판사들의 성경 구절이다. 국민도 그렇게 믿고 싶다. 정경심 판결도 그렇게 믿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판사도 죽을 테니 이 담에 죽어서 내가 물어보리라.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빼놓으면 요즘 대화 꺼리가 없을 정도다. 그 정도로 국민의 관심사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슬프다. 개혁 대상인 둘이 상부상조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개판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개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고 국민의 가슴을 버티고 있던 마지막 울타리가 무너지는 것을 통곡으로 느낀다. 자신의 판결이 옳다는 신념으로 재판을 할 것이다. 당연하다. 그러나 방망이 두드리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다오.

온통 비정상이다. 3천만 원으로 기자를 노예로 삼으려는 재벌도 있다.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기사 쓰는 기레기들이 세상을 온통 오물통으로 만든다.

결심하면 된다. 인간은 위대하다. 더러운 세상을 막대기 걸레로 한 번 깨끗이 닦아보자. 기자들이 못 할 것 뭐가 있는가. 무관의 제왕이 아니더냐.

기자들아. 세상 한 번 꼭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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