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가전사의 상술에 휘둘리지 않아야

 가히 가전제품 전성시대이다. 집안을 둘러보면 대부분 가전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가전제품을 대충 손꼽아도 열 가지가 훌쩍 넘는다. 현대 생활에 있어서 주부와 가전제품은 이제 서로 뗄 수 없는 동반자적 위치에 있는 셈이다.

 매일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이 고장이 났을 때 버리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고쳐 쓰려는 주부들이 많다. 이때 출장비와 부품가격 그리고 수리 후 사용할 수 있는 기간까지 꼼꼼히 따져, 수리해서 쓸 것인가 새 제품으로 구입할 것인가를 비교해 보아야 한다.

 결혼한 뒤 대략 10년 주기로 가전제품들이 하나 둘 고장 나기 시작한다. 어느덧 결혼 20년이 지나고 보니 무릎 관절에서 가끔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고, 책을 읽을 때면 눈이 침침하다. 사람의 육신도 오래 쓰다보면 그러할진대 가전제품이야 말할 것도 없다.
 
 11년째 사용하던 청소기의 손잡이가 툭 떨어졌다. 임시방편으로 본드를 접착시켜 사용했더니 얼마 못 가서 아예 작동이 되지 않는다. 서비스센터에 접수를 하니 기사가 방문 할 경우 부품 값에 출장비가 추가된다고 한다.

 출장비 1만원을 줄이기 위해 A/S센터에 가지고 가서 살펴본 결과 모터 고장이었다. 모터 교체비가 6만 원. 손잡이 수리비가 6천 원. 합해서 6만 6천 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새 청소기가 8만 원에서 시작하여 20만 원대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질이 향상된 제품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잠시 고민이 되었다.

 서비스기사한테 그 정도 수리비라면 새 것을 사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새 제품 중 저렴한 것은 모터가 약해 기능이 떨어진다며 수선하여 쓰는 것이 좋다고 귀띔해 준다.

 절약하는 마음에서 고쳐 쓰기로 했다. 수리 후 3년은 잘 썼다. 그러나 기사의 조언과는 달리 다시 고장이 나서 할 수 없이 11만 원하는 제품을 새로 구입했다. 종전 것에 비해 성능 면에서도 훨씬 우수했다.
 
 얼마 후 2~3인용 식기세척기가 고장이 났다. 식기 세척을 하고 나면 싱크대 위가 물이 흥건하였다. 점검을 나온 기사가 살펴보더니 고무 바킹이 녹아 있어 모터와 함께 교체해야 하므로 출장비 1만 원과 수선비 5만5천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일전 청소기의 경험을 한 후인지라 수선을 포기하고 평소에 보아오던 세척기를 구입했다. 27만 원이나 했다. 그러나 새 것을 구입했다는 기쁨도 잠시, 외형은 세련됐지만 예전에 사용하던 제품보다 내부가 작아 오히려 불편하다. 이번엔 새 것으로 교체한 것을 못내 후회했다.

 잊어버릴 만하니 또 오래된 컴퓨터 프린터기가 말썽을 부린다. 서비스기사가 방문하여 문제점을 살피더니 잉크노즐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비용은 5만 5천 원이 예상된다며 컬러잉크와 검정 잉크의 사용 상태를 묻는다. 컬러 잉크는 거의 다 쓴 상태이며 흑백이 반쯤 남았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현재 프린터기의 잉크가 그 정도 소모된 상태라면 고가의 사무실용이 아닌 가정용 프린터기는 새 제품으로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새 프린터기에는 컬러잉크와 검정 잉크가 60% 정도 충전되어 있으므로 새 잉크를 구입할 경우 한 개당 4~5만 원 정도하기 때문에 잉크 값만도 8~9만 원이 든다는 것이다.

 수리를 포기하고 새 제품을 구입하려고 보니 기능이 다양한 복합기들이 많았다. 대략 7만원에서 17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었다. 컴퓨터 작업 도중 수시로 말썽을 부리던 프린터기를 교체하고 보니, 고장 걱정을 안 해도 되고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서 매우 흡족했다.

 대형가전사의 전자제품 고장 시, 친절하게 수리를 해준다. 그렇지만 출장비와 수선비는 만만치 않다. 고가제품의 경우 수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알뜰한 살림 방법이지만, 저가의 상품인 경우 수리할 때는 꼭 면밀히 비교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요즘 가전제품들은 실용성을 중요시한다지만 실내장식의 일부가 되다 보니 성능에서는 별 차이점이 없는데도 외형만 멋지게 출시되어 유행을 선도하는 제품들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대형 가전사의 상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전자제품의 특성상 새 제품이라 할지라도 막 출시됐을 때의 가격과 1~2년 지난 후의 가격 차이는 엄청나다. 이 또한 구입 시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