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항명의 끝은 어디
[이기명 칼럼] 항명의 끝은 어디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0.07.09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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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국민의 명령이다.

친구가 묻는다.
“왜 당신은 고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의 직함을 달고 글을 쓰는가.”

나의 대답이다.
“내 생각이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당신 생각이 잘못이면 어쩔 것인가?”
“죽어서 사과를 드리고 종아리 맞겠다.”
“조심하게. 돌아가신 분에게 누가 될 수도 있네.”

항상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은 내가 고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했다는 사실이다. 말 한마디 조심을 하는 것도 그분에게 누를 끼치면 어쩌나 해서다. 술도 끊었다. 이제는 습관이 됐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을 왜 모르는가. 그러나 가만있으면 안 된다는 것도 그분의 생각이라고 믿는다.

■비상식의 종말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운 것은 하나둘이 아니다. 상식의 중요성을 배운 것도 그 한 가지다.

자주 하신 말씀이 있다. 판단이 어려울 때 이것이 상식에 부합하느냐를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선생님, 상식이란 말이죠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판단기준이 바로 상식입니다. 상식을 따라 행동하면 욕을 먹지 않습니다.”

ⓒ노무현재단 누리집 갈무리
ⓒ노무현재단 누리집 갈무리

늘 그 말씀을 생각했다. 적색 신호등일 때 길을 건너면 사고가 난다. 상식을 어겼기 때문이다. 총선으로 국회의원을 뽑았다. 의원들은 선서하고 나랏일 잘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다.

개원 날짜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한데 뭔가 틀어져서 야당이 참석을 안 한다. 국회가 못 열린다. 일을 못 한다. 월급은 일하고 받는 것이며 국회의원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일을 안 하는데도 월급을 탄다. 상식을 어긴 것이다. 국민들은 월급 주지 말라고 야단이다. 상식을 어기면 탈이 난다.

■법은 지켜지고 있는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어도 먹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법은 지켜야 하고 판결은 바르게 집행되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법이 집행되면 정당성을 상실한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은 인혁당 사건 관련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불과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했다.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기에 일어난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으로 세계 사법사에 기록됐다. 법의 상식은 거론할 여지조차 없다. 인간의 목숨은 한 번 죽으면 끝이다.

법대로 한 것인가. 법대로 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를 사법살인이라고 하는가. 상식을 말하기도 인간이기도 창피하다. 난다 긴다 하는 대법원 판사들이 재판했다. 지켜야 하고 지키기를 바라는 상식, 바로 양심의 상식이다.

요즘 국민들은 참으로 가슴이 무겁다. 무척 속이 상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그러느냐고 할 것이다. 코로나19 재앙이야 온 국민, 아니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재앙이다. 피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피할 수 있는 고통이 있다. 지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전쟁하는데 참모총장이 일선 사단장을 믿지 못하고 지휘권을 박탈하면 전쟁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 전쟁은 보나 마나다. 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까. 이를 구구하게 설명해야 하는가. 진짜 구질구질하고 치사하다.

모택동(毛澤東 마오쩌둥)과 장개석(蔣介石 장제스)이 싸울 때 아침에 미국이 지원한 신무기가 저녁때는 모택동 군대 손에 들어가 있었다. 장개석이 이기면 이상한 전쟁이다. 오죽하면 장개석 군대라는 말이 나왔는가.

프랑스가 지원한 월남의 ‘바오다이(保大)’ 정권이 호찌민군에게 망한 것도, 미군이 지원한 무기를 베트콩이 들고 정부군과 싸운 월남전도 패한 것은 당연하다. 상식은 눈 씻고 찾아도 없다.

■검찰이 왜 불신을 받는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말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도 10년 묵은 체증이 싹 가시는 후련함을 느꼈다. 저런 검사도 있구나. 바로 그 검사가 검찰총장이 됐고 검찰이 바뀔 줄 알았고 가슴 뛰는 기대로 검찰을 주시했다.

검찰이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이 직속 상관인 법무부 장관에 의해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다. 윤석열이 직속 상관에게 충성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가.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관련됐다는 이른바 ‘검·언유착’은 온 국민이 주시하는 사건이다. 한동훈은 윤석열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이쯤 하면 국민들은 다 알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공직 사회를 말하라면 서슴없이 검찰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이 필요한가. 또한, 지금 가장 불신받는 공직사회에 한 축이 어디냐 묻는다면 역시 검찰이 등장한다. 검찰로서는 땅을 칠 일이지만 현실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늘 들고나오는 것은 검찰개혁이다. 필요 없는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지금 초미의 관심인 공수처 설치도 검찰개혁이 중심이다.

여기서도 보통 사람들의 가치판단이 필요하다. 대부분이 보통 사람인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원하고 이는 검찰도 알고 받아드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완강한 저항이다. 저항이 합리적인가. 무슨 소리를 해도 상식이 아니다.

■법무부 장관 지휘를 거부할 것인가

ⓒ대검찰청 누리집 갈무리
ⓒ대검찰청 누리집 갈무리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국 지검장과 검사장들을 불러 9시간에 걸친 회의를 했다. 어떤 결론이 날 것인가. 이미 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남은 것은 순명이냐 항명이냐.

군대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검찰 공무원 사회에서 항명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결과가 몹시 궁금하다.

한데 검찰 검사장 회의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까. 확 뒤집어 엎어버리자는 소리는 안 나왔을까. 설마 그런 말이야 나왔겠는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 김영삼·김종필·노태우가 3당 합당을 결정했다.

김영삼은 의원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했다. 일종의 요식행위다. 통과의례다. 모두 찬성이다. 그때다.
“이의 있습니다.”

진짜 ‘깜놀’이다. 상고 출신 정치초년병 노무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김영삼이 말 한마디로 당의 간판이 날아가다니. 이건 아니다. 토론하자. 회의장은 벌컥 뒤집혔다. 뜯어말리고 난리가 났다.

그러나 노무현은 뜻을 꺾지 않았다. 어떤가. 이것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정치인의 상식이 아닌가.

윤석열이 주재하는 검사장 회의에서 어느 검사장이 노무현 의원 같은 행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가정을 가지고 말을 말자. 그러나 한 가지, 나는 다시 그를 존경하는 검사로 기억할 것이다.

이 정도면 상식을 주제로 한 객담(客談)은 늘어놓을 만큼 늘어놨는가. 좌우간 상식이 실종된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비록 검사장들처럼 많은 공부도 못하고 엎어져 사는 백성들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상식은 무시하면 안 되는 힘이다.

늙은이의 망령 같은 소망이 있다. ‘상식대학’을 설립하는 것이다. 필수과목에 ‘상식’을 포함된다. 고시 과목에도 상식이 들어간다.

그가 졸업하고 검사 생활을 하다가 퇴임하고, 설사 특수부 부장검사를 지낸 뒤 퇴임해 변호사를 해도 몇 년 지나면 몇십억 재산가가 된다는 비상식의 정설은 사라질 것이 아닌가.

무덥다. 날씨 탓인가. 그러나 비상식의 종말을 원하는 나의 소망은 멀쩡하게 살아 있다. 끝으로 선물 하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나오는 유명 대사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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