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석 시인이 『피멍이 자수정 되어 새끼 몇을 품고 있다』시집을 천년의시 0099번으로 출간했다. 광주광역시와 광주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으로 출간된 시집으로, 총71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실었다.

이번 시집 『피멍이 자수정 되어 새끼 몇을 품고 있다』는 추천사를 쓴 고재종 시인의 말처럼 “시와의 오랜 고투가 격렬하게 묻어나”며 “고통, 통증, 비명, 피 등 격정과 울분의 언어가 수시로 출몰”하는 언어의 장이다.

고향, 옛집, 섬, 누이, 꽃, 집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았으며 이에 대한 애틋하고 절절한 기억을 옮겨 놓았다. 시집에서 시인의 시선이 과거에 머무는 이유는 유년의 원체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시인의 강렬한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의 출발점이자 궁극적 지향점인 기억의 집에 드나들면서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를 회복하고자 하며, 때로는 그 집을 존재의 안식처이자 영혼의 안식처로 삼음으로써 미래를 도모하기도 한다. 김인석 시인의 시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유년의 가난과 병마가 깃들어 있는 곳이면서,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의 사원이며, 앞서 언급했듯이 미래를 도모하는 장이 된다.

이번 시집에서 ‘집’이라는 공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집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만이 아니라, 시인이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하고 이를 통해 시인 자신의 집을 모든 이가 드나들 수 있는 보편의 영역으로 가져다 놓기 때문이다. 해설을 쓴 김산 시인의 말처럼 “고독과 외로움을 알면서도 그 속으로 몸을 던지는 자가 시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삶의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기억의 집’을 만인을 위해 열어놓는 것 또한 시인의 숙명일 것이다.

독자는 이번 시집을 통해 잃어버렸거나 혹은 잊어버렸던 과거의 소중한 가치를 되찾는 시의 여정에 동참함으로써, 시인이 땀과 눈물로 지은 언어의 집에 머무르며 영혼이 한층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김인석 시인은 전남 완도 출생으로 1990년 시집 『목 타는 그리움』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그대 영혼에 사랑의 수를 놓으리라』, 『실풀기』, 『봄의 무게』, 『나는 그 이름을 백 년째 부르고 있다』, 『어지니꽃』 등이 있으며, 꾸준한 시 창작 활동의 결과로 2008년도에 『광주문학』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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