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천 작가 ‘시간의 기억’ 개최

1980년대에 한 시인이 역사와 삶 속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애정 어린 언어로 노래했던 ‘만인보(萬人譜)’가 있었다면 광주에는 한 사진작가가 만나 카메라 앵글에 담은 광주미술인 100인의 기록이 있다.

가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예술가의 초상으로 상징되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사진작가 리일천 초대전으로 <시간의 기억>전을 3일부터 2021년 2월21일까지 시립사진전시관에서 마련한다.

해마다 지역에서 사진작업을 활발히 해오면서 예술적 성취를 이룬 사진작가 초대전을 기획해오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은 이번 리일천 초대전에서 광주미술인 100인의 기록사진을 비롯한 작가의 예술사진 등 모두 178점을 선보인다.

특히 리일천 사진작가가 지난 2006년부터 14년 동안 광주의 미술인들을 전시 현장에서 만나거나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기록했던 업적은 예술가의 초상을 통해 오늘 우리들의 시간과 얼굴을 동시에 기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일천 작가(1963~ )는 전남 벌교 출신으로 30여 년 동안 광주를 중심으로 사진작업을 해왔는데 이번 전시인 <시간의 기억>전에서는 지나간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가 담긴 작품과 광주미술인들의 기록사진이 함께 소개된다.

전시는 ‘존재와 시간’ ‘공간의 전위’ ‘광주미술인 100인’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존재와 시간’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사진의 본질적인 속성인 빛과 그림자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 전시되며, ‘공간의 전위’에서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점과 관점의 변화를 통해 공간을 재해석한 추상성 짙은 작품이 전시된다.

‘광주미술인 100인’에서는 14년 동안 100이라는 상징적인 숫자 이상으로 만난 미술인들을 60만 컷이 넘게 담았던 인물사진을 엄선하여 소개하면서 광주미술인의 치열한 예술혼과 내면의 인상을 보여준다.

짧지 않은 세월 광주미술인들을 사진으로 기록해오는 동안 이미 고인이 된 작가도 있고, 떠오르는 샛별이었던 작가가 지금은 어엿하게 지역화단을 중진으로 자리매김하고도 있어 광주미술 역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꼽힐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리일천작가가 묵묵히 작업해온 예술가들의 인물 사진을 통해 광주의 역사, 광주의 발자취를 떠올려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말하고 “예술가들의 모습에서 어제, 그리고 오늘의 우리를 기억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은 광주문화예술회관 별관 1층에 위치해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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