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북부지역에서 발굴된 5천-6년전 전의 남녀 한쌍의 유골.  
며칠 전 신문을 보다가 전기에 감전 된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매일 고만고만한 사건들의 나열과 해결은 없고 문제만 반복하는 정치면의 기사들이 하루하루를 짜증스럽게 할 즈음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진 한 장에 눈길이 멈추면서 나는 순간 전율했다. 그렇다. 그것은 확실히 전율이라고 말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포옹하고 있는 유골 한 쌍!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서로 끌어안고 있는, 젊은 남녀로 보이는 유골 한 쌍이 발견되었다. 이 유골들은 5000~6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발굴을 주도한 엘레나 메노티는 “이렇게 감동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포옹하고 있는 연인의 유골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충격 그 자체였다.

 한편에선 이 놀라운 장면에 다른 해석을 붙이는 사람들도 있다. 남자 유골의 척추에서 화살촉이 함께 발견된 걸로 보아 순장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시대의 어림짐작으로 보아 충분이 설득력 있는 주장일 수도 있다.

 남성의 영혼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젊은 여자가 잔혹한 전통의 희생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쪽이 오히려 과학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전자의 의견을 믿고 싶다. 그들은 사랑하는 연인이었으며, 죽어서도 떨어질 수 없는 지고한 사랑 앞에서 세월도 땅도 그들의 포옹을 풀지 못한 거라고.

 사람들은 흔히 오래되고 진실한 사랑을 가리켜 ‘천년의 사랑’이니 ‘천년후애’니 하며 짐짓 먼 별나라의 일처럼 말하곤 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사랑의 유통기한을 규정해버린 셈이다. 물론 상징적인 표현이겠지만 우리의 사랑에 대한 상상력은 고작 천년을 뛰어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긴 어떤 이는 ‘사랑은 천상의 약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요즘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랑 앞에서 이 유골의 주인공들은 어쩌면 ‘미친 사랑’으로 ‘따’를 당할 수도 있겠다. 몇 번의 연애 경험이 없다면 현대인이 아니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시절이고 보면 말이다.

 얼마 전에도 결혼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연애인들의 폭력과 이혼설을 차치하고라도 세상은 짧은 사랑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사 이래 인간의 주제는 사랑 아니던가? 
 
 이제 우리는 이 연인의 유골 앞에서 사랑에 대한 수식을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인간이 사랑을 갈구한 세월은, 이 지구상에 인류가 처음 존재하기 시작했던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을 지켜온 세월에는 너무 인색했다.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상대를 기다려주는 마음이 부족한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의 마음이 처음처럼 한결 같다면야 왜 이별이 있고 분노가 있겠는가. 둘이서 길을 걷다보면 부득이 나란히 걷지 못하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 가면 다시 함께 걸을 수 있는 넓은 길이 나온다. 물론 한 사람이 기다려 준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혹 데면데면해진 그에게(그녀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면, 저 오천년의 사랑이 우리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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