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하늘에서 만난 남과 북
[이기명 칼럼] 하늘에서 만난 남과 북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0.06.25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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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아니고 땅에서 만나자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늘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한여름에 함박눈이 내린단 말인가. 아니다. 눈이 아니다. 그럼 뭐냐. 하늘을 덮은 것은 종이다. 웬 종이가 하늘을 덮었단 말인가.

인간들은 이것을 전단이라고 불렀다. 알기 쉽게 삐라라고 하자. 맞다. 삐라다. 삐라가 무엇인지는 알 것이다. 자신을 선전하고 남을 헐뜯는 선전·선동 도구.

이게 삐라다. 하늘을 덮은 삐라에 남에서는 북한을 김정은 독재라 하고 북에서는 남한을 ‘미제 주구’라고 헐뜯는다. 욕설의 향연이다.

남북에서 쏘아 올린 삐라가 하늘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았다.

‘ㅠㅠ 우리가 왜 하늘을 해매고 있는 거지? 왜 수천만 장 씩 하늘을 떠돌지?’

갑자기 천둥과 함께 비가 쏟아졌다. 하늘을 덮었던 삐라가 비에 젖은 채 땅으로 떨어졌다. 하늘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듣거라. 이것이 비처럼 보이느냐. 남북의 국민들이 뿌린 한 맺힌 눈물이다.’

흠뻑 젖은 채 산과 들에 떨어져 쌓인 남과 북의 삐라. 한 시인이 탄식했다.

‘보라. 민족의 눈물이다. 겨레의 눈물이다.’

■삐라로 무슨 말을 하느냐.

ⓒ자유북한운동연합 누리집 갈무리
ⓒ자유북한운동연합 누리집 갈무리

박성학이라는 탈북자가 있다.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는 인물이다. 무슨 사정으로 탈북을 했는지는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다.

다만 그의 짓거리가 남과 북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안다. 박성학에게 묻는다. 대북전단이 북한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믿는가. 대답 안 해도 좋다.

이제 북한은 대남전단을 보내지 않는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니 그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역시 같은 질문이다. 북한도 대남전단이 무슨 이득을 가져오는지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뺨 때리기 벌이 있다. 지금은 없겠지만 옛날에 잘못한 놈 둘을 세워놓고 선생이 서로 뺨을 때리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할 수 없이 때린다. 살짝 때린다. 선생이 세게 때리라고 한다. 좀 세게 때리고 그러다 보니 맞는 녀석 중에 세게 맞았다고 생각하는 놈이 있다.

어 이 자식 봐라. 지기도 세게 때린다. 그렇게 오고 가고 결국 이를 갈고 때린다. 참 못된 벌이다.

남북한의 전단 뿌리기, 뺨 때리기와 무엇이 다른가. 휴전선 대북·대남 확성기 선전은 또 뭐가 다른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오매불망 민족의 여망인 통일의 기여를 하는가. 박성학아. 대답 좀 해 보렴. 북한 책임자도 대답해 보겠느냐. 경기도민 71%가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느냐.

우리는 한민족이다. 미워하다가도 그리운 혈육이다. 혈육이 얼마나 애틋한가.

■저거 엽전 아닌가?

엽전은 자기 비하다. 6·25전쟁 중에 빽과 돈이 있는 집 자식들은 미국으로 튀었다. 물론 군대는 안 갔다. 그래도 고국은 그리웠겠지. 친구 놈 둘이서 길을 가다가 동양인 하나를 보았다. 지들끼리 지껄인 말.

“저거 엽전 아냐?”

길 가던 동양인이 달려와 덥석 손을 잡았다.

“네! 엽전입니다”

그는 울고 있었다. 얼마나 그리운 엽전이었을까.

혈육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움은 이런 것이다. 어떤가 이해가 안 되는가. 박성학 너도 북에 그리운 가족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평양연설

세상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며 떡방아 찧는 토끼를 노래하던 인간이 달나라 여행을 하는 시대가 온다.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했다. 상상이나 했던 일이었나.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우리 함께 새로운 길로 나아갑시다.

내가 원래 눈물이 많다. 만약에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 월드컵경기장에서 15만 서울 시민에게 연설한다면 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나를 빨갱이라고 할 것인가.

난 한 민족 한 겨레 한 핏줄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일 뿐이다. ‘네. 엽전입니다’ 손을 덥석 잡고 눈물짓던 유학생 청년과 한 핏줄인 것이다. 박성학. 내가 잘못인가. 그러면 와서 내 뺨을 쳐라. 피가 나도록 쳐라.

아름다운 내 나라. 함께 울고 웃어보자.

‘김삿갓 북한방랑기’를 10여 년 쓴 반공 드라마 작가의 머릿속에 북한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었다. 평양에 갈 기회가 있었다.

비교적 자유스럽게 나다닐 수 있었다. 내 눈이 본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한국보다는 아주 가난했어도 따뜻한 인정도 있고 눈물도 있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들은 한 마디 묻는 말에도 얼굴을 붉히는 수줍은 여성들이다.

타고 난 착한 심성이 이 나라 백성들의 마음이다. 이토록 착한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책임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져야 할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이 땅에는 지도자들이 참 많다. 300명 국회의원의 말만 들으면 모두가 대통령감이다. 한데 그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왜 국민들이 한숨을 쉬는지 잘 알 것이다.

한마디만 덧붙인다. 놀고먹는다고 광고하려고 배지 달고 다니는가. 창피해서 배지 못 달고 다니겠다는 의원들을 알고 있다.

요즘 들어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이 바로 미국이다. 과연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딱 한 마디만 하자. 옛날 밀가루 얻어만 먹던 한국이 아니다. 옛날 일들 고마운 거 아직도 안다.

그러나 솔직히 그동안 갚은 게 얼마나 많으냐. 이제 우리 입장도 고려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남북관계에 시어머니 노릇은 언제까지 할 것인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서 주인공은 남과 북의 국민이다. 무슨 뜻인지 모를 미국이냐. 김정은이 결단을 했고 뜨겁게 환영한다.

삐라 같은 거 뿌리지 않고 우리끼리 남과 북을 오가며 동포애를 구가할 그런 때가 오지 않았는가. 우리도 똑똑한 국민이다. 우리 땅 넓은 땅. 땅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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