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화재단, 의재문화재단 공동 주관으로 전시회 개최
미공개 사진, 서신, 그림 관련 자료 공개

“왜, 오방 최흥종은 자신의 사망통지서를 지인들에게 보냈고, 왜, 석아 최원순은 한복을 입고 조선총독부 초청행사에 참가했으며, 왜, 의재 허백련은 무등산에 단군신전 건립을 추진했을까?”

1900년대 광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세 분의 스승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된다. 광주문화재단과 의재문화재단은 무등산 세 인물을 조망하는 전시 ‘무등, 시대의 스승을 품다; 오방·석아·의재 展’을 연다.

오는 10월 1일∼10월 31일 무등산에 위치한 의재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방 최흥종과 석아 최원순, 그리고 의재 허백련이 살아온 시대와 이들이 기거했던 무등산과 춘설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의재미술관 인근 춘설헌 터는 이들 세 사람과 인연이 깊다. ‘춘설헌(春雪軒)’은 원래 석아정(石啞亭) 자리였고, 오방정(五放亭)이 들어섰던 곳이었다.

당시 이곳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명사들의 발길이 잦아 호남 제일의 인문학 살롱이었다. 소정 변관식, 지운 김철수, 다석 유영모, 노산 이은상, 미당 서정주, 육당 최남선, 함석헌 등이 빈번하게 드나들었다.

이곳에 시차를 두고 기거했던 오방·석아·의재는 한 결 같이 대한민국 근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스승이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였고, 종교지도자, 독립운동가, 화가였다. 무등산에 머무르며 소외된 자들의 편에 서서 동고동락했고, 교육과 사회운동, 계몽활동에 앞장섰다.

이번 전시는 이들 세 사람의 인연과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소개한다.

오방(五放) 최흥종(崔興琮, 1880~1966)은 한센병환자와 폐결핵환자, 걸인들을 돌보는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쳤다. 다섯 가지 욕망을 버리고 한센병환자와 폐결핵환자들과 같이 기거하고, 행려병자를 업어 나르는 그의 행동에서 광주 사람들은 성자(聖者)의 모습을 보았다.

광주 최초 목회자였지만 작은 교회-평신도운동을 실천했고, 3·1독립운동, 광주YMCA 재건, 농업교육, 어린이 교육, 빈민구제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석아(石啞) 최원순(崔元淳, 1896~1936)은 2·8독립운동에 참가했던 민족운동가다. 최원순은 훗날 그의 아내가 된 현덕신과 함께 2·8선언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그는 식민지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호통을 치는 기개를 보여주었다. 기자가 된 최원순은 1926년 일제를 겨냥한 필화사건으로 옥고를 치른다.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1891~1977)은 화가라는 잘 알려진 이름 이외에도 여러 면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뤘다. 무등산 춘설헌에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농업기술학교를 세워 농업 지도자를 길러냈다. 또 이 학생들과 함께 차밭을 일구어 차 보급에 힘썼으며, 무등산에 단군신전 건립을 위해 앞장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과 서신은 물론 동요창작자 최흥종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관련 자료와 함께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가령 최흥종 목사가 소설가 박화성 선생과 함께 어린이 유치원을 경영하고, 어린이 노래를 직접 작사한 이야기가 전시를 통해 소개된다.

또 동아일보 기자로 일본 총독부 출입기자를 지낸 석아 최원순이 총독부 초청행사에 한복을 입고 참가한 일, 그리고 의재 허백련이 무등산에 단군신전을 세우려던 일 등 일제에 맞서 상징적인 저항정신과 민족정신을 깨우기 위한 면모를 당시 사진자료 등을 통해 읽을 수 있다.

한편, 전시기간인 오는 10월 24일 오후 2시 전통문화관에서 ‘무등산의 광주 근현대 선각자 오방·석아·의재를 조망하는 심포지엄’도 있을 예정이다.

심포지엄에는 그동안 세 사람의 삶을 추적해온 차종순 전 호남신학대 총장, 이동순 조선대학교 교수, 이선옥 의재미술관 관장이 오방·석아·의재의 삶과 사회공헌활동 등에 관해 발제한다.

광주문화재단 김윤기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여느 전시와는 다른 ‘광주정신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전람회가 될 것”이라며 “전시장을 찾는 분들이 무등산에서 살면서 낮은 곳으로 향했던 오방·석아·의재의 위대한 삶과 여정을 따라가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개막식은 10월 1일 오후 4시이다. 개막식 참석자를 위해 셔틀버스가 전통문화관 앞에서 오후 3시 30분에 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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