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재단,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3일 공동 성명 발표

성명서 [전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상무관의 ‘검은 비(碑)' 작품 철거·이전을 철회하라!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독일을 무대로 활동하는 정영창 작가가 상무관에 전시돼있는 미술작품 ‘검은 비(碑)(black memorial)'를 헌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은 비(碑) (black memorial)'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당한 주검을 수습한 상무관 전시를 목적으로 한 장소특정작품(Site-specific art)으로 지난 2018년 38주년 특별전으로 설치되었다.

5.18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 ⓒ광주인
5.18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 ⓒ광주인

작품은 상무관의 대형공간에 녹아들 듯 존재감을 자랑하며 장엄함과 숭고미로 방문객을 숙연케 했다. 검은 단색의 추상회화 같은 작품은 가까이 다가가면 전혀 다른 입체감을 안긴다.

가로 8.5m 세로 2.5m 대형 추상작품은 쌀에 유화물감을 섞어 배열과 색감이 만들어내는 카오스적 이미지로 압도한다. 지난 2000년부터 작가가 100㎏이 넘는 쌀과 긴 시간 공력을 투입해 완성했다. 5개의 작품이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형식이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시신을 수습했던 상무관은 도청 본관과 함께 항쟁을 상징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렇지만 상무관은 5·18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전으로 ‘검은 비(碑)(black memorial)' 작품이 전시되기 전까지 문을 닫아걸고 있었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영혼이 한동안 머물렀던 상무관이 ‘검은 비(碑)(black memorial)' 작품을 선보이며 38년만에 시민들과 해후한 것이다.

최근 구 도청과 상무관 등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을 관리하고 복원을 맡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작가에게 ‘검은 비(碑)(black memorial)' 작품을 상무관에서 이전하거나 철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상무관 공간의 복원을 추진하기 위해 작가에게 작품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사료된다.

2018년 5월 이후 상무관을 지키고 있는 작품 ‘검은 비(碑)(black memorial)'는 5·18민주화운동의 예술적 자산이다.

작가는 작품의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철거나 이전을 요구하였다. 예술작품의 가치를 논하기 전에 이름도 존재도 없이 잊혀지고 산화해간 수많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기리는 작품의 의미를 생각하다면 전시가 끝났다고 무참하게 용도 폐기하는 것은 너무도 참혹한 처사다.

ACC(아시아문화전당)에서 작품을 그대로 전시· 보존해야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2020. 8.3

(사)5·18민주유공자유족회

(사)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사)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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