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선언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선언
  • 조현옥 편집위원
  • 승인 2020.08.03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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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지리산 환경단체 형제봉서 산악열차 반대 현장 선언

<지리산아미안해 행동>은 지난 1일 지리산 형제봉 활공장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을 선언했다.

형제봉 활공장은 하동군이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추진하는 산악열차-모노레일-케이블카 정류장 예정지이지만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이고,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으 반대여론이 강했다. (아래 현장행동 선언 전문 참조)

ⓒ지리산아미안해 행동 제공
ⓒ지리산아미안해 행동 제공
ⓒ지리산아미안해 행동 제공
ⓒ지리산아미안해 행동 제공

이날 백지화 선언에는 김동필 상임대표(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부산대 교수), 박남준 시인(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대표), 신강 이사(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동.구례.남원.함양.산청 등 5개 시군 주민대표 발언, 박남준 시인 시낭송,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선언문 낭독,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퍼포먼스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남준 시인은 시『지리산이 당신에게』를 낭송하였고, 모두가 함께 읽은 선언문에서 참가자들은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는 지역과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지리산의 생태․환경을 훼손하고, 지리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이라고 산악열차 개설을 반대했다.

ⓒ지리산아미안해 행동 제공
ⓒ지리산아미안해 행동 제공
ⓒ지리산아미안해 행동 제공
ⓒ지리산아미안해 행동 제공

또 "지리산을 사랑하고, 지리산에서 살아갈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계획된, 일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계획은 백지화되어야 한다"며 "형제봉에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 호텔, 그 어떠한 것도 올라오지 못하도록 지혜와 힘을 모으겠다"고 결의했다.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현장행동 선언 [전문]

오늘 우리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정금리 산 246번, 형제봉 활공장’에 서서 지리산을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이고, 어머니산이며, 제1호 국립공원이고, 백두대간의 시작점이며, 생명․평화․공동체적 삶의 원형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힘들고 어려울 때 지리산을 찾아 능선을 거닐며, 지리산을 바라보며 힘을 얻었다고. 그렇듯 우리에게 지리산이 존재한다는 건 축복입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는 기획재정부가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이곳 형제봉에 산악열차와 모노레일, 케이블카, 호텔 등을 추진하는 계획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미 그 존재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심어 주던 선하고 선한 이 자연을 후벼 파서 레일을 깔고 케이블을 올리고 호텔을 짓는다니요.

그날부터 지리산과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길 원하는 지리산자락 주민들은 혼돈에 빠졌습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밥을 먹다가도 분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저들의 계획이 현실이 될까봐 애가 탑니다.

하여, 오늘 우리는 이곳에 올랐습니다.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는 지역과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지리산의 생태․환경을 훼손하고, 지리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입니다.

당장 멈춰야 합니다. 지리산을 사랑하고, 지리산에서 살아갈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계획된, 일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계획은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리산과 약속합니다. 이곳에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 호텔, 그 어떠한 것도 올라오지 못하도록 지혜와 힘을 모으겠습니다.

누구라도 만나 이야기하고, 설득하겠습니다. 지리산과 지리산자락 주민,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동식물의 마음으로 지켜내겠습니다.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2020년 8월 1일

<지리산아미안해 행동> 참가자 모두


 

       지리산이 당신에게
      -박남준 시인

고통스러운 시간들
사람뿐이었을까
호랑이가, 마지막 여우가
잔인한 밀렵꾼의 총탄에 안타까운 숨을 거둘 때도
나무를 오르내리며 재주를 부리던
새끼 반달가슴곰
몇 마리 남지 않았을 때도
품 안에 들어온 생명들 지켜주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러웠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부끄러운 얼굴을 감추려고
구름을 불러 가릴 뿐
쏟아지는 비는 저미는 애간장의 서러운 뒷모습이었어
한밤에도 들렸을 거야
마른하늘에도 벼락을 치며 통곡하던 울음소리
고백할 게 그랬었는데
케이블카를 놓고
모노레일을 깔고
산악열차를 달리게 하겠다니
이제 나를 지리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싫어
지리산, 그 이름만으로도 자랑스러웠는데
이 커다란 상징성이 끔찍해
사람들은 왜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까
정말이지 이런 몹쓸 생각도 해봐
내 안에서 자행되는 모든 개발이라는 파괴 앞에
그 탐욕 앞에
이를테면 지리산인 내가 스스로 죽어버리는 것
그리하여 이 나라 모든 산이 강이 바다가
다 같이 목숨을 끊어버린다면
그때쯤이면 사람들이 뉘우칠까 그리워할까
강은 강이 아니고 바다는
물고기들만의 바다가 아니듯이
지리산은 다만 지리산이 아니야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듯이
아직 지리산이 이렇게나마 숨 쉬고 있다는 것은
당신의 몸 안에
나무처럼 자라나며 샘솟는 희망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겠지
미안해 나로 인해 잔뜩 짐을 진 사람들이여
고마워 나를 지켜주려는 이들이여
온몸으로 거부할게
내 앞에 놓일 모든 절망의 지시대명사인
케이블카와 모노레일과 산악열차를
온몸으로 그리하여
팔색조와 정향나무와 지리터리풀과 반달가슴곰과
당신과 당신의 오늘과
당신으로 하여금 맑고 평화로울
저기 달려오는 나의 푸른 내일과
그 모든 인연들과
온몸으로 온몸으로 온몸으로 물리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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