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민언련 모니터 결과 [전문]

해도 너무하는 지역언론의 ‘관 치적 받아 쓰기’
언론사의 자체적인 분석평가나 비판 없어

시민단체의 문제점 지적도 애써 외면

민선7기 전반기 2년을 보낸 지역 정부에 대한 광주전남 주요 일간지와 방송의 보도가 지자체의 일방적인 치적 자랑을 분석과 평가, 비판 없이 그대로 옮겨적는 받아쓰기가 너무도 심각했다.

특히 시민단체가 전반기 지역 광역정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자료를 내고 기자회견까지 했음에도 지역언론의 상당수가 이런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광주전남민언련이 지난 달 29일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민선7기 전반기 결산 기자회견 후 지역신문 30일자 보도를 분석한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당일 지역방송 보도도 실망스럽긴 비슷했다. 민언련은 광남일보. 광주매일, 광주일보, 남도일보, 무등일보, 전남매일, 전남일보 등 광역일간지 중 기협가입사 7개 신문 30일자 보도를 모니터링했다. 또 방송은 KBS광주, 광주MBC, KBC광주방송 등 3개 공중파 방송을 대상으로 했다.

◇ 지역신문, 보도내용은 모두 ‘보도자료’ 그대로

광주지역 주요 일간지의 30일자 ‘전반기 결산’ 보도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내놓은 보도자료대로, 그리고 이용섭시장과 김영록지사가 읽은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고 있다.

2년간 지자체가 잘했다고, 스스로 성과라고 정리한 치적만 그대로 기사화했다. 내용은 물론이고 제목까지도 그대로 옮겼다.

심지어는 ‘아쉬운 점’까지도 모두 지자체가 내놓은 점만 그대로 적고 있다. 다시 말해 언론사 스스로, 기자들이 취재와 판단을 통해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민선7기의 문제점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광주시가, 전남도가 무엇을 잘했고 잘못했다는 자체적인 분석과 평가를 통한 입장은 없는 셈이다. 그나마 ‘풀어야할 과제’로 전남도의 흑산공항 건설과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가 남아있다고 기사 말미에 지적한 남도일보의 사례가 사실상 유일하다 하겠다.

하지만 그것도 전남도의 자체적인 정책문제이거나 내부적 문제는 아니고, 그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이어서 본격적인 정책비판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일부 신문이 사설에서 시도간 상생차원에서 광주군공항이전문제를 해결하라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구색맞추기용으로 그것도 시도가 직접 구상하고 시행하는 정책과는 직접 관련없는 내용을 구색맞추기용으로 살짝 끼워넣기 한 것 뿐이다.

나머지는 온통 칭찬일색에 ‘용비어천가’ ‘영비어천가’만 부르고 있다. ‘뚝심’ ‘견인’ ‘활짝’ ‘총력’ 등 지자체 보도자료가 내놓은 듣기 좋은 단어가 그대로 신문제목에 실리고 심지어는 ‘신의 한수’라는 낯뜨거운 단어까지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설 내용 역시 대부분 칭찬 일색이요 잘해 달라는 당부 뿐이다.

<6월 30일자 시장 지사 기자회견 보도기사 제목들>

“인공지능‧블루이코노미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 광주매일
“일자리‧AI ‘광주시대’ 열었다” “블루 이코노미 전남 비전제시” / 광주일보
이용섭광주시장 취임 2주년 결산_AI‧광주형 일자리 ‘양 날개’... 정의‧풍요의 도시로/남도일보

李시장 “광주형3대 뉴딜 추진…경제1번지 도약” 金지사“도전‧혁신…의과대‧COP28 유치 집중” / 남도일보
인공지능‧해상풍력 ‘대한민국 미래로’ / 무등일보
이용섭 “AI‧광주형일자리 ‘돌아오는 광주’ 실현”, 김영록 “블루이코노미 성과로 새천년 비전 제시” / 전남매일

 

<민선7기 전반기 결산관련 사설 제목들>

민선7기 시‧도 후반기 화두 역시 일자리다 / 광남일보
민선7기임기 반환점, ‘광주‧전남형 상생’틀 짜야 / 광주매일
반환점 맞은 민선7기 힘찬 도약 준비해야 / 광주일보
반환점 돈 민선7기 市‧道, 더 많은 성과를 / 무등일보
시‧도 민선7기 후반기 알찬 결실 거두길 / 전남매일
민선7기 후반기 남은 임기에 최선을 / 남도일보_사설 /

 

◇ 비판의 목소리는 안 다루는 지역신문

시장과 도지사가 2년간의 치적을 일방적으로 자랑하던 날 시민단체 참여자치21은 ‘민선7기 2년 평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자치21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광주형일자리‧노사민정상생사업을 성사시킨 성과가 있었지만 그 내면엔 대기업(GGM) 일감몰아주기, 청념하지 못한 인사채용, 민간공원특례사업관련 부시장 기소와 사과하지 않은점 등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시민단체는 잘한 건 잘했다고 지적하고 잘못한 점도 분명하게 지적했다는 점이다. 특히 광주시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전문성과 도덕성 부족, 보은성 코드인사만 있었던 인사낙맥상, 시민편익을 보호하려는 의지부족 등의 사안은 누구나 지적할 만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이런 문제를 자체적으로 지적하기는커녕, 시민단체가 문제제기했음에도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넘어갔다. 이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달해야하는 언론의 기본적인 자세를 저버린 행위다.

실제로 이 기자회견을 회견다음날인 30일 지면으로 보도한 신문은 무등일보가 유일했고 남도일보는 사진 1장으로 대신했다. 남도일보는 인터넷판에는 자세한 기사를 올렸으나 지면엔 사진물로만 대체했다.

지역언론의 이런 자세는 소통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고 지역현안이나 지자체의 문제에 대해 지적해서 개선을 요구하는 기본책무는 저버리고 마치 지자체와 일방통행식 짬짜미, 봐주기 보도태도를 보이는 사례다.

◇ 그나마 균형감 갖추려 노력한 지역방송 보도

지역신문과 대조적으로 지역방송 관련보도는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시장과 지사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되, 기사 후반은 그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균형감을 이루었다.

KBS광주의 보도는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려는 모습이어서 눈에 띄었다. KBS는 시와 도의 전반기 결산을 지자체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한 뒤 광주시정에서 그동안 드러난 민간공원 관련 알수수재로 시장동생이 재판에 회부된 사건 등 구체적인 문제점, 시민단체 지적을 후반부에 다뤄 균형감을 보였다.

광주MBC의 경우는 시장관련 보도는 시민단체 입장 등을 붙여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전남도는 도의 입장만을 리포트로 전해 아쉬움을 남겼다.

KBC광주방송의 보도는 시도의 입장을 일방 전달하는 수준이었으며 기사 말미에 시도간 상생협력 주문 등을 덧붙였으나 구체적이 못하고 겉핥기 수준이었다.

◇제발 언론, 언론인의 길을 가달라

광역단체장 치적 받아쓰기에 이어 이후엔 광주전남 기초단체장 ‘치적 대신 자랑해주기’도 한창이다. 모두 ‘잘했다’ ‘앞으로도 잘하겠다’는 단체장 말만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그러니 기초고 광역이고 지난 2년간 문제 일으킨 지자체와 장, 그리고 문제성 사업들은 하나도 없고 언론엔 좋은 일만 가득한 태평성대 광주전남만 보도되고 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지역언론, 특히 지역신문이 제발 있는 것은 있는 대로, 잘못한 것은 잘못한대로 제대로 지적해주길 바랄 뿐이다. 거기에서 언론의 책무, 언론인이 할 일은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아무리 언론의 경영난이 심각해서 지자체 광고나 협찬만 바라보고 산다고, 이렇게 염치도 쓸개도 다 빼줘버린 듯한 보도태도는 지양하기 바란다. 펜이 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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