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이상헌 교사 지지 시민모임, 성명 발표

성명서 [전문]

 배이상헌 사건 ‘기소의견’ 검찰 송치를 규탄한다.

- 광주 남부 경찰서, 도덕교사 배이상헌, ‘기소의견’ 검찰 송치, 아동복지법 위반혐의.
- 교육 맥락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을 경찰에 넘겼을 때의 문제점 그대로 드러내.
- 현 사건에 대한 기소 판단이 광주광역시 교육청의 폭력행정에 정당성 부여하지 않아.

- 전교조 본부 및 학생 청소년 단체의 문제제기도 이어져
- 시간을 끌면 끌수록 교육청은 고립될 것, 하루빨리 사태 해결에 나서야.

 

광주광역시 교육청(이하 교육청)이 도덕 교사 배이상헌을 성범죄자로 수사 의뢰 및 직위 해제한 지 63일째가 되었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시작한 지 벌써 10주째에 접어들고 있다. 교육청은 사안에 대한 최소한의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음은 물론 ‘(경찰) 조사 중 사안’이라는 이유로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 남부 경찰서는 도덕 교사 배이상헌을 결국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경찰은 ‘성적 장면이 포함된 해당 영상(억압받는 다수)을 남녀 혼합반에서 공개적으로 상영한 점 등이 일부 학생들에게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아동복지법 위반)고 판단했다고 한다.

출발점은 ‘성윤리 수업’이었는데 ‘성범죄 수사 의뢰’를 경유하여 ‘아동학대’라는 목적지를 향하게 된 셈이다.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8월 6일 광주광역시교육청 현관에서 선포식을 갖고 "시교육청의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폭력적 행정"을 비판하고 원상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학벌없는사회 제공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8월 6일 광주광역시교육청 현관에서 선포식을 갖고 "시교육청의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폭력적 행정"을 비판하고 원상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학벌없는사회 제공

피해자 보호와 성평등 문화, 학교 공동체 안 관계 맺기, 교육활동의 전문성과 자율성, 교육권 보호 등 애초 풍부한 교육적 맥락이 고려되었어야 할 일이 경찰에 맡겨질 때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교사 배이상헌은 지난 9월 3일, 4시간의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새로운 혐의는 거의 없었는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그림을 보여 준 적은 없느냐 등 추가 질문을 받았다.

(확인 결과, 해당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the kiss’/1908년作/와 에드바르 뭉크의 ‘the kiss’/1892년作/로 밝혀졌다.)

이는 교육현장이 사법화 될 때, 어떤 블랙 코미디가 연출될 것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희대의 명작이 저속한 춘화가 되듯 ‘혐오를 보이게 만든 공로’가 ‘혐오를 생산한 죄’로 둔갑하는 것이다.

교육청은 마치 경찰, 검찰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최종 심판자라도 되는 양 행세한다. 배이상헌이 검찰에서 최종 무혐의가 된다고 한들 교육의 문제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교사 배이상헌에 대한 기소가 확정된다고 한들 광주시 교육청의 폭력 행정에 면죄부가 생길 리 없다. 오히려 교사 배이상헌이 사법적 잣대에 의해 더 거칠게 휘둘릴수록 교육청의 무책임과 무능력은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며,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교육청의 폭력 행정을 비판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쌓여가고 있고, 교육청은 날이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교육 자치 권력이 더이상 훼손되기 전에 교육감은 사태 해결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9. 21일 전교조 여성위원회 주최로 열린 ‘스쿨미투와 페미니즘 교육,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학교공동체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사건처리 방식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으며,

동 토론회에서 학생, 청소년 단체들조차 교육권도 보호받지 못할 뿐 아니라, 학생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한편, 성평등 문화를 매뉴얼 가동, 가해자 처벌 중심으로만 사고하는 교육청 행태의 문제점과 모순을 비판한 바 있다.

9. 24일 전교조 본부에서는 교사 배이상헌 사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였으며, 광주광역시 교육청의 처리 행태를 비판하고 해결책을 제언하는 내용이다.

이 사건 해결에 대한 안타까움, 분노, 바람은 서명운동으로 조직되어 이틀 만에 1500명을 넘어섰으며, 전국 교사, 시민사회, 독일, 프랑스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머뭇거릴수록 세상의 분노는 더욱 거센 파도가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번 요구하는 바이다.

-  교육청은 그간의 폭력 행정을 사죄하고, 직위해제를 즉각 취소하라.

_ 교육청은 지금이라도 교육적 해결 의지를 밝히고, 수사 중단을 촉구하라.

_ 교육감은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 해결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라.

_ 교육청은 실질적 성평등 교육을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라.

우리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전국의 교사와 시민사회,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19. 9. 26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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