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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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다보면 신발에 강물이 차오르기도 하고
바짓가랑이가 젖기도 한다.

허물은 누구나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와 묻거나 묻히며 살아간다.
그 허물은 때론
강둑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거목을 자빠뜨리기도 하고
더러는 목숨을 거둬가기도 한다.

훼손해서는 안 된다던 미래 소중한 자산인 그린벨트 숲에서
자신을 훼손하며 숲의 정령이 되었다.

역린을 거슬리는 것조차 두려워 않고 당당한 그대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승천의 꿈을 접고 깊은 잠에 빠졌다.

척박한 현실에서 그나마 위안이었고 내 편이 되어주었던 그대, 박원순,
한순간 좌표는 방향을 잃었고
그대가 채색한 서울 거리를 비를 맞으며 걷는다.

비에 젖어 더욱 앙상한 도시가
우울한 회색의 절망과 분노의 골격으로 두렵게 다가오는 까닭은
비루한 세상에 그대를 닮은 사람을 눈 씻고 찾아도 없기 때문이다.

삶의 형식과 생존의 상생을 모색하며
인간의 존엄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려 했던
미완의 푸르고 붉은 문신의 탑들을 남겨두고
스스로 처형을 선택한
그대의 마지막 모습은 두고두고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함부로 박원순의 이름을 입에 담지 말아라.
너희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박원순만큼은 되지 못한다.

야합과 술수의 테이블 뒤엎어라.
부패에 찌든 쇠잔한 욕망의 끈을 놓아라.

그대의 발길이 마지막으로 멈춘
스산하고 눅눅한 영면의 숲은 여전히 비에 적시는데
그대여, 용의 잠을 깨워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시라.

‘모두 안녕’이라는 작별의 말을 거두시고
가지마라 박원순, 일어나라 박원순.

억센 비바람 뚫고 생솔가지 붙잡고서라도
다시 우리 앞에 서서
생명의 소중한 가치와 인간의 존엄에 대해
더 길고 질긴 거미줄을 직조해 주시라. 

허접한 반역의 그 모든 것을 용트림의 화염으로 불태워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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