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기록물 23권, 국가지정기록물로 첫 등재
고려인 기록물 23권, 국가지정기록물로 첫 등재
  • 조지연 기자
  • 승인 2020.01.19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려인 유명작가 소설, 희곡 등 21권
고려극장 80여년 담은 사진첩 2권 등

광주고려인마을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에 전시될 기록물이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됐다.

국가기록원에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로 등재된 고려인기록물은 고려인 유명작가나 문화예술인들이 남긴 소설, 희곡, 가요필사본 등 육필원고 21권과 고려극장 80여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첩 2권 등 총 23권이다.

고려인 육필 원고기록물, 극작가 김해운의 '장화 홍련'. ⓒ김병학 제공
고려인 육필 원고기록물, 극작가 김해운의 '장화 홍련'. ⓒ김병학 고려인 연구가 제공

기록물 소장자 김병학 고려인연구가에 따르면, 작년 4월 광주고려인마을 주최로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기념 고려인역사유물전시회 준비과정에서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 인사와 첫 만남이 이루어져 등재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국가기록원 측의 자체심사와 몇 차례의 외부전문가 심사를 거쳐 작년 연말에 최종적으로 등재가 확정됐다.

등재순서에 따라 고려인기록물은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고(제1호), 이승만 대통령 기록물(제3호), 조선말 큰사전 편찬 원고(제4호), 도산 안창호 관련 미주 국민회 기록물(제5호), 3.1운동 관련 독립선언서류(제12호) 등에 이어 제13호 국가지정기록물이 되었다.

이는 국가기록원이 정부차원에서 고려인기록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한 첫 사례로 올해 문을 여는 고려인역사 유물전시관의 위상을 한껏 드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광주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에게는 직계 조상들이 남긴 문화적 성취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다양한 계획과 비전을 갖고 활동하는 광주고려인마을에도 시너지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소장된 기록물들이 더 있는 만큼 발굴, 정리의 여부와 정도에 따라 추가 등재의 길도 열려있다.

이번에 등재된 고려인 육필원고기록물은 고려극장 1세대 극작가 김해운의 희곡 8편, 2세대 극작가 한진의 희곡 8편 및 소설 1편, 고려인 1세대 산문작가 김기철의 소설 2편, 기타 가요필사본 2편으로 고려인 모국어문학작품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희곡 8편이 등재된 극작가 김해운은 1932년 블라디보스토크와 1939년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설립된 고려극장(조선극장)의 창단멤버이며 1950년에는 사할린으로 건너가 조선극장을 크게 중흥시킨 인물이다.

그는 1932년부터 1959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와 타쉬켄트와 사할린이라는 각기 다른 장소의 고려극장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희곡작품을 남겼다.

그중에서 희곡 「동북선」(1935년)은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고 무엇보다도 격렬한 항일노동운동을 다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9편의 작품을 등재목록에 올린 극작가 한진은 탁월한 고려인 2세대 한글문학작가이자 고려극장의 유일한 프로극작가로 1964년부터 1993년까지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에서 활동했다.

그는 미학적으로 세련된 희곡작품을 생산함으로써 고려극장의 전반적 연기수준을 한 단계 드높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희곡 「산부처」(1979년)는 소련문화계의 큰 주목을 받아 두 차례나 모스크바초청공연이 이루어졌으며, 희곡 「폭발」(1985년)은 소련고려인이 생산한 모든 장르의 문학작품을 통틀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주요사건으로 다룬 유일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또 중편소설 「공포」(1989년)는 고려인 강제이주의 참상을 가장 실감나고 적나라하게 묘사한 최초의 고발작품이다.

사진기록물로 등재된 고려극장 사진첩 2권은 1932년 고려극장 창단 이후부터 2000년 무렵까지 고려극장이 무대에 올린 각종 연극과 배우들의 활동상황을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는 260여장의 풍부한 자료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려극장은 193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설립되어 현재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으로 그 명맥이 어어져 오고 있는 세계 최초의 우리말 전문연극극장이다.

김병학 고려인 연구가.
김병학 고려인 연구가.

고려인기록물 소장자 김병학 고려인연구가는 1992년에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가 민간한글학교 교사, 대학한국어과 강사, 재소고려인신문 고려일보 기자,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센터 소장 등으로 일하다가 2016년에 귀국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동안 1만 점이 넘는 각종 고려인 유물들을 수집했다. 김병학 연구가는 고려인 관련 유물을 광주고려인마을과 공동 소유하는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집 『천산에 올라』, 에세이집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 사이에서』, 번역시집 『모쁘르마을에 대한 추억』, 『황금천막에서 부르는 노래』, 고려인관련 편찬서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 1.2』, 『한진전집』, 『김해운희곡집』, 『경천아일록 읽기』 등 다수의 고려인관련 서적을 펴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