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치솟은 거대한 건물만이 랜드마크는 아니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의 설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일부 자치단체장과 몇몇 시의원 그리고 일부 지역민이 현재 지하형 문화전당 건축설계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지 못한다면서 지상에 솟은 건축물로 지어질수 있도록 설계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부가하자면, 지하전당은 도심활성화에도 역할을 하지 못할 뿐더러, 이런 지하화 계획이 문화전당건축설계 국제공모전부터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며 현 설계를 취소하고 공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당한 요구인 양 주장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과 요구가 광주시민의 전체 의견인 것처럼 포장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문화전당은 2005년 국제건축설계경기, 국제공모를 통해서 확정된 설계안이다. 문화관광부가 세계의 건축가를 대상으로 전당 설계를 공모하고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심사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당선작을 선정한 것이다.

 현 전당 건축설계는 세계사적으로도 의의를 갖는 5․18민중항쟁 역사 현장의 상징물(구 도청 본관 등)을 보전하면서도 친환경적이며, 우리 광주문화도시가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건축물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당선작이 발표될 당시 지역 건축, 도시계획전문가, 시민사회계, 예술계 등으로부터 환영을 받았으며 많은 광주시민들은 전당이 들어설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 벅차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랜드마크 기능이 미흡하고 광주 도심을 활성화하는데 부족한 설계, 공모전부터 합의된 의혹이 있는 설계, 주민의견은 아예 무시한 설계라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문화전당을 전면 부정하고 다시 설계를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언론지면에 계속 장식되면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전당 설계를 전면 부정하는 그러한 주장들이 타당하고 정당한 것인가? 그렇지가 않기 때문에 큰 문제인 것이다. 전당 주요구조의 지하설계라는 것만으로 랜드마크 기능을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떤 근거에 의한 판단인지도 없다.  객관적 근거에 의한 합당한 의견도 아닐뿐더러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전당 설계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지 못한다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 지상에 치솟은 거대한 건물만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것은 아니다.

 개방형 지하전당과 풍부한 녹지와 광장 그리고 부각되어지는 5.18 관련시설, 무등산 등 주변 생태환경과의 조화 등이 우리 광주의 랜드마크이자 상징이 될 것이다. 또한 문화전당과 연계된 친환경적 도시 만들기의 과정과 결과가 광주의 자랑이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현재의 건축설계가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광주시민 개개인이 바라는 모든 취지를 담기에도 물리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일 것이다. 그러기에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그러한 의견들이 공론의 과정을 거쳐 합의해 나가는 소중한 일련의 과정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추진되어 온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시민전체가 동의하는 여론인양 전당을 전면 부정하는 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한 논란의 중심에, 건강한 여론의 장을 형성하고 시민적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단체장, 시의원이 있다는 것은 한 광주시민으로서도 여간 실망스럽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현재의 이와 같은 현상은 문화전당, 문화도시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아닌, 지역이기심, 문화도시조성에서의 우의를 선점하기위한 정치적 알력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마저 갖게 한다.

 최근 그러한 논란의 책임에 문화전당추진 책임주체인 문화관광부도 자유로울 순 없다. 협의하고 합의해 나가는 노력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가늠이 된다.

 일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광주시 동구청은 지금이라도 명분과 근거가 부족한 문화전당 설계변경 주장과 일방적 여론몰이, 주민동원 등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관광부와 광주시는 문화전당 설계를 두고 진행되는 논란에 대해 지치단체장과 의회의원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와 관련전문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의 장을 통해 어떤 형태의 랜드마크가 바람직한 것인지, 또한 현실적으로 설계변경이 가능하고 타당한 것인지 대한 논의의 기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이런 논란으로 위기중에 있는 문화전당이 문화도시조성 사업의 핵심 사업임을 감안한다면, 광주시 전체의 미래가 새로 그려지고 있는 문화도시조성 사업에 대한 시민적 신뢰, 기대를 저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