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시민사회단체, 3일 오전 기자회견 갖고 오리온에 사과 촉구
"청와대 청원 및 불매운동 등으로 오리온의 반노동적 행태 알릴 것"

기자회견문 [전문]

“진짜, 어지간이 괴롭혀라”

억울한 죽음 이후 세 달이 되도록 책임회피!
오리온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

구례 출신의 나이어린 여성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과 성추행 등 비민주적인 회사, 익산 오리온 공장에 다니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구례군 마산면 청천초등학교와 구례여중을 다녔고 순천에 있는 전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여느 특성화고 졸업생들처럼 실습을 했던 전북 익산시에 있는 오리온제과에 인턴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돼 1년 6개월 동안 함께 입사한 동기들이 다 떠난 공장에서 열심히 일했으나 “진짜, 어지간이 괴롭혀라. 오리온은 다닐 곳이 아니다.” 등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버렸다.

지난 3월 전북 익산 오리온 공장에서 일하던 청년노동자 서지현씨가 직장내 괴롭힘 등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고인의 고향인 전남 구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3일 오전 구례 5일장 앞에서 익산오리온 청년노동자 서지현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오리온 측에 사과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구례시민사회단체 제공
지난 3월 17일 전북 익산 오리온 공장에서 일하던 청년노동자 서지현씨가 직장내 괴롭힘 등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고인의 고향인 전남 구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3일 오전 구례 5일장 앞에서 익산오리온 청년노동자 서지현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오리온 측에 사과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구례시민사회단체 제공

장례를 마치고 돌아와 고인이 살던 집에서 발견된 유서를 본 부모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오리온은 헤아려본 적이나 있는가?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백방으로 주변인들의 진술과 흔적을 찾은 결과 상급자의 갑질과 비민주적인 직장 따돌림,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온 사측은 사과는 커녕 자체조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통보한 뒤 금전을 입금하고 연락을 끊더니 가족과 시민모임의 끈질긴 조사결과가 나오니 이제는 고인의 죽음이 사적인 문제로 촉발되었다는 식의 주장을 유포하며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커녕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반인륜적인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스물둘 여성노동자의 죽음의 중심에 있는 오리온 사측, 그 죽음을 조사 중인 노동부 익산지청, 그리고 직장 괴롭힘과 성희롱의 당사자들, 침묵에 동조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은 관행이라는 것과 결별하고 억울한 여성 노동자 죽음 앞에서 바로 지금, 통렬한 반성문을 제출할 때다, 청년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은 도처에 깔려있다.

구의역에서 일하다 사망한 김군,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그리고 며칠 전 광주에서 파쇄기에 끼어 스물여섯의 나이에 사망한 고 김재순 노동자. 청년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반성하고 되돌아 볼 때다.

별이 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자본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 청년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회라면 미래는 없다.

반성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야 말로 미래를 담보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고인과 유가족 그리고 절망의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고 서지현 청년노동자 유가족이 3일 오전 전남 구례 5일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진실규명과 사측의 사과 그리고 재방방지를 호소하고 있다. ⓒ구례시민사회단체 제공
고 서지현 청년노동자 유가족이 3일 오전 전남 구례 5일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진실규명과 사측의 사과 그리고 재방방지를 호소하고 있다. ⓒ구례시민사회단체 제공

오늘, 고 서지현 노동자의 고향인 구례에 모인 우리들은 오리온에게 분명히 요구한다. 생전에 직장 괴롭힘으로 고통 받았음을 유서로 호소한 고인과 그 유가족에게 사과하라.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청와대 청원을 비롯하여 오리온의 비민주적이고 반노동적인 기업행태를 전방위로 알려내고 불매운동도 불사할 것이다.

구례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들은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0년 6월 3일

구례 익산오리온 청년노동자 서지현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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