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작가이자, 대학 시절 때부터 눈여겨봤던 하승완 작가 작업실을 방문했다.

20대 신진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 않는 중에, 당시 학부생으로서는 꽤 완성도 있고, 관심이 갔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동명동에 위치한 작업실에는 갖가지 수집한 물건들이 놓여 있고, 전시에 출품하기 위해 한창 작업 중인 작품들이 보였다.

하승완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하승완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컨셉아트북을 따라 그리면서부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에서 과장된 표정이나, 서사가 함축된 장면 등 만화 혹은 게임적 요소들이 엿보이기도 했다.

최근 작업들은 더욱 이러한 요소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데, 보다 더 자신만의 작업을 찾아가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인간’적인 것에 관하여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모두 ‘인간’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그가 그린 인간은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은 아니다.

동물적인 느낌이 나기도 하고 원시인 같기도, 어떻게 보면 외계인 같기도 하다.

그는 “그리다보니 이렇게 그렸다”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나’ 자신이나 ‘우리’ 혹은 ‘이웃’ 보다는 ‘인간’이라는 종 자체로 보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지나온 인류의 역사, 진화,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이 만들어낸 국가, 사회, 규범, 우리 사회를 규정짓고 있는 틀, 체계에 대해 질문한다. 절대적인 정의, 도덕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고찰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서 나온 듯하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가진 문제는 모두 결국 인간적인, 인간에 관련된 문제인 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무엇이 인간적인 것이고, 무엇이 동물적인 것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서사적 구성과 상징적 요소

그의 작업은 신화나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차용하여 화면 속에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접한 수많은 사건들의 내러티브와 신화 및 성경에 나오는 사건의 내러티브의 구조적 유사성을 탐구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 어떤 세계관을 만들고 스토리를 짠다는 점에서 만화나 게임의 형식과 유사하다.

작년에 열린 ‘Justice Fantasy’라는 제목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 중 하나인 <For Justice>에서는 과거 르네상스 시대에 라파엘(Raphael)이 그리기도 했던 주제인 ‘성 게오르기우스(St. Georgius)와 용’ 전설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성 게오르기우스의 얼굴은 악한 모습으로 보이고, 용의 모습은 선한 모습으로 보여진다.

또한 전체적인 컬러들은 거의 빠지고 ‘불의 색’과 가까운 톤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과거의 이야기를 가져와 재해석함으로써 ‘정의’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2017년 작품에 비교하자면, 정적인 요소들이 동적인 요소로 변화했다. 또한 인물들의 격동적인 움직임을 담으면서 신체의 근육들, 신체 그 자체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하승완- For Justice. 145x112 oil on canvas2019.
하승완- For Justice. 145x112 oil on canvas2019.

그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탐구로 현재의 사회, 정치적 이슈들을 과거의 여러 서사들과 연결함으로써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

1992년생인 그는 ‘회화’라는 장르를 추구하면서도 포토샵으로 러프한 드로잉을 미리 실험해 보는 등 활용가능한 기술들은 모두 작업할 때 사용하려고 한다.

당분간 작품 창작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하는 그의 최근 고민은 작품의 주제를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 다양한 장르 사이에서 예술성을 추구하면서도 동시대성을 담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25호(2020년 4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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