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사랑과 미움의 세월
[이기명 칼럼]사랑과 미움의 세월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0.04.13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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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언제까지 미워할 것인가

‘사랑과 미움의 세월’은 같은 제목의 소설도 영화도 노래도 많다. 사랑과 미움이란 떨어질 수 없이 나란히 달리는 운명의 기차 같은 것일까.

불가사의가 참 많다. 그중에서 인간의 마음처럼 모를 것이 또 있을까.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스스로 자신이 그렇게 모진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아니 착한 인생을 산다고 오만한 생각까지 했다. 친구들도 인정해 주었다. 과연 어떤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누리집 갈무리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누리집 갈무리

고백하건대 요즘 내 마음이 왜 이 지경이 되는지 걱정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진 것이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정치적 신념 탓이 많다. 듣기 좋게 진보와 보수라고 나누지만 나는 민주와 반민주로 나누고 당연히 민주 쪽이다. 내가 살아 온 흔적을 보면 알 수가 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이 비명에 돌아가신 후 나는 그분의 서거가 반민주세력에 의한 타살이라고 확신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 삶의 방향을 바로 잡아 준 그분의 마지막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분노에 몸을 떤다.

그분의 꿈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다.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내 꿈 또한 같다. ‘사람사는 세상’이 그립다.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랑이 충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미움이 사라지는 세상

나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남들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존경한다. 존경받을 근거를 대라면 얼마든지 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다음은 누가 대통령이 될까. 앞날을 말하면 귀신도 웃는다고 한다. 눈앞에 일도 모르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미루어서 짐작할 수는 있고 나도 그렇다.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우열을 점치는 기사가 넘쳐흐른다. 주목받는 후보자들의 발언이 대서특필된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니 후보자들은 언론 보도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언론에 어떻게 보도될 것인지 예상하면서 발언을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안다. 후보자의 과거가 얼마나 진실했던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후보자의 발언들을 소개해 보자.

이들은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미움’을 화두로 삼아 언론에 등장했다. 여당의 후보는 무엇이라 했는가.

“우선 저부터 황 대표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미워하지 않겠다. 황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 그리고 황 대표의 지지자들도 저 이낙연을 미워하지 말아 달라. 우리는 협력해서 나라를 구해야 할 처지다.”

“혹시 제 마음속에서 (황 대표를) 미워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온다면 입을 꾹 다물고 반드시 참겠다. 그래서 이 위기의 강을 건널 적에 국민 한 분도 외면하지 않고 함께 건너도록 하겠다. 위기의 계곡은 아직도 우리 앞에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이 계곡을 건너가야 한다.”

“위대한 국민을 믿고 우리 앞에 놓인 위기의 강, 고통의 계곡을 국민 어떤 분도 낙오하지 않고 건널 수 있도록 모두 손을 잡아야 한다. 서로 이해하고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전선은 2개다. 하나는 ‘코로나19’라는 본 적도 없는 해괴망측한 전염병과 싸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코로나19로 생긴 우리 경제의 위축과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전쟁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리가 더 빨리 이겨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우리 국민이 너무 위대하기 때문이다.”

야당후보는 무엇이라 했는가.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가게 망했다. 나는 망한다.’ 언제부터인가 ‘망했다’는 이 험한 말이 자기를 소개하는 말처럼 되어 버렸나”

“내 아버지 내 어머니의 자부심마저 망하게 하지 않았는가? 나에게 저주를 일으키게 하지 않았는가?”

“내 부모님이, 내 자식들이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이냐? 아니다. 내 부모님, 내 자식들은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우리는 성실하고 착하게 살았을 뿐이다.”

“그럼 왜 이렇게 됐느냐. 모든 건 무능한 정권의 문제다. 권력에 눈먼 자들이 제구실을 못해 우리가 지금 험한 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미워한다.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이 말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두 후보자의 발언을 들으며 그들 사이에는 도저히 건너지 못할 깊은 계곡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인가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이 바로 선거전이라는 말도 있다. 정말 요즘 보면 선거라는 것이 인정머리라고는 손톱만치도 없는 것 같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총선은 같은 땅에서 숨 쉬는 동족끼리의 일시적 전쟁이다.

순식간에 수십만 명의 목숨이 사라진 제2차 대전 말 일본에 투하된 원자탄은 전쟁의 비극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잔혹성의 극치였다. 그런데도 지금 일본은 미국을 우방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는 무슨 전쟁을 하고 있는가. 누군가 더 국민의 행복과 번영을 약속하고 경쟁하는 전쟁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맞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공개적으로 미워한다고 할 수 있단 말이냐.

선거가 끝나면 그들은 다시 만난다. 험한 말은 이제 그만 하지 말자. 가슴에 못이 박히는 말은 하지 말자. 판단은 후보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한다. 국민이 한다. 못된 선거운동을 하면 자신만 손해를 본다. 싸움만 하려는 사람과 일을 하려는 사람을 국민이 가려내서 뽑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현명한지는 이미 촛불혁명에서 보지 않았더냐. 사랑과 미움의 세월에서 ‘미움’ 두 글자는 싹 빼 버리자. ‘사랑’만 안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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