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글로벌모터스 설립에 대한 광주지역 노동계 입장(전문)

보도에 따르면 23일, 광주글로벌모터스 법인설립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올해 말에 착공을 시작해 2021년 하반기부터 양산체제에 돌입한다고 한다.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우리경제의 현실을 감안하면 고용인원이 비록 1,000명에 불과하더라도 언감생심 감지덕지할 일이다.

그렇잖아도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은 우리 지역에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라 지역민과 더불어 기쁨을 함께하며 진심으로 환영한다. 우리 노동계는 글로벌모터스의 성공을 빌며 기왕 시작했으니 100년 이상 가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를 기원하며 그렇게 되도록 적극 응원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도만 한다고 될까? 기도로 성공할 수 있다면 매일이라도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교회, 성당, 사찰을 돌며 그렇게 할 것이다.

윤종해 한국노총광주지역본부 의장이 25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법인 등기를 완료한 '광주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에 대해 "당초 예정한 노사상생형 일자리가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제공
윤종해 한국노총광주지역본부 의장이 25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법인 등기를 완료한 '광주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에 대해 "당초 예정한 노사상생형 일자리가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제공

그러나 이는 마음가짐이지 현실에서 도움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까닭에 성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펼치고자 광주글로벌모터스에 독일 AUTO-5000 성공사례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광주글로벌모터스와 동일한 합작법인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선행사례도 없다. 굳이 유사사례를 꼽는다면 독일 AUTO-5000일 것이다.

AUTO-5000은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주었다.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현실에 맞게 계획을 수립했지만 기본 지향점은 그래서 같다. 그러므로 AUTO-5000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AUTO-5000은 실업자를 채용하면서 3차에 걸쳐 체계적으로 선발하였다. 생산투입 전 숙련교육을 하였고, 투입 후에는 향상교육을 통해 사회적 숙련과 기능적 숙련이 뒷받침 되도록 하였다. 공장작업조직도 위계질서를 3단계로 축소해 평탄화 하였으며 공장엔지니어의 역할을 확대하였다. 현장중심의 분권화는 학습공장이 되었다.

애사심과 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였으며 감사회는 노사 각 6명으로 구성하고 중요사항은 2/3 동의로 결정하였다. 공동결정의 범위를 숙련화, 작업조직, 성과정책 등으로 점차 확대하였다.

임금은 지역협약임금(폭스바겐 임금의 80% 수준이 됨)을 책정했으며 기본급, 개인성과급, 집단성과급, 프로그램 임금으로 구성하였다. 노동시간은 주 평균 35시간으로 하였으며 노동시간계좌제를 도입하였다.

이런 혁신적 노력의 결과 첫 생산 제품인 투란Touran이 미니밴 시장의 27%를 점유하게 되었고, 후속모델로 티구안Tiguan을 투입하여 처음 계획보다 더 많은 4,200명을 고용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가동 7년 후인 2009년에는 폭스바겐과 모든 면에서 분리될 까닭이 없어져 통합하기에 이르렀으며 과정 내내 세계자동차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우리 노동계는 독일 AUTO-5000 모델 성공사례를 통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와 혁신이라고 생각하고 지난 5년 간 광주형 일자리 추진과정에서 물심양면으로 협력해왔다.

광주시가 현대차와의 협상과정에서 노동계를 배제하고 은밀하게 추진하는 일도 있었고, 노동법에 무지한 광주시 실무자들이 법을 위반하는 합의사항을 가지고 들이밀 때에도, 잠시 문제제기는 하되 다시 참여를 통해 하나하나 바로 잡아간 것도 노동자의 참여와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인내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문제가 발생하였다. 광주글로벌모터스가 광주형 일자리를 부정하려하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모름지기 상생형 일자리이고 이것이 모델이 되어 전국으로 확산 중인데 상생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러면 상생형 일자리가 아니다. 100년은커녕 당장 1-2년도 장담하기 어렵고 수익성과 지속성은 더더욱 담보할 수 없다.

우선 이사진 구성부터 심각하다. 그동안 노동계는 지역사회에서 지적한 이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다. 대신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실질적 운영을 담당할 현대차 추천 이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우리 노동계가 현대차 추천이사에 대해 반대한 것은 노동이사제 때문이라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물론 노동이사제는 당연히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도입을 요구한 적도 없고, 또 이 때문에 현대차 추천이사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차 추천이사는 크게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현대자동차 출신이지만 공장설립과 운영에 대해서는 지식과 경험이 일반인과 다름없다. 그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대관업무만 줄곧 해왔다.

자동차회사에 근무했지만 제조를 알지 못하고 공장건설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는 분야다. 대한항공 본사에 오래 근무했다고 비행기 조종과 정비를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주라는 지역명이 말해주듯이 광주지역사회의 절대적인 협력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우리지역사회와 인맥은커녕 사실상 소통할 최소한의 기반도 없다.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도도 전무해 공정한 평가를 거치면 낙제될 게 분명하다.

셋째, 광주글로벌모터스가 현대차와의 특수 관계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 추천이사는 현대차와 긴밀한 관계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현대차에서 버려진 카드다.

이미 5월31일 사표를 받았고 현대차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은, 현대차에서 잘랐으니 2-3년 밥벌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라고 해석한다. 다시 말해 현대차와 긴밀한 관계는커녕 현대차에 감지덕지 하며 향후 현대차 거수기에 불과할 것이다.

넷째, 노동관을 문제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 광주시 대표 격으로 현대차를 만나왔던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 그의 노사관은 구시대적일 뿐만 아니라 상생의 일자리에는 부적격자이다.

전달된 말을 그대로 옮기면, 광주시에 있는 노동계 출신을 빨갱이로 지칭하고 이 사람이 광주시에 있는 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부시장에 내정되자 투자를 철수하겠다고 했다.

이를 광주시 실무자들이 시장과 부시장에게 전달하면서 파란이 있었다. 이런 노동관을 가진 사람이 노동조합의 파트너로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다고 볼 시민은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조차 부족하고 판단된다.

이런 까닭에 우리 노동계는 현대차가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정상적인 업무수행 가능한 인자를 이사로 추전해주길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최악의 카드를 고집함으로써 의도를 의심하게 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 노동계뿐만 아니라 현대차노사관계의 속사정을 아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우리 노동계는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아래와 같이 공개질의하고 성실한 답변을 요구한다.

-아래-

1. 광주형 일자리는 산업고도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하이로드High-Road 전략입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낮은 임금과 노동통제를 통한 저숙련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높은 노동비용과 짧은 노동시간에도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세계최고의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한 독일의 일자리 전략을 지향합니다.

독일 일자리의 특징은 AUTO-5000사례를 통해 확인되었듯이 참여와 협력을 통한 혁신으로 경쟁력을 확보합니다. 우리의 상생형 일자리와 같습니다.

상생은 크게 세 방향으로 논의 될 수 있습니다. 기업내부의 상생, 원하청 간의 상생, 지역사회와의 상생입니다.

이런 점에서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시기와 절차의 문제일 뿐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미 공기업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의장 윤종해)와 노동계가 25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등기를 완료한 '광주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제공
한국노총 광주본부(의장 윤종해)와 노동계가 25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등기를 완료한 '광주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제공

노동이사제는 노동자의 권리강화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한 필수요건입니다.

나아가 원하청 간의 상생을 위한 공정한 관계회복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협력방안들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는 이유 하나로 개인의 노력과 성과가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차별 받는 사회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아닙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지 못하는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포기한 시대적 흐름에 뒤떨어진 기업입니다.

만약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미래상이 기존의 일반적인 기업을 모델로 하고 있고 이를 지향하겠다면 굳이 노동이사제나 원하청 간의 상생,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제안할 의사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노동계도 참여할 까닭이 없습니다.

부적격으로 판단된 현대차 추천 이사를 해촉하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의사가 있습니까?

원하청 및 지역사회와의 상생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된 계획은 무엇입니까?

2.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한 것으로 적정임금과 원하청 상생관계를 비롯한 4대 핵심가치를 주요의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근거해 전직원에게 적정한 임금체계를 적용합니다. 그런데 임원과 간부들만 예외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다면 이 협약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노동계가 생각하는 임원의 급여수준은 직원평균의 2배 이내입니다.

글로벌모터스 경영자들의 급여수준은 어떻게 되고, 만약 책정되지 않았다면 노동계의 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경쟁력은 우선 공장을 어떻게 짓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광주시민의 세금이 투입되었고 어려운 여건에도 수많은 기업인들이 눈물겨운 투자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므로 공사 과정에서 한 점 의혹이 있어서도 안 되고,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설비구축은 필수입니다. 따라서 전문가와 시민사회 및 협력업체를 포함한 가칭 ‘시민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공사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나아가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친환경ㆍ친노동 공장이 되도록 공사를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4. 위 사항에 대해 9월 30일까지 성의 있는 답변을 요청합니다. 노파심에서 재차 부탁드리는 것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진부한 답변이 아닌 진솔한 답변이어야 합니다.

노동계의 걱정과 질의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과 조치가 있다면 광주지역 노동계는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임을 거듭 밝힙니다.
2019년 9월 25일

항국노총 광주지역본부. 광주지역 노동계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