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접는 가슴이 왜 이리 서글픈가

■신뢰를 잃으면 전부를

칼럼 제목을 보고 놀랄 것이다. 또 무슨 윤석열 찬양가를 부를 것인가. 그럴 것이다. 먼저 전제가 있다.

나는 윤석열과 말 한 번 나눈 적 없다. 딱 한 번 음식점에서 냉면 먹는 모습을 먼발치로 보았을 뿐이다. 내가 쓴 여러 편의 칼럼을 통해서 그에게 쏟은 애정이 지극정성이었다. 혹시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는 줄 알겠지만 천만에다. 하나도 없다.

박근혜 정권 시절 윤석열과 집권 세력의 갈등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명언은 검찰 역사에 남을 만 하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윤석열이 추락한 검찰의 위상을 바로 세울 적임이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윤석열은 승승장구했고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 총수인 검찰총장이 됐다. 국민들은 저러다가 윤석열이 대통령 꿈꾸는 게 아니냐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식에서 '‘형사 법집행은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 (사진출처 - 검찰청 홈페이지)

법무부 장관 조국 지명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식에서 '‘형사 법집행은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는 신념을 밝히고 있다. ⓒ검찰청 누리집 갈무리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식에서 '‘형사 법집행은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는 신념을 밝히고 있다. ⓒ검찰청 누리집 갈무리

조국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흔히들 말하는 황금의 콤비가 될 것 같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어떤 사이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 불의를 척결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어떤가. 조국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자 바로 시련의 늪에 빠진다. 한국당의 시비야 조용하면 오히려 이상하지만, 이건 엉뚱한 데서 터졌다.

청문회가 거론되고 날짜도 잡혔는데 조국을 찾아온 건 검찰의 압수수색이다. 고발이 있기 때문이란다. 좋다. 고양이가 쥐에 물려 죽어도 이유는 얼마든지 댈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해가 어렵다. 조국이 숨넘어가는가. 이삼십 곳을 압수수색 해야 하는가. 상식이 납득 못 한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석열에 대한 신뢰를 접는다

청문회 도중에 검찰이 국민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검찰개혁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청문회 직전에 압수수색을 당하는 장관 후보자를 보는 국민의 인식은 어떨까. 아하 분명히 조국한테 결정적인 하자가 있구나 하는 선입견을 주지는 않을까. 압수수색은 청문회 뒤에 하면 안 되는가.

고발? 이유가 빈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 많은 것이다. 그 뒤부터 계속해서 이상하다. 기레기언론(난 그렇게 부른다)이 뭔가 보도를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이 나선다. 수사 기밀이 새는 것도 예사로 볼 수가 없다.

조국 후보의 부인을 단 한 번의 소환도 없이 청문회 직 기소했다. 구속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대통령에 대한 경고인가.

‘이래도 장관으로 임명할 거냐.’

상식은 어디로 도망갔는가.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지만, 착각이 가져오는 결과는 비참하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의 착각은 더욱더 그렇다.

국민들이 어지럽다.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가. 화가 난다. 고통스럽다. 윤석열에 대한 신뢰가 가슴 한구석에서 무너지기 때문이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웃기는 애들

자주 애용하는 말 중에 ‘웃기는 애들’이란 말이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웃기는 정치인, 웃기는 언론이다. 이제 검찰도 그 속에 포함시켜야 될 것 같다. 청문회장을 가득 메운 인간들은 기분이 나쁘겠지만 한 번 국민에게 물어보라.

청문회장에 앉아 있는 국회의원들은 모두 한 가닥씩 하는 인물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언론인들이다.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이들은 ‘신뢰 덩어리’여야 한다. 물어보라. 무슨 대답이 돌아오는가. ‘불신 덩어리’라고 할 것이다.

김진태는 신성하다는 청문회장에서 엉터리라며 서류를 박박 찢어서 뿌렸다. 찢었으면 제 주머니에 넣어야지 누구더러 치우라는 것이냐. 장제원은 국회 관련 참고서적을 집어 던진다. 법을 존중하는 의원들이다. 먼저 한마디 들어라. 법을 찾기 이전에 상식인이 되기 바란다.

청문회를 주도하는 사회자는 법사위원장 여상규다. 고등법원 판사 출신이다. 법이라면 칼처럼 지켜야 한다. 칼이 웃는다. 그는 지금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관련해서 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청문회 자리에는 앉지 말아야 한다. 여상규 씨. 안 그런가.

따지자면 하나둘이 아니다. 오보를 양산하고 있는 기레기들이 득실거린다. 자신들이 생산한 쓰레기를 읽기나 하는가. 창피해서 못 볼 것이다. 그러면서 기자라고 힘준다. 검찰은 어떤가. 검찰이 불신받으면 끝장이다. 법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산단 말인가. 한마디로 웃기는 인간들이다.

■미친개가 짖어도 달은 간다

부고가 많이 온다. 나이 먹었으니 죽는 거 당연하다. 똥통에 거꾸로 매달려서라도 살고 싶다는 사형수의 글이 있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욕 좀 먹으면 어떠냐. 그러나 좋은 사람들이 욕을 먹는 건 슬프다.

청문회는 끝났지만 진짜로 끝나는 건 언제인가. 오래 걸릴 것 같다. 반개혁 세력들의 저항이 얼마나 집요한가. 저항이 사라질 줄 알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후다. 존경받는 검찰이 죄를 다스린다는 믿음이 내게는 큰 기쁨이었다. 죽기 전에 좋은 세상 한 번 본다는 기쁨이다.

이제 그 기쁨이 무너졌다. 윤석열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될 것인가. 신뢰가 무너진 인간은 산송장이나 다름이 없다.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니다.

왜 그토록 검찰이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느냐고들 한다. 바보 같은 질문이다. 내 눈에는 빤히 보인다. 걸레 같은 기득권이다. 지키기 위해 몸부림이다. 안쓰럽다. 윤석열도 다를 바 없다. 내 눈에는 똑같다.

시간은 간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이제 검찰이 존경받는 조직으로 살아남느냐 국민에게 버림받는 조직으로 사라지느냐.

나도 책임이 있다. 난 바보가 됐다. 윤석열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냄으로써 여론을 오도했다. 책임을 져야 한다. 계속해서 칼럼을 써야 하는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나의 추석은 고민의 추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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