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부터 8월 25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여름 휴가시즌을 맞이하여 아트바캉스전 <또 한번의 겨울>을 개최, 시원한 설경 이미지를 배경으로 여섯 작가들의 겨울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스키장, 푸르른 설산의 풍경, 그리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건물의 사연을 통해 지난 겨울의 추억을 소환하여 더위를 잠시 잊고 또 한번의 겨울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화라는 미명아래 지역, 문화, 인종을 넘어 지구촌 도시인들의 삶은 비슷해졌다. 무더위와 한파는 도시인들에게 너도 나도 여름휴가와 겨울휴가를 떠나게 만든다.

노동식- 또 한번의 겨울, 2020_혼합재료.
노동식- 또 한번의 겨울, 2020_혼합재료.

이상원은 이런 현상을 기록하듯 여름에는 계곡이나 해변을 찾고, 겨울에는 스키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수집하여 대중의 이미지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낸다.

패턴화된 대중 속에서 사람들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힐링하는 인간의 보편적 특성과 획일화된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얀 눈이 쌓인 스키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김천수의 사진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강원도의 ‘알프스 스키장’은 새로운 스포츠가 선사한 이국적인 여가문화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

당시 호황기 때의 과거는 곰팡이가 핀 사진으로, 그리고 최근 10여 년을 휴장 상태로 남겨진 현재는 작가의 사진에 기록되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우리 인간의 여가생활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방대한 자연의 모습을 목화솜으로 표현하여 그 안의 인간의 미미한 존재를 나타내는 노동식의 설치작품은 극사실적인 자연의 표현력과 인위적인 인간의 모습에서 인간사회의 축소판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몽환적인 푸르른 하늘과 흑백의 진경산수화의 결합으로 풍경 너머의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호욱의 한국화와 닮았다.

단순히 현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가는 지금을 직시하고, 동시에 이상을 찾고, 가치를 재인식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러 개의 창을 통해 바라본 윤병운의 눈 오는 풍경 역시 창문의 안과 밖, 친숙함과 낯설음,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초현실의 풍경에서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전시장 벽면에 배열된 캔버스의 개수와 모양은 창 밖의 정면으로 보이는 건축물의 창문과 일치한다.

마치 같은 건물에서 건너편의 동일한 건물을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미래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화면에 시간적 깊이를 더해준다.

부유하는 섬 위에 지어진 유은석의 건물은 현대사회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작가 자신과 같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하나의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건물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은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찾아온 선물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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