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1년 무력으로 일본을 통일한다. 이후 도요토미는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백성들의 무기를 몰수하고 각지의 불필요한 성을 철거했다.

그리고 일반 백성과 무사의 신분을 엄격히 구분하는 한편, 다이묘(일본 각 지방의 영토를 다스리며 권력을 누렸던 영주)들의 토지를 전국적으로 조사해 조세를 부과했다. 이를 통해 도요토미는 엄격한 위계질서를 확립한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구축했지만, 도요토미의 걱정은 계속된다. ‘할 일이 없어진 사무라이들이 반란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나를 도운 부하 장수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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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도요토미는 조선으로 눈을 돌린다. 당시 조선으로부터 교류를 거부당한 도요토미는 이를 명분 삼아 조선을 침략한다.

하지만 도요토미의 조선 침략의 본래 목적은 ‘백수가 된 사무라이들의 넘치는 혈기를 일본 밖으로 표출시켜 자국 정치의 안정을 꾀하고, 조선의 국토를 정복해 자신을 도운 가신들에게 나눠주기 위함’이었다.

아베 신조의 행보는 일본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을 이용했던 도요토미의 행보와 흡사하다.

아베는 총리가 된 후 지금까지 경기침체, 양극화, 중국과의 영토 분쟁,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환경오염 등 일본에 산적한 문제들을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아베의 무능력은 현재 일본 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아베는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고 권력 유지를 위해 한국과의 무역, 군사, 안보 분야에서 갈등을 조장해 일본인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 방법을 택했다.

‘국내의 모순과 위기를 외부로 돌린다.’는 도요토미처럼 아베 역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1987년 민주항쟁을 기점으로 싹트기 시작한 한국의 민주화는 일본의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성을 불러일으켰다.

미야자와 기이치 수상,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그리고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는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했다.

1998년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파트너십을 선언했으며, 2010년 간나오토 총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선언했다.

백제 무령왕의 자손인 전임 일왕 쓰구 아키히토는 평화헌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과의 갈등을 조장하며 역대 일본 정권의 과거사 반성과 피해 시정을 위한 노력을 뒤집고 있는 아베의 행보에는 사실 무능함을 감추기 위함 이상의 저의가 깔려있다.

무능한 아베가 일본의 권력을 쥐게 된 데에는 그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1957년부터 3년간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는 1급 전범으로 종전(태평양전쟁) 이후 도쿄군사재판에서 징역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쉽게 풀려났다.

기시 노부스케는 일본 야마가타현 출신이다. 야마가타현은 정한론(조선을 무력침공한다는 침략적 팽창론)을 주창하며 대륙침략을 꿈꿨던 이토 히로부미, 카쓰라 타로, 야마가타 아리토모(한반도 분할론을 주장), 데라우치 마사타케 등의 출신지다.

이들의 스승이었던 요시다 쇼인은 일본의 조선 정복과 동아시아 정복을 주장했고, 그의 가르침은 일본의 대륙침략의 지침이 되었다.

기시 노부스케와 아베 역시 요시다 쇼인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고, 따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메이지 유신 이후(아주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 일본 정권의 속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즉 대륙침략이라 말할 수 있다.

일본은 대륙침략을 위해 한반도에 친일 정권을 세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일본으로 건너가 기시 노부스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1960년부터 1965년까지 일본의 6대 기업은 박정희에게 6,600만 불을 제공했다. 이 돈으로 박정희는 공화당을 창당해 1963년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위안부’ 망언을 쏟아낸 류석춘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라고 거짓말을 한 이영훈 등의 친일 지식인들은 일본으로부터 거액의 연구자금을 받는 실정이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명분으로 아베가 보낸 “응답하라 친일파여.”라는 메시지에 수구 기독교 세력과 태극기 부대 그리고 한국의 제1야당은 열렬히 화답하고 있다.

발터 벤야민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 과거의 역사를 재소환해 현재에서 엄밀하게 재해석할 것을 요구했다. 임진왜란과 일제 식민지배의 역사가 연일 재소환 되고 있다.

주체적 역사 조직을 위해 역사의 재소환을 주장했던 벤야민의 논의와 달리 임진왜란과 식민지배를 통해 한반도를 지배한 경험이 있는 일본은 또다시 한반도를 지배하기 위해 역사를 재소환하고 있다.

조선(일제 식민지 시대)의 친일파들은 쉬쉬하며 친일했지만, 2019년 한국의 친일파들은 대놓고 친일을 일삼고 있다.

대일관계에 있어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위기에 놓여있다. 그래서 유니클로의 상품을 구매하는 일은 사사로운 일이 될 수 없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21호(2019년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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