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의 충고

땅을 쳐도 소용없다. ‘백패스 똥볼’은 골라인은 넘어갔고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잠시 후 타임아웃. 우린 졌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똥볼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전혀 본의 아닌 골이다. 안전하게 방어를 한다고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했고 그게 똥볼이 된 것이다.

결승전이었다. 며칠 동안 학교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 특히 후배들이 쳐다볼 때는 더 했다.

경험은 좋은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도록 난 얼마나 많은 똥볼을 찼던가.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다.

■기레기에게 충고를 듣다니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왜 새삼스러운 얘기를 지금 하고 있는가.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 했지만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화를 받았다. 전혀 생각지 않던 전화다. 전엔 괜찮은 기자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난 그를 기레기라고 부른다. 새까만 후배다.

‘선생님을 존경하니까 이 말씀 전해드립니다. 민주당 요즘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다가 총선 실패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기레기라고 하시는 거 알지만 속까지 기레기는 아닙니다.’

이게 무슨 소라냐. 이 기레기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인가.

‘선생님.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압니까. 오만입니다. 건방 떠는 겁니다. 민주당이 승리했습니까. 지금 계속 똥볼 차고 있습니다. 그게 국민들에겐 뭐로 보이겠습니까. 오만입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해서 욕먹는 일 없습니다. 이낙연 총리도 겸손을 가장 큰 덕목으로 강조하지 않습니까’

맞다. 이낙연 후보의 상표는 겸손이다. 겸손과 소신이 상표라고 할 정도의 정치인이다. 이번 임미리 교수 고소 사건에도 겸손을 강조했다.

좌우간 난 방망이로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기레기에게 충고를 듣다니.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는 여러 기억. 건방 떨다가 쫄딱 망한 경험이 있다.

자세한 설명은 그만두자. 다만 지금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해 짜증을 낸다는 것이다. 할 말이 없었다.

■민주당만 빼고 찍자

임미리 교수라는 분의 칼럼 제목이다. 경향신문에 실렸다. 민주당원들이 열 받았다. 이해찬 대표도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민주당이 고발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서도 임미리 교수의 글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읽어 봤지만 못 됐다. 옛날 그의 정치행적도 다 드러났다. 그러나 고발은 참아야 했다는 생각이다.

조금만 더 참아야 했다. 하지 말아야 했다. 회초리 정도를 들어야 했는데 장작개비를 들었다. 그냥 무시해 버렸으면 어땠을까. ‘찍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세요.’ 뒤로 물러섰으면 어땠을까.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좋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명심하세요. 저도 기레기 소리를 듣지만 언론 때문에 나라가 걱정입니다. 조·중·동 오래 못 갑니다. 선배님. 오래 사세요.’

허 참, 이 자식이 사람 울리네. 병 주고 약 주냐. 그래도 옳은 충고해 주니 고맙다.

■절대 똥볼 차지 말자

노무현 대통령이 초선의원 때다. 명동 YWCA에서 정치인 후원회 행사가 있었다. 노 의원과 함께 갔다.

주인공은 이해찬 의원. 난 이해찬이란 정치인을 처음 봤다.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그의 민주화투쟁 경력을 존경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가 가는 길은 한결같았다. 민주화의 길이다. 가시밭길이었다. 이번 임미리 고발 사건도 그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이번 총선 매우 중요하다. 잘못되면 큰일이다. 민주당이 한국당에 끌려다니며 법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도 모두 머리 숫자가 부족해서다.

4월 총선에서 반드시 크게 이겨야 한다. 한데 악재라니. 건방지게 보이다니. 오죽하면 기레기가 충고를 하겠는가. 절대로 똥볼 차지 말자.

민주당의 아는 의원들에게 말했다.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에게 대놓고 말은 못 하겠단다. 나더러 말을 하란다. 솔직히 나도 싫은 소리는 하기 싫다.

더구나 욱하는 이 대표 성질인데. 우선 칼럼부터 하나 쓰기로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민주당 안에서 자성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정신 차려야 된다는 중론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얼마나 좋은가. 이해찬 대표도 현명한 사람이다.

■너도, 나도 봉준호. 정치인들 창피한 줄 알아라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미래통합당 누리집 갈무리

메뚜기도 한철이다. 선거 때가 되니 웬 놈의 정당이 쏟아지는지. 무슨 당 무슨 당, 정신이 없다.

국회의원 하나가 입당하니까 정치자금 5억을 더 받는다던가. 에라 이 순 강도 양아치. 이X열이란 인간은 아주 대한민국 정당을(정의당만 빼고) 한 바퀴 뺑 돌았다.

어지럽지 않더냐. 하기야 죽자하고 손학규 따라다녔으니 결과가 뻔하다. 개나 사람이나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상 4개를 휩쓸었다. 쥐나 개나 모두 봉준호 찬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걸작이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강효상이다.

그는 대구 출신이다. 그는 봉준호가 대구 출신이라면서 이웃이라고 떠벌렸다. 대구 출신이면 모두 이웃인가. 한데 기막힌 사실이 있다.

봉준호 감독은 박근혜 정권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온갖 불이익을 당한 예술인이다.

블랙리스트 인사를 빨갱이라고 두들겨 팬 언론이 어디인가. 조선일보도 빠지지 않는다. 그 신문에 편집국장이 강효상이다. 아무리 벼룩이 낯짝이기로서니 어떻게 봉준호가 이웃이라는 말이 목구멍을 넘어오던가.

기레기가 아니라 기레기 할애비라해도 못할 것이다. 영화 기생충 보고 기생충 됐는가. 사람 노릇을 좀 해라. 죽은 다음엔 후회해도 소용없다. 속으로 축하해라.

다시 말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가 대표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다간 큰일 난다.

국민은 당신들 하나하나를 민주당 대표로 여긴다. 절대로 똥 볼을 차지 말아야 한다. 힘들게 잣 까서 한입에 털어 넣지 말라.

내가 창신초등학교 졸업생이라는 칼럼을 썼더니 전화가 빗발친다. 기분이 좋다.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한번 한다. 진짜 진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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