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재순 조선우드 재해 사망사고와 기업살인법 제정
지난해 노동자 2020명 사망...광주지역 34명 사고사

하남공단의 목재 폐기물업체 조선우드에서 파쇄기에 끼어 스물여섯 한 많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청년노동자 고 김재순.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오십일이 다 되어 간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 장례조차 치루지 못했고 유족과 대책위는 조선우드 사업주를 엄벌에 처해달라며 광주지방 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의 죽음을 접했던 지역사회는 노동, 장애인, 청년 단체 등을 중심으로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에 돌입했다. 사고 초기에 사업주는 개인의 '과실사고'라고 주장했다.

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공단에서 조선우드 앞에서 지난 6월에 노동 중에 사망한 고 김재순 노동자의 49재가 엄수되고 있다. ⓒ정찬호
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공단에서 조선우드 앞에서 지난 5월22일 폐기물 처리 사업장에서 기계에 끼어 사망한 고 김재순 노동자의 49재가 엄수되고 있다. ⓒ정찬호

고인이 장애3급이고 안전장치 설치와 안전작업 실시 유무 등이 제기되자 사업주는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는 것’과 ‘진상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해왔다.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는 듯했다. 그러나 대책위 진상조사 결과 파쇄기 위에 안전시설도 설치되지 않았고 유해위험작업시 2인 1조 작업도 지켜지지 않았다.

고인 혼자서 파쇄기에 끼인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작업대 위를 오르내렸다. 그 어디에도 개인 과실이라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 여론은 들끓었으나 사과하겠다는 사업주는 뚜렷한 이유 없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대책위 간부에게 항의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사업주의 태도에 맞장구를 친 것이지는몰라도 노동부는 ‘사망사고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했고 공장은 재가동을 시작했다.

일터의 사망사고라는 중대재해에 대해 사업주가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데, 작업 재개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으며 도대체 노동자는 누굴 믿고 일해야 하는지 고개가 저어진다.

노동부는 개인정보 유출문제로 대책위와 합동 조사를 거부한 후 별도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고 김재순 노동자 49재. ⓒ정찬호
고 김재순 노동자 49재. ⓒ정찬호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 이면에는 같은 사업장에서 불과 몇 해 전 유사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한 차례의 관리 감독도 없었고 결국 제2의 사망사고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한 해 2천 20명의 노동자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떨어짐, 끼임, 부딪힘 등의 사고로 855명이, 그리고 업무상 질병으로 1,165명이 사망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는 지난 한 해 떨어짐 16명, 끼임 4명, 부딪힘 4명 기타 10명 등 총 34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을 때, 사업주 처벌이 솜방망이임은 익히 알려진 바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망사고다.

이 화재로 40명이 사망했지만 기업은 벌금 2천만원이 고작이었다. 사망 노동자 1인당 벌금 50만원인 셈이다. 하나마나한 처벌이기에 올해 발생한 이천의 똑같은 2차 사고는 불 보듯 훤했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구속하여 징역을 살게 하고 민사상 엄청난 책임을 부과했더라면 과연 어땠을까? 관계기관의 관리감독 부실도 강하게 처벌할 수 있었더라면 그런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할수 있었을까?

최근 각종 산재사망사고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 모델은 2007년 제정된 영국의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이다. 반복적으로 재해가 발생해서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 회사에 ‘살인죄’를 적용하여 책임을 묻는 법안으로 작업환경을 안전하게 만들어야 할 회사의 책임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률로 당시 영국의 산재사망자가 한해 233명이었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나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산재사망사고에 대해 징역형을 25년까지 높이고 관계장관과 총리가 기소될 수 있게까지 한, 호주에서도 마찬가지로 산재 사망사고가 뚝 떨어졌다. 1인당 소득 3만불 정도 되는 나라들의 산재 사망은 10만명에 2~3명 수준이다.

ⓒ정찬호
ⓒ정찬호

그러나 우리나라 사망률은 6~7명으로 그에 비해 두 세배나 높다. 과연 이래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지 않을 것인가?

노동자들의 목숨을 이윤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즉각 기업살인 처벌법을 제정해야할 것이다. 조선우드 사업주가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 이유, 과연 무엇 때문일까?

말 안해도 훤하지 않겠는가? 있으나마나한 솜방망이!

관련기사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