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골도 골이다

■중증 판단조절 장애

“자네를 안 지 몇 십 년인데 자넨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까지 한결같이 반대했네. 혹시 ‘중증 판단조절 장애’아닌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조절장애 문제를 많이들 얘기한다. 나도 많이 생각한다. 일부 인간들이긴 해도 어떻게 저런 반민주 사고를 머리에 담고 사는가. 사람이라고 생각도 안 했다. 한데 내가 반문을 당했다. ‘중증 판단조절 장애’가 아니냐. 기가 막힌다.

5·16군사정변, 5·18광주학살, 12·12군사반란. 이런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늘 하는 말은 상식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판단 기준이 상식이라고 늘 강조했다.

도장은 내가 찍는다. 왜들 이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노무현 의원에게 진중권을 처음으로 소개를 한 사람이 나다. 진중권 얘기는 여기서 끝내기로 하지만 딱 한 마디만 한다. 사람이 살아온 대로 살아야지. 안 그러냐. 옛날 생각 하면 자신이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기가 막힐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친문은 모두 양아치며 그들의 말이 모두 개그’라고 한 말은 너무 했다. 나도 도리 없이 개그나 하는 양아치가 됐다.

사람은 수없이 바뀐다고 하지만 바뀌어도 너무 고약하게 바뀌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중에 하나가 진중권이다. 그렇게 똑똑하다고 평가한 진중권을 ‘중증 판단조절 장애’라고 내가 부르게 됐으니 너무 슬프다. 내가 판단 장애인가.

검찰개혁이 국민의 최대관심사가 됐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검찰은 인사문제로 국민의 혼을 빼놓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 바로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인사를 하지 않고는 개혁은 아예 생각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 여론이라고 생각한다. 인사는 단행됐고 말이 많다.

추미애 장관은 인사문제를 의논하자고 했고 명단을 달라고 했는데 윤석열이 장관에게 인사명단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던가. 추 장관은 윤 총장을 6시간이나 기다렸으나 꿩 구어 먹은 소식이다.

법무부의 인사권자는 누구냐. 장관이다. 윤석열과 의논은 할 수 있지만, 결정은 장관인 추미애가 한다. 법에 그렇게 되어 있다. 윤석열이 안 읽어 보았는가. 분명한 항명이다.

개인 회사에서 사장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회사의 전무나 상무와 논의는 할 수 있다. 의견이 다르면 사장이 결정한다.

헌데 이들이 자신과 의논을 하자며 튕기면 도리없이 사장이 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들이 오케이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금 추미애 장관이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당과 기레기 언론들이 아무리 거품을 물어도 인사는 장관이 하는 것이다. 지들도 뻔히 알면서 개기고 있다.

전쟁 중 항명은 총살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 전쟁 중에 항명은 즉결처분이다. 총살이다. 6·25전쟁 중에 그랬다. 국방부 장관 명령을 참모총장이 안 듣고 사단장이 참모총장에 항명하면 나라 망한다.

장개석 군대다. 윤석열은 뭘 믿고 법무부 장관에게 항명했는가. ‘중증 판단조절 장애’로 자신이 법무부 장관인 줄 착각했는가.

입이 천근인 이낙연 총리도 속이 상한 모양이다. ‘장관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검찰에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기레기 언론들은 윤석열이 불만을 품고 직을 던질 것이라고 연기를 피우지만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윤석열도 사퇴는 없다고 했다. 모두 중증 판단조절 장애인가. 이럴 때 윤석열이 딱 사표를 던지고 ‘항명했으니 사표 낸다.’ 물러나면 어떻게 되는가. 나도 중증 판단조절 장애인가 아닌가.

경험은 참으로 좋은 스승이다. 윤석열은 이미 박근혜 정권 때 찍혀 좌천을 당했다. 그는 견뎠다. 불량정권에 학대받는 모습으로 각인됐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바로 딱 맞아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수립 후 승승장구 오늘에 이르렀다. 죄 없이 정권에게 쫓겨났다는 인식이 다시 국민에게 각인된다면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정상적으로 가자. 상식으로 살자. 내가 ‘중증 판단조절 장애’로 치유 불능 상태라 그런지는 모르나 결론은 났다. 보따리 싸는 것이다.

자살골도 골이다

중학교 시절 축구선수를 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도 안 되지만 기막힌 구경을 많이 했을 것이다. 체험도 같다.

경기 중에는 아주 다급한 경우를 당하는 수도 있다. 상대 공격수들이 몰려오는데 수비수가 없다. 안전한 방어로서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한다. 안전한 수비 방법이라고 선택한 것이다. 한데 아뿔사.

이 말을 해야 하는가. 공이 점잖게 내 편 꼴 문을 넘어간다. 멍하니 서 있는 골키퍼. 이런 걸 자살골이라고 하던가. 자살골도 골이다. 이미 일은 저질러진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자살골이니 골이 아니라고 아무리 우겨 봤자 바보 선언이다. 누구 얘긴가. 노코멘트.

총도 쏠 때 쏴야지

문자 하나 쓴다. ‘인자삼즉면살인(忍字三則免殺人)’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문자다. 진짜 많이 들은 말이다. 그러나 인생이 어디 그런가. 오히려 참으면 안 되는 경우가 쌔고 쌨다.

모두가 결단해야 할 때가 됐다. 칼은 빼면 빼고 말면 말아야지. 중간쯤 빼고 가만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연애편지 들고만 있으면 뭘 하는가. 전해야 한다.

윤석열도 결단의 시간이 왔다. 추미애의 마무리 결단을 주시한다. 윤석열은 무슨 결단을, 매일처럼 국회광장과 광화문, 청와대 앞을 헤매는 황교안은 어떤 결단을 해야 할까.

모두가 ‘중증 판단조절 장애 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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