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함이 사라진 자리에 편법이 난무"

헬스 클럽에는 거울이 많다. 헬스 클럽 측에서는 거울을 보며 운동 자세를 교정하라는 취지로 거울을 설치했을 것이고, 이에 걸맞게 운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거울을 보며 운동했다. 하지만 요즘의 헬스 클럽 풍경은 조금 다르다

거울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운동 채널을 보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덩달아 위험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여럿이 함께 운동하는 공간에서 유튜브에 집중한 나머지 미처 주변을 살피지 못해 운동 중인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

헬스 클럽은 무거운 기구를 이용해 몸을 가꾸는 곳이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 항상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살펴야 한다.

운동 중인 사람의 주변에 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튜브를 보며 운동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를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한다.

유튜브가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유익한 운동 정보를 전하려는 다수의 유튜브 운동 채널과 달리 자극적이고 검증이 부족한 정보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유튜브 운동 채널도 있다.

이로 인해 잘못된 방식이나 무리한 수준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을 헬스 클럽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하곤 한다.

필자는 처음 운동을 배울 당시 헬스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광주광역시 대표 보디빌더(현재는 세계대회에서 입상한 유명 보디빌더임)에게 운동을 배웠다.

그리고 3년 이상 이론과 실기를 공부했고, 헬스 클럽 트레이너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그래서 헬스에서 만큼은 제대로 운동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런 필자가 보기에 검증 안 된 유튜브 운동 채널이 사람들에게 끼치는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유튜브 운동 채널이 어떻든 간에 안 보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맞는 말이지만 이는 사람들이 유튜브 운동 채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요즘의 헬스 클럽에서는 따로 거액의 PT(Personal Training)를 신청하지 않으면 초보자라도 충분히 운동법을 배울 수 없다.

헬스 클럽에 마련된 운동 기구의 사용법조차 충분히 배우기 어려운 것이 요즘 헬스 클럽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헬스 클럽 업계의 비즈니스 구조의 변화에서 파생되었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헬스 클럽에 PT 문화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PT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일정 기간 헬스 클럽에서 운동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다.

전문 운동선수나 재활이 필요한 사람 등 특정한 계층에게만 소비되던 PT가 번진 근본적인 이유는 월 회비만으로 헬스 클럽을 운영하기 힘든 현실에 있었다.

헬스 클럽 운영을 위해서는 월회비를 반드시 올려야 했다. 하지만 회원들의 반대와 이탈을 우려해 처음에는 여러 달을 등록하면 회비를 할인해주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회비 할인 시스템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헬스 클럽 업계는 차선으로 PT의 보급에 나섰다.

그나마도 월급이 적었던 헬스 트레이너들의 기본급을 줄이고, PT 수익을 트레이너와 헬스 클럽이 배분하는 운영 시스템을 설계했다.

자연스레 트레이너와 헬스 클럽 모두 PT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PT를 끊지 않은 신규 회원들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PT 위주의 헬스 클럽 운영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다. PT 영업도 영업이고, PT란 몸과 몸이 마주하는 영역이다 보니 운동 실력보다는 외모가 출중한 헬스 트레이너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벌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트레이너의 운동 실력 부족은 회원에게 악영향을 주었고, 급기야 일부 트레이너들은 성과를 위해 회원 모르게 회원이 마시는 물에 약을 타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20년 전 필자는 3개월에 회비 10만 원을 주고 헬스 클럽에 등록했다. 어제 필자는 3개월에 회비가 9만 9천 원인 헬스 클럽 광고를 보았다.

20년 전과 비교해 운동 기구가 좋아졌고, 건물 임대료와 각종 물가는 인상됐다. 하지만 회비는 그대로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우리의 욕심이라 생각한다.

정당한 회비 인상이 있었더라면 PT를 신청하지 않는 회원들에 대한 무관심, 부정확한 유튜브 운동 채널의 확산, 헬스 트레이너의 임금 축소, PT의 난립, 성과를 위한 편법의 성행이 좀 더 적거나 없지 않았을까.

‘싼 것이 비지떡’이다. 정당한 대우를 받으려면 정당한 대가도 치러야 한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23호(2020년 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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