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여연, "성평등정책을 개발하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거듭 나야" 성명

성명 [전문]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정책을 개발하는 전문 연구기관이 되어야 한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8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이키움 행복한 광주’ 정책추진의 일환으로 광주여성재단의 명칭을 ‘광주여성가족재단’으로 변경하고, 재단에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광주 만들기 실천본부’를 운영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또한, 아이 돌봄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1279(아이친구)’ 센터를 운영, 여러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임신·출산·돌봄 관련 지원서비스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광주광역시의회 광주여성재단 대표 인사특위가 지난 7월 24일 광주여성재단을 방문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광역시의회 광주여성재단 대표 인사특위가 지난 7월 24일 광주여성재단을 방문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1인 가구, 맞벌이가구의 증가 등 가족구조의 변화에 대응해 성인지적 시각의 가족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 광주여성재단을 광주여성가족재단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한 돌봄이 개별가족, 특히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돌봄의 공공성 강화와 남성 참여 확대를 위해 체계적인 돌봄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실행 단위로서 통합돌봄지원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다만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광주 만들기 실천본부’, 돌봄 지원서비스 실행 기관을 광주여성가족재단에 두는 것은 세 가지 측면에서 우려스럽고, 그런 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첫째, 광주여성가족재단의 정체성과 기능에 부합한가의 문제이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 광주를 조성하기 위해 성인지적 여성가족정책을 개발하는 정책연구기관이다.

또한 교육프로그램 및 매뉴얼 개발, 전문 인력 양성 등 성평등 교육 전문기관이며 여성들 간의 네트워크 활성화를 지원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광주여성가족재단의 정책연구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간 행정, 의회, 여성계 모두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따라서 가족 및 돌봄 정책 개발, 관련 전문 인력 양성, 유관기관 네트워크 지원은 광주여성가족재단의 정체성과 기능에 부합하지만 대민 지원서비스 실행 기관을 두는 것은 재단의 정체성과 기능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구기능 강화라는 지역의 요구에 역행하는 일이다.

둘째, 저출생 문제에 대한 접근관점, 지역 내 유관기관 자원 활용의 적절성을 고려하여 계획이 설계되었는가의 문제이다.

저출생은 불충분한 보육 인프라,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 일․생활 불균형 등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삶의 질을 저하시킴으로서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이다.

즉 저출생은 단지 인구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돌봄의 공공성 강화, 노동시장 개선, 일․생활균형 문화 조성 등의 정책적 노력을 수반해야 하는 문제이며, 광주광역시는 돌봄의 공공성 강화 및 일․생활균형 사회문화조성을 위해 광주육아종합지원센터, 광주일가정양립지원본부 등의 정책 실행기관을 이미 설립,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1279(아이친구)’ 센터와 같은 대민 돌봄 지원서비스 실행기관은 관련 정책 실행기관에 두는 것이 지역 내 유관기관 자원의 활용뿐만 아니라 정책적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셋째, 정책의 계획과 공표의 과정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담보했는가의 문제이다. 현재 광주여성재단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과정 중에 있다.

광주여성가족재단으로의 확대개편과 함께 돌봄 및 가족정책 개발을 담당해야 할 기관의 수장이 선임되기도 전에, 그리고 돌봄 및 가족정책관련 유관기관, 여성 및 여성계와의 협의 및 의견수렴 절차 없이 광주광역시가 정책 계획을 언론에 미리 공표하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협치와 소통을 통해 혁신행정을 구현하겠다는 시정의 기본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향후 행정, 의회, 광주여성가족재단, 광주육아종합지원센터, 광주일가정양립지원본부, 여성계 등의 협의를 통해 저출생, 돌봄 및 가족정책의 계획과 실행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1인 가구 증가, 고령인구증가, 한부모가족 증가 등 가족구조 및 형태의 변화에 따라 돌봄 및 가족 정책 연구와 개발이 중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광주여성재단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광주여성재단은 광주광역시의 여성·가족정책에 대한 로드맵을 설계하고, 유관 기관들을 지원하며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컨트롤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또한, 광주여성재단이 광주여성가족재단으로 명칭이 변경되더라도, 성평등 관점의 실질적인 여성가족정책이 개발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어야 하며, 광주여성재단의 정체성과 기능을 고려한 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광주여성가족재단’이 성평등한 광주 조성이라는 설립취지와 목적을 잊지 않고 성평등 관점에서 여성 및 가족 정책을 개발하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여성단체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2019. 9. 17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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