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오월. 기억하라! 그날의 함성

불혹의 세월을 견뎌낸 5·18민중항쟁기념이 40주년으로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기념행사로 인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진실규명은 요원하기만 하다. 무엇을 어떻게 계획하고 예정하고 있는지 조선호 사무처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흔 해를 견뎌왔다. 40주년의 궁극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조선호 5·18민중항쟁 40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사무처장.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조선호 5·18민중항쟁 40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사무처장.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행사위원회의 취지는 ‘대동세상’이다. 해방공간이었던 80년 5월 10일간의 항쟁은 세계사의 민주 인권 항쟁에 길이 남을 역사적 순간이었다.

우리는 열흘 동안 해방공간을 누렸으며 주먹밥과 총과 민주를 경험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온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온 힘을 박차고 있다.

행사위원회 기획단은 2018년 9월부터 꾸려졌고 지속적인 논의 구조를 가졌다. 오히려 난 12월에 결합해 현재에 있다.

박종화 기획단장이 이끈 기획단이 표방하는 40주년 궁극의 방향은 △청년(청소년)이 주인으로 서는 5·18 △5·18의 참여정신을 전국화, 세계화로 이끌어내는 △향후 10년의 방향성 정립에 있다.

-무엇을 기획하고 있는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말한다면?

단적으로 말한다면 40주년의 행사기획과 실행에 대한 방향과 실천에 대한 일이다.

아직 구체적이고 확실한 집행은 없다. 현재는 광주시민단체의 뜻과 의지 등을 정리하고 홍보하는 중이다.

다시 말하면 광주시민의 다양한 의지 발현에 대한 중지를 모으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예를 들면 각종 기념식이 예정되어 있을 터인데, 10일간의 항쟁에 대한 행사를 이끌어가며 새로운 시대의 오월정신을 어떻게 보여주도록 가져갈 것인가 하는 이야기이다.

행사 중 가장 중요한 전야제 역시 예전과는 다른 어떤 형식이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전국대상의 국민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그날의 함성처럼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대동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1일은 광주시민의 날이고 도청을 계엄군으로부터 탈환한 해방의 날이다.

광주시민을 세계로 견인하는 무엇인가가 우리 모두에게 진행될 예정이다. 23, 24일에는 범종교계의 참여도 있을 예정이며 27일, 부활의 날에는 부활문화제가 예정되어 있다.

이 모든 행사에는 시민참여의 적극성을 최대한 취할 예정이다. 그 외 장르별로 별도의 행사, 전시 등이 있다. 기획단 논의를 기초로 40주년 행사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움직일 것이다.

-5·18민중항쟁 당시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오랜 시간 광주전남6월항쟁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6월항쟁을 있게 한 모태가 고3때 나를 통과한 5·18민중항쟁이었다.

한 번도 그 날을 잊은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 5월 당시 난 고3이었고 백운동에 살았다. 어머니는 전대병원 로터리에서 가게를 했다.

난 남광주 시장 앞에서 지나던 트럭에 올라탔고, 화순과 나주를 거쳐 총을 가져와 날랐다. 트럭 위에서 옆에 있는 어른이 공중에 선회하던 헬리콥터를 향해 총을 쏘았고 헬리콥터에서 연기가 나며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았다.

오랫동안 추락으로 인해 사상자가 났을 것이란 죄의식에 시달렸으나 최근에야 추락폭파된 헬리콥터는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채감을 놓았다.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5월 27일의 새벽하늘이다. 어머니에게 감금되다시피 갇혀 있던 난, 갑갑증에 못 이겨 집의 옥상에 올라갔다.

푸른빛의 새벽이 오기 전의 시간이었다. 믿기지가 않아서 손가락으로 일일이 세었는데 27대의 헬리콥터가 컴컴한 하늘에 떠 있었다.

그것들은 서서히 선회하면서 한 곳을 향해 발포했는데 컴컴한 하늘에 불빛이 번쩍거리며 한 곳을 집중 사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신기하게도 그날 헬리콥터를 목격한 사람이 드물었다. 이 목격담은 최근에 증언목록에 추가되었다.

-행사진행에 대해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참여라고 여긴다. 실질적 필요성이 강력히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그동안 행사는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문화적으로 드러난 강경함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행사위가 내건 구호와 현실의 불일치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시민들을 대상화하거나 객관화 하지 않은 40주년 행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10일간의 항쟁은 시민 중심이었다. 누구나 시민군이 되어서 국가폭력에 총을 들었다. 광주정신은 박애정신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위대한 광주시민이 만들어냈던 광주정신이 민주화의 리드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40주년은 ‘전환’의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물론 시민이 주인으로 나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는 전환일 것이다. 대동세상이었던 어디에도 시민들이 있었고 이 오월정신은 진실의 탐구로 이어져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진실을 규명하려 노력과 관심을 가질 때 우리의 오월은 통일로 발전할 것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23호(2020년 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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