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의 실상을 밝혀라

문명국이라고 자부하는 현대국가들은 저마다 자랑하는 자신들만의 문화가 있다. 문화가 있으니 문화재도가 있을 것이다. 문화재는 그 민족의 정신이다.

일일이 꼽을 필요도 없지만 중국만 하더라도 엄청난 문화유산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중국에 갔을 때 천안문광장에서 600년 역사의 자금성에 입을 딱 벌리는 미국인을 보며 문화의 힘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우리는 어떤가. 자랑할 만한 문화가 얼마나 많은가. 으뜸으로 한글이 있다. 한글은 세상에 어떤 소리도 표현 못 할 것이 없는 소리 문자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세종대왕께 감사를 드린다.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다보성 누리집 갈무리
ⓒ다보성 누리집 갈무리

현재 금속 활자로 인쇄된 책 중에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확인됐을 때 우리의 자부심은 어땠는가.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증도가자(證道歌字)’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금속활자 101점을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라는 일명 ‘직지’보다 138년이 앞선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자랑이며 정신문화인가.

‘증도가자’가 발견되자 문화재청은 소지자에게 문화재 지정을 정부에 요청하라고 했다. 이에 ‘중도가자’ 소지자는 신청했으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화재 지정은 받지 못했다. 왜일까. 그간에 우여곡절은 우왕좌왕 무소신의 문화재청이 잘 알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문화재청 왜 이러나

문화재청은 우리나라 문화재를 총괄하는 정부기관이다. 문화재청의 결정으로 문화재가 쓰레기가 되는 경우도 있고 느닷없이 진짜가 가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무소불위의 생사여탈권을 가졌다고 할까. 그러나 문화계에서는 문화재청을 일컬어 ‘문화재앙청’이라고도 한다.

‘증도가자(證道歌字)’의 보물지정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한 이른바 학자들의 이름이야 그들의 명예를 생각해서 밝히지 않으나 알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아니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화재청이 아픈 얘기를 조금만 하자.

‘중도가자를 문화재로 지정하면 청장을 법정에 세우겠다.’

이른바 문화계 마피아로 불리는 세력들의 협박이 있었다는 고백이다.(녹취록) 관계기관 최고책임자의 고백이니 어떻게 믿지 않을 수가 있는가. 관계기관의 수사가 이루어지면 밝혀 질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증언이 있다.

‘장사하는 사람의 물건을 보물로 지정해 값이 뛰기 시작하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

이 발언을 한 사람 역시 문화재 동산분과 위원장이다. 이런 비문화적 발언이 어디 있는가. 이 발언은 2013년 중앙일보 인터뷰에 실려 있다. 장사하는 사람이 소유한 보물은 보물이 아닌가.

말은 맘대로 할 수 있지만 말 같은 소리를 해야 사람대접을 받는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직지’를 연구한 학자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증도가자(證道歌字)’가 보물로 지정되면 ‘직지’의 독보적 위상이 흔들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다고 오해를 한다면 아니라고 변명하기가 민망할 것이다.

‘증도가자(證道歌字)’ 논란은 급기야 국회로까지 비화됐다. 2014년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의 배려로 2억 원의 예산까지 배정되어 경북대산학협력단이 증도가자를 용역 연구한 결과 다보성이 소유한 101점 중 59점을 진품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위에 지적한 ‘청장을 법정에 세운다’라느니 ‘상인의 물건’ 운운 등의 논란으로 오늘에 이르렀고 지난 국회 문광위 국감에서 다시 문제가 됐다.

증도가자, 또 감정인가

올해 국회 문광위 국감에서 증도가자 문제가 다시 거론되자 문화재청장은 해결책이라고 해서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4일과 29일 국회에서 증도가자 조사연구 계획이라는 것을 보고한다. 보고 내용은 앞으로 3년 동안 5억5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금속활자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쟁점을 재검토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지난 6년간의 검증도 모자라 추가로 3년 동안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어 ‘증도가자’를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치장 차리다가 신주 개 물려 간다는 속담이 있다. 증도가자를 보물로 지정하지 못할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정부는 솔직해야 한다. 그동안의 검증은 어디에다 두고 다시 3년에 걸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겠다는 것인가. 검증하겠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증도가자를 둘러싼 국과수의 이해불가 감정 등 이런저런 잡음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가.

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재가 법정 심판대에 오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계(斯界·해당 분야)의 권위자라는 학자들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것이 보기 좋은 일이겠는가.

잡음의 진원은 문화재청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증도가자를 붙들고 잡음을 일으켰던 도장 찍는 관리들을 교체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고 나라의 자랑인 증도가자가 당당하게 제 모습을 드러 낼 수 있다.

국민들은 ‘증도가자’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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