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당신들 맨정신으로 그 짓들 하는가
[이기명 칼럼] 당신들 맨정신으로 그 짓들 하는가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19.12.20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가 격투기장으로 보이나

어렸을 때 기억이다. 머리를 산발하고 수염을 기른 채 히죽히죽 웃으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남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미친X이라고 슬슬 피했는데 애들은 예술가라며 따라다녔다. 예술가는 머리를 길게 기른다는 것이다.

연두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입고 연지곤지 예쁘게 바르고 곱게 머리를 빗은 젊은 여자가 동네를 배회했다. 정신이상인 여인이다. 그러나 이들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지금은 정신병원도 많다. 신경정신과도 많다. 옛날에는 서울에 정신이상자 치료를 위한 병원이 청량리 한 곳이었다.

그래서 싱숭생숭 이상한 짓 하는 친구를 보면 ‘저 친구 청량리로 보내야 되겠다’며 웃었다. 지금은 도처가 청량리다. 세상이 좋아진 것인가. 아니다.

끔찍한 일이다. 왜 이 세상에 정신과가 많이 생겼는가. 좋아진 세상인가. 나빠진 세상인가. 슬프다.

■국회가 미친놈 격투기장인가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국회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그것도 모르냐며 청량리로 보내겠다고 할지 모른다.

국회는 국민들이 자신들 손으로 자기들의 대표를 뽑아 국민들을 위해서 좋은 법을 만들고 좋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한 곳이다.

좋은 건물에 세비 많이 주고 차량에다 비서에다 이런저런 특혜까지 주면서도 현행범이 아니면 잡혀가지도 않는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내는 곳이다. 듣기 거북하면 귀를 막아라.

어쩌다 국회에 들어가 보면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넓은 공간에다 맑은 공기와 나무들, 옆으로 흐르는 푸르른 한강. 문득 저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 놓고 한바탕 뛰어보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

‘미친놈 격투기장’ 표현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고 해도 도리가 없다. 아무튼 국민들은 모두 보았을 것이다. 참혹한 광경이다.

민의의 전당? (내 식대로 표현하면) X까는 소리 하지 말라 그래. 너희가 민의를 아느냐. 처참한 격투기 장면을 보는 국민들은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지라고 빌었을 것이다.

감히 어디서 태극기를 흔들어대느냐. 성조기야 6·25 때 미국 신세라도 졌다고 치자. 이스라엘 국기는 왜 흔들고, 발광이냐.

할머니 한 분을 붙들고 물었다. 이 깃발이 어느 나라 국기인 줄 알기나 하느냐. ‘알긴 뭘 알아.’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 왜 여기 나왔어요.’ ‘나가자니까 나갔지.’ 더 이상 말하지 말자. 불쌍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국회의원들이 얻어터지고 설훈 의원은 안경이 깨졌다. 누군지는 몰라도 어떤 여성은 머리끄덩이를 잡혀 산발한 귀신 머리가 됐다.

이런 개판 속에 의기양양 만세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승리 했다” “이겼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국민이 국민의 집으로 들어가겠다는데 누가 막을 수 있는가. 자기들이 불법을 저질러 놓고 한국당 더러 불법을 했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불법을 하지 않았다.”

“누가 불법을 했다는 것이냐. 맞은 놈이 불법했다는 것 아닌가?”

“헌법에 있는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 되는 자유고 국민의 권리다.”

“애국 시민이 국회의사당에 들어오려 하는데 문희상 국회의장, 국회사무장이 막고 있다. 이 국회 주인이 누구인가. 문희상인가”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제1야당의 대표인 황교안이다. 공안검사 출신에 법무부 장관을 했고 대통령권한대행.

그리고 지금 야당의 총사령관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야전사령관의 모습이다. 군대 생활을 안 해서 그런지 전략전술에서는 완벽하게 빵점이다. 민심이 어떻게 이탈하는지 모르는 정치지도자라면 볼 것도 없다.

만세를 부르는 황교안을 보면서 국민은 불쌍하다고 한다. 저런 지휘관을 따라 전쟁을 하는 한국당 쫄병들도 같다.

황교안도 힘들 것이다. 졸고 있는 황교안의 얼굴을 보았는가. 저런 머리로 어떻게 고시에 합격하고 법무부 장관을 했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 그가 꾸고 있는 꿈은 무엇인가. 별을 따려는가. 지지율은 계속해서 떨어진다. 가엾다.

■태극기는 왜 숨겨 왔는가

“16일 8시 국회 각 정문을 포위하라”

‘태극기 카톡방’ 격문, 폭발적 공유

한국당, 즉각 당원들에 ‘참가 호소’

“의원실에 간다거나 당원이라 해라”

구체적 복장·행동지침까지 올리고

당일엔 ‘실시간 진입 정보’ 퍼 날라

황교안, 난입 인파에 “이겼다” 자축

보수언론은 카톡방 내용 ‘칼럼’ 응답

국회 진격 ‘부채질’ 계획적 행동 의혹

“지금 즉시 330만 당원들에게 문자와 성명을 발표해, 16일 (오전) 8시에 국회의 각 정문을 포위하라고 지시하라.”

15일 오후 2시께 ‘자유○○’이란 아이디를 쓰는 한 태극기부대 멤버가 올린 격문이다. 이 격문은 극우 성향 시민들이 모인 ‘태극기 카톡방’을 흔들었다.

태극기부대의 국회 난입 사건이 있기 하루 전이었다. 이것이 초유의 ‘국회 본청 난입 사건’ 전말이다. 결국 초유의 국회 난입 사건은 ‘충동적’ 사건이 아닌 ‘계획적’ 폭력이었다.

제정신 가진 사람들의 짓인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태극기 부대의 실상은 이런 것이었다. 이것을 집회의 자유라고 강변한다. 법을 전공한 공안검사 출신의 황교안은 잘 알 것이다. 대답을 부탁드린다. 이것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인가.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기를 흔들며 폭력을 휘두르는 집회를 뭐라고 할는지 궁금하다.

이것이 집회의 자유라면 나는 이런 자유를 포기할 것이다. 제정신을 포기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들을 수용할 곳이 없다.

어떠한 폭력도 애국으로 둔갑시켜선 안 된다. 더 이상 쓸 기운이 없구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