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경제에 대해서도 위기론을 제기해 주목된다.

이 회장은 9일 투명사회협약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삼성전자 주력업종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심각하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문제"라며 "정신을 차려야 한다. 5-6년 뒤에는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한국 경제가 원고,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침체 등 국내외 경제 환경 악화로 몇년째 성장이 답보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위기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도 취임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요구받고 "(삼성이) 커져서 좋기는 한데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었다.

이 회장은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샌드위치 신세여서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 한반도의 위치"라고 지적했었다.

이 회장이 잇따라 위기론을 제기한 데 대해 삼성측은 딱히 한국경제 전체가 위기라고 지적하기 보다는 대내외의 위기극복을 위해 창조경영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선도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잇따른 위기론 제기는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의 수뇌부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재 삼성 그룹 및 삼성전자의 글로벌 위상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 사업의 발굴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서 새로운 창조적 혁신의 물결을 맞고 있다"며 "안팎에서 밀려오는 도전과 변화의 파고 속에서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위기 극복을 위한 창조적 발상과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제까지 1등이던 기업이 경쟁력을 잃는 순간 일류 대열에서 사라지고 후발주자가 순식간에 정상에 올라서는 시대가 됐다"며 "삼성도 예외일 수 없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정상의 발치에서 주저앉을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실제로 삼성그룹 역시 2004년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약화되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삼성은 2004년에 135조원의 매출을 올린 이후 2005년 144조원, 2006년 141조원에 그쳐 좀처럼 재도약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또 반도체 수익률이 예전만 못하고 휴대전화는 노키아 모토로라의 대약진과 소니 에릭슨의 추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경제 전체로 보면 미국 달러는 물론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대폭 하락한 원 환율,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노사분규, 높은 실업률, 부동산가격 폭등, 경상수지 흑자 축소 등으로 성장을 위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유례없는 원고(高)에도 불구하고 수출 3천억달러 시대를 개막하고 종합주가지수가 1,400선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도 한국경제는 '외화내빈'과 '불안'으로 규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수출의 '외끌이 성장', 노사분규 장기화,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는 가운데 불안과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와 이 회장의 위기론이 맞닿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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