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농부 시인의 생명 사상

‘농부 시인’ 오형록의 네 번째 시집 『희아리를 도려내듯이』(문학들 刊)가 출간됐다.

「시인의 말」에서 “정말 죽을 만큼 힘들 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글의 힘이었다.”는 고백한 오 시인의 시들은 고향 해남에서 땀 흘려 일하는 농부의 일상 그 자체라 할 만하다.
 

고추며 오이 등 작물의 생태에서 사람살이의 희로애락을 발견하는 그에게 시 쓰기란 삶을 반성하고 미래를 꿈꾸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오랜 고뇌와 담금질을 거쳐야/까다로운 식단을 지배할 수 있듯이/고추를 딸 때 흘렸던 땀을 기억한다면/세상에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희아리를 도려내듯이」 부분)

그가 얼마나 농사를 진정으로 짓는 농부인가 하는 것은 농기계마저 의인화하여 동심과 유머를 자아내는 시 「전문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겨울잠을 즐기는 관리기를

조심스럽게 깨웠다

팔다리를 주물러 주며

일 년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나긋나긋 말해 주었다

아직 숨을 몰아쉬는

트랙터가 다가와 말했다

여보게 친구 이제 자네 차례야

목구멍에 기름칠하라며

텁텁한 막걸리 한 잔을 따랐다

화색이 만발한 관리기가

방긋 웃으며 일어섰다

그 작은 체구에서

흉내 낼 수 없는 절기가 펼쳐졌다

군무를 마친 흙이

두둑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 「전문가」 전문

“아직 숨을 몰아쉬는 트랙터”가 관리기에게 “여보게 친구 이제 자네 차례야”라고 말하는 모습은 함박웃음을 짓게 한다.

“비가림 하우스에/트랙터가 닥치는 대로 부수며/코를 씩씩 불고 다니자/견디다 못한 황토는/생존 본능의 날개를”(「어떤 꽃」) 펼친다는 구절도 그렇다. 이것을 두고 허형만 시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게 바로 농사꾼의 마음이자 시인의 생명 사상이다.”라고 평했다.

그에게 농사는 천직이며, 단순한 직업을 넘어서서 사람이 살아가야 할 도리를 가르쳐 주는 삶의 교과서인 것이다.

“그가 종사하고 있는 농사의 체험은 그대로 언어로 표현되면서, 아니 그보다 언어로 녹아들면서 흙은 물론 고추, 오이, 채소 등 생명의 결실과 그 생명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리기, 트랙터와 같은 농기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의 가치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농부 시인으로서 우주와 한 몸임을 알고 있기에 그의 생명 사상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허영만 시인).

오형록 시인.
오형록 시인.

오형록 시인은 1962년 전라남도 해남 현산 고담리에서 태어나 2014년 계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붉은 심장의 옹아리』, 『오늘밤엔 달도 없습니다』, 『꼭지 따던 날』을 펴냈다.

한국문인협회, 전남문학회, 해남문학회, 목포문인협회 회원이며 2013년 『시아문학』을 발간하며 비영리법인 ‘시아문학’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소개∥

오형록

1962년 전라남도 해남 현산 고담리에서 태어나 2014년 계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붉은 심장의 옹아리』, 『오늘밤엔 달도 없습니다』, 『꼭지 따던 날』을 펴냈다. 한국문인협회, 전남문학회, 해남문학회, 목포문인협회 회원이며 2013년 『시아문학』을 발간하며 비영리법인 ‘시아문학’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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