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고산문화축전 해남 녹우당 일원에서 열려
11~12일, 인문학콘서트, 고산문학대상 시상식 등

전남 해남군이 지원하고 고산문학축전운영위원회(위원장 황지우)가 주관하는 고산문학축전이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고산유적지 일원과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빛내고 서정적 언어와 리듬으로 자연미를 표출한 조선시대의 으뜸 시인 고산 윤서도 선생의 선구적인 시정신과 격변의 시대에 꼿꼿한 정치논객으로서 치열하게 살았던 선비정신을 선양하고 계승하는 고산문학축전은 올해로 열아홉 번째를 맞았다.

11일 오전 10시부터는 녹우당 고산유적지에서 ‘전국 고산청소년 백일장’과 고산 청소년 시서화 백일장이 열리고, 오후 3시부터는 고산유적지에 있는 땅끝순례문학관에서 평론가인 조선대학교 신형철 교수와 서울과학기술대학 황치복 교수가 진행하는 ‘고산인문학콘서트’가 열린다.

고산 인문학콘서트는 고산문학상 대상 작품에 대한 설명, 수상자와 대상, 수상작품 낭독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날 저녁 6시부터는 고산유적지 문학의 집 백련재에서 전국 각지에서 참석하는 문인들과 고산문학대상 심사를 맡은 정현종, 최승호, 이승은 시인 등 원로문인들이 참가하는 고산문학대상 시상식이 열린다.

고산문학대상 시상식은 가든파티형의 리셉션과 함께 이루지며 시노래공연, 시낭송, 시조창 등 다채롭게 진행된다.

제19회 고산문학대상에는 시부문에 나희덕 시인의 '파일명 서정시', 시조부문에 오승철 시인의 '오키나와의 화살표'가 선정되었으며, 신인상에는 권민경시인의 '베개는 얼나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 와 시조부문에 유순덕 시인의 '구름 위의 구두'가 각각 선정됐다.

12일에는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오전 10시부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고산시가낭송대회가 문화예술회관 다목적실에서 개최된다.

황지우 위원장은 “고산문학축전과 고산문학대상이 남도의 르네상스를 열어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하며 그 길에 미력한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많은 참여와 관심을 당부했다. 
010-8602-2974, 고산문학축전운영위원회.
 

제19회 고산문학축전 행사일정표

날 짜

시 간

장소

행 사 명

행 사 내 용

주관/협력

10

11

()

10:00 ~ 14:00

고산유적지

녹우당

고산 청소년 시··화 백일장

글쓰기

그림 그리기

서예

고산문축전

운영위원회

해남문인협회

해남미술협회

땅끝문학회

고산유적지

녹우당

전국 고산(孤山) 청소년 백일장

(시조)

산문 쓰기

 

10

11

()

15:00~17:00

고산유적지

(땅끝순례문학관)

고산인문학 콘서트

-수상자와 대담

문학세미나

고산문축전

운영위원회

열린시학회

18:00~20:00

고산유적지

(백련재)

고산문학대상 시상식

리셉션

고산문학대상

시상식, 리셉셥

고산문축전

운영위원회

 

10

12

()

09:00~15:00

해남일대

해남 문화유적답사

해남지역유적답사

열린시학회

10:00~12:00

문화예술회관

고산시가 낭송대회

고산 시가 낭송

고산문축전

운영위원회

시부문 대상_나희덕 | 수상소감

노래는 얼마나 멀리서 오시는지

시가 일종의 노래라는 생각은 꽤 오래된 믿음 중 하나입니다. 현대시가 줄곧 산문화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래도 이따금 소리와 리듬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시를 발견하곤 합니다.

제가 쓰는 시가 점점 노래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부쩍 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파일명 서정시』에 노래의 시원(始原)에 대한 시편들이 여럿 들어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아주 먼 곳에 뿌리를 대고 있는 노래들, 고산의 시와 시조 또한 그 중요한 맥 중 하나겠지요.

수상소식을 접하며 문득 스물 다섯 살 무렵 남도를 혼자 떠돌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고산(孤山)이 머물렀던 녹우당과 보길도의 원림 등을 처음 가본 것도 그때였습니다.

윤씨 가문의 대를 이어온 부유함과 고산의 유유자적한 풍류가 젊은 저에게는 다소 불편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고산이 쉰아홉 살에 쓴 한시 <偶吟(우연히 읊다)>을 읽으며 그에게도 외롭게 뒤척이는 날 많았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지치고 병든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그는 고향으로 숨어들었고, 세상에서 내쳐진 슬픔은 누구나 죽음 앞의 존재라는 인식을 통해 비로소 관조의 힘을 얻을 수 있었음을 이 시는 전해줍니다.

誰曾有仙骨 누군들 처음부터 선골이었나

吾亦愛紛華 나도 본래 번화한 삶 좋아했었지.

身病心仍靜 몸이 병들자 마음 따라 고요해지고

途窮世自遐 길이 막히자 세상 절로 멀어지더군.

雲山相誘掖 구름과 산은 나를 끌어 부축해주고

湖海與漸摩 호수와 바다는 나를 함께 어루만지네.

鐵鎖何須羨 선계로 가는 열쇠 부러워 말자

蓬萊路不差 봉래산은 어김없이 갈 테니까.

저는 자연이 주는 위로에 둔감해지고, 선계로 가는 열쇠를 부러워해 본 적도 없습니다만, 그래도 시가 인간과 자연, 또는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가장 긴요한 열쇠라는 것만은 누누이 느껴왔습니다.

숲길에서 우연히 주워든 마른 나뭇가지를 들고 그것이 혹여 우주목에서 떨어져내린 가지가 아닌가 싶어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이니까요.

“그걸 주워 북을 만들면 평생 노래를 부르며 살게 된다”(「마른 나뭇가지를 들고」는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 사람이니까요.

이 상을 받는 것이 제게는 어떤 노래의 회복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격려의 손길을 건네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고산문학축전 운영위원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노래는 얼마나 멀리서 오시는지…… 그 까마득한 곳을 향해 늘 몸과 마음을 열고 기다리려 합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려 합니다.

**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

『야생사과』 ,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파일명 서정시』등이 있으며,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 문화관광부 주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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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부문 대상_오승철 | 수상소감

절벽에 선 독수리의 마음으로
 

한라산 굽잇길을 돌아들어 남쪽 고향 마을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작정 차를 몰고 고향 바다를 보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핏줄이 당긴다는 그 말이 실감 나는 순간, 덥석 수상 소식을 받아들고 말았습니다.

기쁨 끝에 달라붙는 난감하고 부끄러운 심사를 억누를 길이 없어서, 집어등이 돋아나는 저녁 바다에 마음을 식혔습니다.

그때 고산 선생이 「어부사시사」를 빚어내던 그 시선으로 집어등을 보았습니다. 낮인 듯 불을 밝힌 그 풍경은 밤인지 낮인지 분간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간밤의 눈 갠 後(후)에 景物(경믈)이 달랃고야 바

압희 萬頃琉璃(만경유리) 뒤희 天疊玉山(쳔텹옥산)

仙界(션계)ㄴ가 佛界(불계)ㄴ가 人間(인간)이 아니로다

비록 겨울은 아니었지만, 고향 바다의 모습은 현실의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바다는 나지막이 내게 어부사시사를 읊조려 주었습니다.

반가운 소식에 기쁜 탓인지도 모릅니다. 바다는 언제나처럼 그대로인데, 내 귀가 그렇게 들었을 것입니다.

어느덧 내 시조의 걸음도 마흔 해 길섶을 바라봅니다. 보통 70년을 산다는 독수리도 40년쯤 되면 깃털이 빠지고, 부리와 발톱마저 무뎌져 삶의 위기에 처한다고 합니다.

그때 독수리는 선택을 합니다. 하나는 이대로 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입니다.

독수리는 절벽 바위에 온몸을 내리꽂아 부리를 박살내어 새 부리를 얻고, 그 부리로 발톱을 뽑고, 그 발톱으로 깃털을 뽑아, 새 부리 새 발톱 새 날개로 ‘하늘의 제왕’으로서의 위상을 되찾는다고 합니다.

네 번째 시집 오키나와의 화살표에는, 그동안 내 시를 지배하던 제주, 그리고 <4.3>을 벗어나 우리가 놓친 현대사를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중국의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단교(斷橋)」에서, ‘일송정’이 노랫말로 등장하는 가곡 ‘선구자’의 고향 연변에서, 740명의 조선학도병들이 몰사한 ‘오키나와 마부니언덕’에서, 민족의 아픔과 꿈을 시에 녹여봤습니다. 「윤노리나무」와 「아스」란 시도 그렇습니다.

고산 선생의 정신을 받들어 무딘 시의 날을 벼리려 합니다. 절벽에 선 독수리의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으로 이 상을 허락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고산문학상운영위원, 해남군민 여러분께 마음 다한 고마움을 올립니다. 변함없이 어진 동행을 하는 경아에게도 따뜻한 손을 건넬 참입니다.

**오승철 /1957년 제주 서귀포 위미에서 태어나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조집으로 '개닦이', '누구라 종일 홀리나', '터무니 있다' 등이 있다.

한국시조작품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중앙시조대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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