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전문]

광주지역 노동계는 울산형 일자리 반대한다!

- 울산형 일자리는 비정규직 양산하는 나쁜 일자리다. 당장 폐기하라.
- 문재인정부는 ‘강자독식 정경유착’ 울산형 나쁜 일자리 지원을 중단하라.

- 현대차와 광주시는 광주에 투자 약속한 친환경차 부품공장에 대해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밝혀라.
- 광주지역 노동계는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난파 직전에 놓였다. 울산형 일자리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로 시작된 문재인정부의 상생형 지역일자리는 이미 밀양형 일자리, 대구형 일자리, 구미형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광주형 일자리의 철학과 가치를 흐리게 하더니 급기야 울산형 일자리로 나쁜 일자리의 정점을 찍었다.

지난 29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송철호 울산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울산형 일자리 창출의 첫 결실로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제조 최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로부터 33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800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현대차가 새로 선보일 전기차에 사용될 구동모터와 배터리 시스템 등 중요 부품을 생산하게 된다고 설명하며 추가적인 2∼3개 대기업 투자와 연관기업 유치를 통한 울산형 일자리에 대한 총괄적인 로드맵을 다음 달 중순 이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12일 한국
12일 한국노총 광주본부 소속 노조간부들과 노동자 등이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중심의 '울산형 일자리'를 반박하고 있다. ⓒ광주인

우리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도대체 상생형 일자리란 무엇인가? 상생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생형 일자리는 우선적으로 상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잘 살아야 한다. 그런데 누가 누구와 상생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지역상생형 일자리의 투자촉진형이라고 하는데 발표내용을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상생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단서나 단 한 개의 단어조차 없다. 새로운 일자리가 격차해소와 상생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면 재고되어야 한다.

나아가 현대모비스가 어떤 회사인가.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고부가가치부품을 사실상 독점하는 계열사로 이윤은 높지만 현대위아와 더불어 생산 공장을 전원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불법 차별적인 일자리의 대명사이다.

현대모비스는 울산, 아산, 광주, 화성, 서산, 안양, 김천, 창원, 천안, 진천, 평택, 충주에 현대위아는 창원, 안산, 평택, 광주, 서산, 울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중 한국노총 소속인 진천공장과 기아계열사로 있다가 사명이 변경된 민주노총 소속 창원공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정규직 공장이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수 천 명에 달한다.

울산에 투자하는 현대모비스는 기업하기는 좋은 환경은 갖췄으나 일하기는 너무 좋지 않은 기업이다. 진짜 사장은 모비스 경영진이지만 도급회사를 통해 공장을 비정규직으로 운영하고 있어 불법파견이 사회문제화까지 되고 있다.

그런데 또 비정규직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광주시에 짓겠다고 약속한 친환경차 부품공장은 ‘정규직고용’이라 부담이었을까? 투자약속은 파기된 것일까? 광주시는 알고 있을까? 우리들의 이러한 합리적인 의구심은 반드시 확인되어야 한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이 12일 기자회견에서 '울산형 일자리'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인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이 12일 기자회견에서 '울산형 일자리'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인

보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9월 착공 후 내년 7월 준공한다. 이것은 친환경차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것에 놀란 현대차그룹이 더 늦기 전에 전기자동차 생산을 앞당기겠다는 신호이다.

여기에 울산시가 비정규직 공장이어도 좋다며 전폭적인 지원까지 약속을 했으니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셈이다.

심각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울산에 현대모비스가 전기차 전용플랫폼 모듈공장을 짓게 되면 기아/현대자동차 규모는 수년 내에 사실상 반 토막이 난다.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의 부품 개수의 차이로 친환경차 부품을 자동차공장 내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피할 길이 없다. 어림잡아도 절반에 해당하는 3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우리지역의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97년에 이어 다시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현대모비스 전기차 전용플랫폼 모듈공장의 투자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투자시기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구조조정으로 기존 노동자의 일자리는 살아남는 자와 죽어야 하는 자를 가르는 생지옥이 된다. 친환경부품생산으로 전환할 수 없는 내연기관 부품사 20%는 그냥 망한다. 노조도 무력화 된다. 그런데도 자동차노조들과 상급단체 노조들은 말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왜 이렇게 조용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나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왜 모두들 침묵하는가? 이기주의로 똘똘 뭉쳐 광주형 일자리조차도 반대한 세력들은 전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광주형 일자리가 시작되면 울산을 비롯한 여타 도시의 지역경제가 무너진다고 호소했던 집단들은 어디로 숨었는가?

2017년말 기준 국민소득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은 광주가 23,565천원인 반면 울산은 64,410천원이다. 2016년 4월 기준 실질임금은 광주가 2,728천원인 반면 울산은 3,895천원이다. 이것이 현실임에도 광주에 겨우 7만대 생산하는 자동차 공장 하나 짓겠다고 하자 난리가 났다.

지역경제 운운하며 울산의 노동계를 필두로 경영계, 시민단체가 지역감정에 호소했다. 여기에 그나마 진보적이라는 정치인들까지 합세해 나쁜 정치공세로 문재인정부와 광주형 일자리를 매도했다. 울산시장은 동네북처럼 연일 두들겨 맞으며 사면초가에 몰렸고 이를 공격한 세력들은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이기곤 전 기아자동차노조 광주지회장이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합자공장' 설립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를 배제한 광주시의 불통 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광주인
이기곤 전 기아자동차노조 광주지회장이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합자공장' 설립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를 배제한 광주시의 불통 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광주인

이에 등장한 꼼수가 울산형 일자리이다. 울산형 일자리는 이익극대화를 전제조건으로 한 ‘강자독식 정경유착일자리’의 전형이다.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과 지역감정을 악용해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한 세력은 답해야 한다.

울산형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지. 기존 노동자 일자리의 절반을 인위적으로 도려내고 임금을 절반이하로 낮춰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공장을 짓는 게 옳은 것인지. 전체적으로는 나쁜 것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만 되면 좋다는 말인가.

울산형 일자리는 광주형 일자리가 지향하는 전원 정규직 고용과 가장 멀리 떨어진 나쁜 일자리정책이다. 울산형 일자리는 기존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공식화하고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산산이 깨부수는 ‘불공정일자리’이다. 청년들의 실낱같은 꿈과 희망을 짓밟는 ‘좌절일자리’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비정규직 말고 다른 선택이 없단 말인가.

울산형 일자리를 접한 광주지역 노동계는 한탄을 넘어 분노한다. 결코 상생할 수 없는 울산형 일자리에 결사반대한다. 광주지역에서부터 울산형 일자리 반대투쟁을 시작해 울산형 일자리가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전국적으로 투쟁을 확산해갈 것이다.

울산시와 현대차 그룹은 울산형 일자리를 당장 폐기하라. 문재인정부는 상생을 들먹이며 광주형 일자리를 훼손하는 지자체의 짝퉁 일자리 창출을 중단시키고 어떤 지원을 해서도 안 되며,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노동존중’의 의미를 모든 일자리에 적용하길 바란다.

현대차노조 등 울산 노동계도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저비용 불안정 노동’의 울산형 일자리를 막아야 한다.

광주지역 노동계는 일자리 나누기야말로 진정한 연대임을 거듭 천명한다. 그러므로 상생을 파괴하는 ‘강자독식 정경유착일자리’는 반대하지만, 울산형 일자리가 노동조합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성을 제거하고 상생의 원칙을 확립한다면 얼마든지 지지할 것이다.

이는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겨 선동하거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상생형 일자리창출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일자리 사회연대를 강화하려는 우리의 정신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지역 노동자들이 양극화와 일자리의 심각성을 고민하면서 광주광역시와 함께 만든 경제사회종합정책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완성된 정책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무조건적인 자본의 논리에 부응해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행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그럼에도 무조건적으로 왜곡하고 비난하며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격차해소와 일자리창출을 위한 이보다 더 나은 모델이 존재하지 않고 이를 뛰어 넘는 어떠한 대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인
ⓒ광주인

광주지역 노동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해왔다. 이 일을 처음 제안했고 지금도 중심에 있는 사람은 “처음 가보는 길이라는 두려움이 49%,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이 51%다”고 했다.

또 “어쩌면 우리의 수고와 노력이 좌절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나아간 만큼 그 자리에서 다시 사회연대를 지향하는 경제사회정책이 추진될 것이다”고 했다. 동감한다.

우리라고 왜 두려움이 없겠는가. 하지만 두려움을 이기면 희망이 배가 된다. 광주지역 노동계는 사회연대를 통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2019년 8월 12일

연대와 혁신으로 사회통합형 일자리 창출을 실현하는 광주지역 노동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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