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역사·인물 소개하는 창작품은 공모에서 가점 줘야
문학 – 본격적인 작품 ‘타오르는 강’ 등 3편에 불과
미술 – 현대 기념사업 흐름은 ‘문화기억’‘메모리얼’ 중심
100주년 대비 … 학생독립운동기념 세미나에서 문제제기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지속적으로 기념하기 위해서는 1956년부터 1975년까지 20여년간 지속됐던 전국학생연극제에 ‘항일’이라는 단어를 넣어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같은 주장은 14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역사관에서 학생독립운동 91주년 기념으로 ‘예술 속에 나타난 학생독립운동’이라는 대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나왔다.

‘공연예술 속에 나타난 학생독립운동’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영학 교수(조선대)는 당시 학생의 날을 전후하여 열린 전국학생연극제는 전쟁 직후 경제적 궁핍과 미국영화가 휩쓸고 있는 현실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학생독립운동 정신 선양뿐만 아니라 광주·전남 연극 활성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학생독립운동 기념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1975년 폐지된 전국학생연극제에 '항일'이라는 단어를 넣어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14일 열린 '예술 속에 나타난 학생독립운동' 세미나.
학생독립운동 기념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1975년 폐지된 전국학생연극제에 '항일'이라는 단어를 넣어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14일 열린 '예술 속에 나타난 학생독립운동' 세미나.

그러나 박정희 군사정권 이후 학생의 날이 독립운동 정신 계승보다 ‘면학’을 목적으로 생각하는 집권층의 뒤틀린 역사관으로 참가 작품의 성격이 뒤틀리게 되었고, 1973년부터 기념일마저 폐지되면서 아쉽게 1975년 연극제로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따라서 연극제의 정체성을 지키고 시대가 요구하는 학생독립운동 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전국학생항일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연극제를 개최한다면 진일보한 학생연극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에게 각인될 수 있는 퍼포먼스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백제예술대 강남진 교수는 시립공연단체들의 공연을 활성화하고 지역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광주광역시 등 자치단체들이 지역의 역사나 인물을 담은 창작품에 대해서는 작품심사나 공연 대상 선정때 가점(加點)을 주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학 속에 나타난 학생독립운동’을 발표한 광주대 박일우 교수는 학생독립운동과 관련된 문학작품으로는 차범석 희곡 ‘나는 불섬으로 간다’, 최금동 시나리오 ‘이름없는 별들’ 문순태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과 매년 기념일 전후에 발표된 시 몇 편뿐이고 시인의 시집(전집 포함)으로 엮인 것은 드물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타오르는 강’은 9권으로 구성된 대하소설로 노비세습제 폐지(1886년)부터 학생독립운동(1929년)까지 웅보 가계(家系)의 3세대를 서술함으로써 우리 근대사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민중운동의 흐름을 소설형식을 빌려 복원해 낸 역사적 기록물일 뿐만 아니라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토론자 이동순 교수(조선대)는 “문학 속에서 학생독립운동이 역사적으로 구조화되지 않은 이유를 일반적으로 정권의 이데올로기에서 찾고 있으나 작가의 자기검열 등도 있었는지 찾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술 속에 나타난 학생독립운동’을 발표한 김허경 박사(전남대학생독립운동연구소 연구원)는 “오늘날 기념사업의 큰 흐름은 ‘문화기억’이며, 어떤 사건이나 인물의 기억을 목적으로 하는 조각이나 구조물인 ‘모뉴먼트’보다 관람자가 기념비적 사건이나 인물을 분석하고 명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공간까지를 포함한 광의의 개념인 ‘메모리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면서 “학생독립운동의 발상지인 광주도 과거의 모뉴먼트(조형물)에서 벗어나 역사를 기억하는 다양한 예술적인 방식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토론자로 나선 김옥조 전 광남일보 편집국장도 “학생독립운동 정신을 현재의 기념탑과 기념비로 알리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100주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술단체와 공동으로 다양한 시각예술을 표출해 내는 기념공모전을 매년 실시하고 전시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세미나는 학생독립운동에 대한 문학·시각·공연예술 분야에서의 그동안 창작활동을 점검해 보고, 100주년을 9년 앞두고 어떤 방향으로 창작방향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논의하기 위해 (사)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렸다.

김영호 (사)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부이시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와 토론은 문학분야 박일우(광주대)·이동순(조선대)교수, 미술분야 김허경(전남대 학생독립운동연구소 연구원)·김옥조(전 광남일보 편집국장), 공연분야 김영학(조선대)·강남진(백제예술대) 교수가 각각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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