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국가인권위에 차별시정 진정서 제출

입장문 [전문]

학벌위주 장학숙 입사자 선발 관련 차별시정 진정서 제출

‘장학숙’은 서울 등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진학한 지역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기숙시설로, 주거비 부담 완화를 통해 입사자의 학업 안정과 지역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으나, 입사 제한과 성적위주 선발 등 입사조건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은 불합리한 차별을 받으며 여전히 경제적 부담을 겪고 있다.

이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주요 장학숙의 “2019년 입사자 선발기준”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였고, 그 결과 비(非)서울지역 소재 대학, 전문대학교 등 학생들에 대한 장학숙 입사 차별이 심각하다는 판단을 하여, 이러한 차별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를 금일 제출하였다.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제2남도학숙 전경.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제2남도학숙 전경.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2016년부터 광주광역시·전라남도가 공동 운영하는 남도학숙의 입사자 선발기준 문제 등을 요구하는 차별개선 활동을 한 바 있으며, 그 결과 2018년부터 입사자(신입생) 선발의 성적 선발조건을 폐지하고 저소득층·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을 포함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입사 문턱을 대폭 낮추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해, 4년제 대학 이상 학생만 입사가 가능했던 경북학숙은 경산·대구지역 소재 전문대학생을 포함해 입사대상 조건을 개방하였고, 경기도장학관과 도립전남학숙은 성적 기준을 100% 없애거나 완화하여 입사자를 선발하는 등 2019년부터 개선된 장학숙 입사규정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는 소위 명문대 학생 위주로 장학숙 입사자가 선발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며, 소도시나 농·어촌지역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학교생활과 기숙생활을 보다 편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 소재 대학, 4년제 대학 등 여부로 입사를 제한하거나 성적·자체시험·출신학교로 선발하는 장학숙이 많아, 장학숙 입사를 희망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높은 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며, 일부 장학숙은 장학숙의 고액 기부자에 대한 추천권을 주는 등 특례사례도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특정대학 위주로 입사 자격을 주거나 성적이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학숙 선발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학벌·학력주의에서 능력중심으로 변화하는 실력중심사회의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차별적 기준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이 기숙사에서 안정감 있게 주거‧학습할 기회를 박탈하게 되고, 입사에서 배제된 많은 학생들에게 열등감과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복지의 기회에 있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그리고 본래 장학숙의 운영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장학숙은 학업지원을 통해 지역인재를 키우고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기숙사이다. 여기서 지역인재란 단순히 성적이 우수하거나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만이 아님에도, 그동안 장학숙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학벌사회를 공고화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학력주의 등 전문대학생이라는 이유로 장학생의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는 구시대적인 착오이다. 대기업·공무원이 최대의 관심사가 된 왜곡된 취업현실에서 스스로의 꿈과 적성에 찾아 직업교육을 선택한 전문대학생들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는 장학숙의 명문대 독점현상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가장 먼저 천명해야할 것이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 제출을 통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우선 선발 및 성적기준 폐지 등 장학숙 입시기준이 합리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라는 바이며,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학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관련단체·기관과 간담회 등을 시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다.

2019. 10. 1.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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