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시면 푹 쉬시죠

“의원님. 부산에 출마하십시오.”

“선생님. 떨어질 게 뻔한데 부산에 나가라 하십니까. 저더러 죽으라는 건가요.”

“사즉생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죽어서 사는 것입니다.”

“에이. 국회의원은 떨어지면 끝이에요.”

적절치 못한 비유를 사죄드린다. 만약에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 출마를 거부하고 종로 출마를 고수해 금배지 달았으면 역사는 뭐라고 했을까.

그냥 그렇고 그런 정치인이라고 했을 것이다. 오늘의 노무현도 없었을 것이다. 죽는 곳인 줄 알면서 오직 대의를 위해 부산을 택했고 낙선했다. 국민들은 ‘바보 노무현’이라고 했다.

그 말은 이제 한국 정치의 신화가 됐다.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바보 노무현’이 필요한가. 가슴이 저려온다.

■아무나 바보가 되는가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두 발 달린 짐승은 맘대로 어디든지 간다. 두 발 달린 짐승이 누구냐. 사람이다. 그러나 자신의 발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아무 데나 마구 가는 게 아니다.

갈 곳을 가야 한다. 길을 두고 왜 산으로 가느냐는 말도 있다. 인간은 바른길을 가야 한다. 그래야 사람대접을 받는다.

‘저 친구 길을 잘못 들었어. 정치를 할 게 아냐.’ 방송에 나오는 정치인을 보며 친구가 말한다. 그럼 어느 길을 택했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말을 안 한다. 나중에 다시 물으면 다른 것은 몰라도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정치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런 사기꾼들은 절대로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문득 좀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하는 짓거리를 보면 저런 말을 들어도 싸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이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니 너무 슬펐다.

건국하자마자 독재자 대통령.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탈취한 두 사람의 대통령. 파렴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대통령과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 생각하면 땅을 칠 노릇이다.

이런 땅에서 누군들 대통령 못 하겠느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가슴을 칠 일이다. 선거도 경쟁이다.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은 냉정한 판단이다. 대표 잘못 뽑아서 속상한 경험 절절히 경험했다. 아마 벌써 판단했을지 모른다.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자신을 대단한 정치가로 자부하며 큰소리치는데 정치만은 하면 안 된다니 펄펄 뛸 노릇이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 자업자득이다.

아는 정치인들이 많다. 얼굴만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아는 정치인이 좀 있다. 내가 아는 정치인은 반듯한 사람들이 많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셨다.

내가 후원회장을 하는 정치인이 좀 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후원회장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론멘토단 고문을 지냈다.

좋은 정치인은 마다하지 않고 후원회장을 한다. 거절한 정치인들도 있다. 섭섭하겠지만 도리가 없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

국민을 위해서는 스스로 바보 되기를 서슴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 아무나 바보가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내 인생의 절반을 떼 내어 드려도 아깝지 않을 정치인이었다.

대권포기 선언

종로는 내 집안이 수백 년을 대대로 살아 온 곳이다. 종로구 내수동 00번지. 내 본적지다. 요즘 종로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국민들이 종로를 주시한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대통령을 둘이나 배출한 곳이다. 종로가 관심 1번지가 된 것은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때문이다. 최장수 총리를 역임한 이낙연 전 총리의 종로 출마가 거의 확정적이다. 종로에 전세까지 얻었다니 안 믿을래야 안 믿을 도리가 없다.

한데 주목을 받는 더 큰 이유는 황교안 때문이다. 황교안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요즘 그를 보면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적인 상식인이면 황교안의 종로 출마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가. 구차하지만 몇 마디 설명하자.

황교안이 대권의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만약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이낙연과 대결을 피한다면 어떻게 될까. 설명이 더 필요한가. 난감한 것은 황교안이다. 왜 난감한가. 대답하라기에는 너무 잔인하다.

“당이 요구하는 대로 따른다.”는 것이 이낙연이다. 그럼 한국당은 어떤가. 상식인이라면 황교안을 꼽을 것이다.

현재 한국당은 제1야당이고 황교안은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2위다. 야당의 최고 목표는 정권교체 아닌가. 당연히 황교안이 이낙연과 대결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원들도 국민들도 믿고 있다.

그러나 황교안의 생각은 좀 다른 거 같다. 종로에 나가느냐 마느냐도 결심이 안 선 것 같다. 나가야 하는 게 정답인데 나갔다가 왕창 깨지면 어쩌나. 어떻게든 종로에서 대결을 피하고 모양 좋게 샛길로 돌아 바로 대선후보가 되는 방법은 없는가. 꿈같은 소망이다.

정권교체라는 명분으로 야당 모두가 똘똘 뭉쳐 자신을 지지하면 얼마나 좋은가. 귀국하는 안철수도 반대하는 유승민도 조무래기 하태경도 모두 자신을 추대해 준다면 얼씨구나 할 텐데 싹수가 노랗다. 안철수의 꿈도 얼마나 큰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변 사또(황교안)의 마음을 다들 안다. 그러나 춘향(경쟁자)이 마음이야 어디 그런가. 저마다 그려 놓은 그림이 있다.

무심한 시간은 속절없이 가는데 황교안의 가슴은 오뉴월 땡볕에 논바닥 갈라지듯 한다. 그의 타는 가슴속에 시원한 냉수 한 바가지 부어줄 사람은 어디 있는가.

■사람이 먼저다

세계 정치에서 정치인들이 한국처럼 고소·고발을 잘하는 곳이 없지 않을까. 법을 잘 아시는 고시 출신 의원들, 특히 검찰 출신 의원들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해 본다.

주광덕이 또 고발을 당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누가 누구를 조롱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던가. 조국 딸의 생활기록부도 귀신같이 보신 분이 아니신가. 과연 이런 일들이 한국당에 어떤 이득이 될지부터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이럴 때 당의 어른인 대표가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중심이란 권위가 있어야 한다. ‘결사항전’이란 말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 중 하나가 황교안이다.

결사항전이 얼마나 엄청난 말인가.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는 것이다. 6·25 때는 결사대라는 것도 많이 있었다. 토치카(사격 진지)를 폭파한 ‘송악산 육탄10용사’를 아는가. 담마진(두드러기) 때문에 군대도 못 간 황교안이 ‘결사항전’을 외치니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쓸데없는 거짓말로 고발당해 당의 위상만 추락시키는 의원들을 따끔하게 야단쳐서 자신의 격을 좀 높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사라는 게 말로 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말도 아니다. 결사도 좋은 사람과 하지 않으면 개죽음이다. 맹목적인 충성파는 색깔만 아름다운 독버섯과 같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던가.

기레기 언론들은 절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 조·중·동이 대단한 것 같아도 이제 약발 다 떨어졌다. 어디 가서 조·중·동 입에 올리면 사람대접 못 받는다. 기래기 믿고 정치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황교안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인물이다. 인물 없는 땅에서 그래도 인물이다. 잘 처신해야 할 것이다.

“대표님, 어디로 가시옵니까.” 더 이상 묻게 하지 말라.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