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2007 대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해를 뒤로 한 채 2007년 해맞이에 나선 길. 몸은 불혹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가슴 한켠에 젊음의 열정이 남아서일까. 섣달그믐 질흙 같은 어둠 사이로 이 시대의 ‘아줌마’들이 다시 만났다.

 “느네 신랑 직장 잘 다니지?”
 “선배님 사업은 잘 된대요?
 “야, 늦둥이 키우는 재미 어떠냐?”

조금은 성의없는 말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난 뒤 어색한 침묵이 흐르더니, 화제는 자연스럽게 아이들 교육문제와 치솟는 집값에 모아진다. 연일 정부에서는 집값 잡겠다고 혈안이지만, 아줌마가 된 후배는 2년 전 결혼할 때 무리해서 산 집값이 날마다 뛴다고 자랑이다.

대기업 다니는 남편을 둔 친구는 하나 밖에 없는 외아들 외국인에게 영어레슨 시키느라 집에서 노는 자신이 더 바쁘다며 너스레 떨지만,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싫지만은 않나보다.

그렇게 모두들 겉으로는 태연히 웃고 있지만, 속칭 ‘사오정’ 세대에 편입되기 시작한 아줌마들 가슴은 무겁기만 하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행여 다시 명예퇴직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지, 고개 숙인 아빠의 모습에 온 가족이 노심초사 하루하루 가슴 졸인다.

2006년 보내는 마지막 길목에 시내버스비가 뛰더니 새해 벽두부터 전기세, 가스비 들썩여, 아이들 학원비까지 올랐다. 정말 이 시대 재테크 방법은 ‘부동산투기 밖에 없냐’며 한탄과 자조 섞인 넋두리 해 보지만, 지금까지 소시민으로 살아온 우리들이 강남아줌마 따라가다간 황새 쫓는 뱁새꼴 되어버릴 터.

이런저런 상념 끝에 고개 들어보니 어느새 산 정상이다. 저 멀리서 동녘 끝자락이 붉게 다가오더니, 대한민국 2007년도 함께 떠오른다. 요동치는 정치권 풍랑 속에서도 문민정부, 국민정부, 참여정부를 잇는 정권은 국민의 선택’이란 훈장을 차고 출범할 터.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 하지 않던가.

매번 역사의 뒤안길에 밀려나 발등을 찍었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 돈 많은 사람이 아닌 우리들이 주인공 되는 신명나는 축제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내 동네 네 동네 편 가르지 않고 ‘우리 동네’ 함께 만들어 보듬고나갈 ‘희망 대통령’을 뽑아 보자.

수많은 서민들 부동산 투기꾼으로 내몰지 않고,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가스비 걱정없이 흰눈 펑펑 내리는 밤 소박한 낭만이 허용되는 그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구름 속에 숨어있는 저 붉은 태양이 두둥실 떠오르면, 서민들의 한숨도 걷히고 2007년의 희망찬 대한민국이 시작될테니 말이다.


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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