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견 서 [전문]

● 수신처 : 광주지방검찰청 시민위원회
● 제출기관 :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 취 지 □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1991년 광주전남여성문제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지역여성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여성운동단체간의 연대와 소통을 도모하고 성평등·민주·복지·평화통일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광주전남 8개 여성단체들이 연합된 시민단체입니다.

본 사건은 피고인이 SNS에 사건 관련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본 단체에서 인지하게 되었고, 광주시교육청 측과의 면담을 하고 입장을 내는 등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온 사건입니다.

그런데 2020년 5월 4일, 언론을 통해 본 사건이 검찰 시민위원회의 심의 안건으로 다뤄진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하여 본 위원회에 아래와 같이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 아 래 □

1.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최초 신고자가 성 적인 모욕과 침해를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 본 사건이 시민위원회의 형식으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2010년 8월, 광주지방검찰청에서 시민위원회 출범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보면 시행 배경으로 수사과정에 일반시민을 참여시켜『일반인의 법감정을 수사에 반영』하겠다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일반인의 법 감정이라 함은 성폭력 사안에 있어서는 다시 말하면 통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한국사회 많은 이들에게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검찰 시민위원회와 유사한 목표로 제도화된 국민참여재판과 관련, 2011. 연구 결과에 의하면 “참여재판을 진행하였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양형 분포를 살펴보면, 성범죄의 실형율은 70.9%로 살인의 81.8%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고 합니다.

한편, 무죄가 선고된 건수에 있어서는 성범죄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강도 8건, 살인 4건 등으로 나타나 성범죄의 경우 다른 범죄에 비해 유무죄 여부 뿐만 아니라 양형에 있어서도 재판결과의 편차가 큽”니다.

또, “평결 분포를 보면 성범죄의 경우 유죄사건에서 전원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다수결로 결정한 사례가 다른 범죄에 비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평결과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웠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무죄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수결 비율이 다른 범죄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성범죄사건에서 전원일치 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은 성범죄를 바라보는 인식에 있어 개인차가 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폭력 사건은 다른 범죄에 비하여 성별, 나이, 사회적 경험, 성에 대한 인식 등에 따라 유무죄 판단, 양형에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바, 이는 피해자의 입장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입장에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구현하기에 적절한 방법이 아닙니다.

또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15년 4월 <우리가 말하는 피해자란 없다> 포럼을 통해 235명의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응답자의 61.9% 가“네가 피해 사실을 주변 사람에게 알려봐야 너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말을, 53.7%가 “너의 피해를 공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는 말을, 49.1%가 “네가 남자에게 만만해 보였기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는 말을 주변 인들에게 들었다는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데 그릇된 통념이 작용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2. 피해자 관점·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해 이 사건을 검토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2018년 4월, 대법원은 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행한 강제추행 관련 판결에서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며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어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을 기준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대법원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본 사건의 경우 또한 행위자는 교사이고, 피해 호소자는 학생입니다. 지난 해 광주지역 스쿨 미투 고발 이후 “왜 그 자리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피해를 고발한 학생은 대답합니다.

“저의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샘인데 제가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나요?”

교사의 평가가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강력한 입시제도가 작동하고 있는 한국 사회.학생을 선도되어야 할 수동적인 대상으로 규정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기 보다는 기성 사회의 시스템에 잘 녹아 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사회 교육 담론은 교사와 학생간의 권력 관계를 형성합니다.

또한 수업 과정이 일어나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는 성별, 나이의 권력까지 3중의 권력 관계가 아주 일상적인 얼굴을 한 채 작동되고 있습니다.

본 사건을 검토함에 있어 교실에서 행해진 교육 행위더라도 그 자리에서 수업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수업을 들어야 할 청자로 앉아 있었던 중학교 학생의 입장에 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0. 06. 17.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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