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마는 그 사기(士氣)가 무서울 정도이다. 장마라고 해서 어느 정도의 물줄기는 예상하지만, 갑자기 폭우처럼 주룩주룩 쏟아지며 떨어지는 굵고 빠른 빗줄기를 경험할 때는 무서워서 놀라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이런 경우 ‘하늘이 노했나?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라고 하는 말로 무서운 빗줄기를 표현할 때가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뛰어난 기교를 발휘하는 연주자에게 흔히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또는 악마가 돕는다.’고 하는 어이가 없지만 들으면 진실처럼 느껴지는 말이 떠돌아다니며 존재한다.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 1911년~1938년).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 1911년~1938년).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천재음악가가 한 번쯤은 청중에게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그러면 이 말은 어디에서 비롯된 이야기일까. 개중(個中)에는 음악가(音樂家) 스스로가 시사했던 발언이 야기가 되어 도시전설(都市傳說)처럼 번져 나간 경우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청중이 연주자 또는 음악가의 뛰어난 연주기교와 작품을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뱉어낸 감상일 것이다.

악마의 트릴·트릴의 대가

세계적인 바이올린 악기로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최초로 소유했다고 전해지는 주세페 타르티니(1692~1770, 이탈리아)는 악마와 계약을 한 음악가로서 클래식계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실제로 그의 대표곡으로 알려진 <악마의 트릴 (Il Trillo del Diavolo)>은 자신의 꿈에 악마가 나타나서 거래에 응하고 받은 곡이라고 전해진다. 즉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대신 매력적인 곡을 원했다고 한다.

그는 악마의 신들린 듯한 황홀한 연주기교를 들으면서 꿈에서 깼고, 일어나자마자 황급히 꿈속에서 들었던 그 선율을 기억하는 대로 악보에 옮겨적어 완성된 작품이 바로 <악마의 트릴>이라는 것이다.

타르티니는 당대 훌륭한 교육자 겸 작곡가로서 활동했고 바이올린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연주기교를 부렸던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생애를 살펴보면 향년 78세까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살았으며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기에 가난과도 거리가 먼 음악가였다.

타르티니는 분명 자신의 입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곡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 정작 그가 악마에게 판 영혼은 어떤 것이었을까?

80세 이후 90세까지 살 수 있었던 수명을 악마에게 팔았기에 78세로 사망한 것은 아닌가하는 가설을 세우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나열할만한 배경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 진위는 오로지 타르티니 자신만이 알 뿐이다.

필자의 지난 원고에도 언급했지만,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파가니니(니콜로 파가니니. Niccolò Paganini, 1782년~ 1840년)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기에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연주할 수 없는 천재적인 연주기교를 뽐낼 수 있었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이다. 

악마의 기타리스트

대중음악계에서는 영혼을 팔았다고 한 기타리스트가 존재한다. 2003년 《롤링 스톤》잡지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에서 5위로 선정된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 1911년~1938년)으로 블루스와 록의 정점을 찍은 위대한 가수, 또는 연주자, 작곡가로 그 영향력을 후세에 떨치며 영원한 아티스트로 남아있는 존재이다.

존슨의 기타실력은 10대 후반까지 형편없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다시 나타난 후 천재적인 실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때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기타의 재능을 얻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존슨은 소문에 대한 답을 곡으로 써서 발표했을 정도이다.

기구하고 그야말로 처절한 삶을 살았던 존슨의 경우는 정말로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 천재적인 기타연주 실력을 얻어 최고의 영광을 얻었지만, 그 대가가 짧고도 짧은 생이었다 치면 그 누구도 태클을 걸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 또한, 진실은 오로지 본인들 몫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29호(2020년 8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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