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두렵다.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프랑스의 육군장관 ‘앙드레 마지노’의 이름을 딴 마지노 방어선은 프랑스가 하늘처럼 믿고 있는 방어선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프랑스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방어선은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에만 건설되고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에는 건설되지 않았다.

1940년 5월 독일군은 이 방어선을 우회해 벨기에를 침공한다. 벨기에를 가로질러 ‘솜강’을 건너 마지노선 북쪽 끝 스당을 공격했다. 마지노선은 허탈하게 무너졌다.

역사는 마지노선을 무용지물의 대명사로 입에 올린다. 프랑스가 마지노선 이외에 또 다른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면 참혹한 비극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유비무환은 어느 시대에나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

■임진왜란과 조선군

10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경제침략 아베 규탄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광주시민대회'에서 마트노동조합 조합원이 '친일 발언'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풍자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광주인
10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경제침략 아베 규탄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광주시민대회'에서 마트노동조합 조합원이 '친일 발언'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풍자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광주인

창피한 역사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일본에 다녀 온 사신의 보고.

정사 황윤길 “풍신수길의 눈에서 광채가 나는데 아무래도 침략을 할 것 같사옵니다.”
부사 김성일 “눈이 쥐 눈 같고 볼품도 없어 아무 걱정 할 것 없사옵니다.”

풍신수길의 눈이 평가의 기준이 된 셈이다. 이들은 풍신수길의 눈을 보고 정세 판단을 한 셈이다. 한심한 신하들이다.

좌우간 풍신수길은 명나라를 칠 테니 조선에 길을 내라고 요구한다. 상전인 명나라를 치는데 길을 빌리라는 일본의 요구를 조선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일본은 이미 전쟁을 준비했고 전쟁은 처음부터 승패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산은 동래부사 정발이 전사하고 무너졌다. 일본은 승승장구 북진했다.

왜란이 일어나자 경상도순변사 이일(李鎰)은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도망쳤다.

6·25 한국전 당시 2군단장 유재흥도 중공군과 싸우지도 않고 날쌔게 도망쳐 국군 2개 사단을 궤멸시킨 원인 제공자다.

벤프리트 장군이 유재흥에게 당신 군대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후에 국방부 장관까지 한다. 이런 지휘관이 승리할 수 있는가.

지금 한국은 전쟁이다. 일본의 경제침략과 맞서서 전투하고 있다. 일본엔 어떤 명분도 없다. 오직 하나 한국을 망하게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떤가. 우리는 정부와 국민이 일치단결 일본과 제대로 싸우고 있는가. 혹시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길을 안내하던 매국노와 싸우지도 않고 도망친 이일 같은 자들은 없는가.

일본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한국의 극우세력.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일정책은 그저 때리면 맞고 울라면 우는 정권이 아니던가. 이런 정권을 무서워한다면 아베가 바보다.

■나경원과 주옥순

세계전쟁사를 보면 활 한 발, 총 한 방, 대포 한 번 쏘지 못하고 망한 전쟁이 수두룩하다.

내가 럭비를 해 봐서 아는데 강팀인 우리와 붙은 상대는 경기도 하기 전에 얼어서 가슴에 안겨주는 공도 떨어트린다. 럭비에서 공을 떨어트리면 치명적이다. 싸울 것도 없이 우리는 승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우리 일본'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있다. ⓒ JTBC 영상 갈무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우리 일본'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있다. ⓒ JTBC 영상 갈무리

전쟁에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현재 경제 침략을 받고 싸우는 한국은 당연히 전략이 있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단결이다.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누구를 위한 야당인가.

국민으로부터 친일파가 아니냐고 계속 오해를 받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마치 ‘나 친일파에요’라고 증명이라고 하듯이 결정적인 발언을 했다.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우리 여기 업무보고서에 보면, ‘우리 일본’이 7월에 이야기한 다음 한 달 동안 청와대나 정부에서 나온 거는 죽창과 추경 탓, 지소미아 파기, 뭐 이런 이야기밖에 없다”

‘우리 일본’이 7월에 이야기한…운운. 어떤가. 그냥 습관이라고 할 수 있는가. 습관이라면 더욱더 문제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한가. 주옥순이란 요상한 여자도 있다.

주옥순 “아베 수상님, (한국의) 지도자가 무력해서, 무지해서 한일 관계의 모든 것을 파괴한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한국 국적이라는 것은 맞는가. 맞다. 한국인이다. 더욱 기가 막힌 얘기를 들어보자.

“내 딸이 위안부로 끌려갔어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인 어머니인 주옥순. 너무 슬프다.

아베의 최측근 참모인 ‘에토 세이치(衛藤晟一)’는 한국 국회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매춘관광국’이라는 망언을 했다. 그 자리에는 김부겸·김영춘 의원 등이 있었다.


얼마나 울화가 치밀었을까. 입을 찢어놓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자가 주옥순의 말을 들었으면 업어주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

1961년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가 일본을 방문한다. 그는 일본에서 만주군관학교 출신들을 모아 요정에서 한 상 차린다. ‘기시 노부스케’도 참석했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지도편달을 받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대단한 형님의 기특한 아우다.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 교장인 ‘나구모 신이치’도 모셨다. 그는 큰절을 올리면서 술을 따른다. 감격의 소회를 피력한다. 그가 한 말이 대단하다.

“선생님의 교육이 없었으면 오늘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아베가 모를 리 없다. 더구나 아베는 ‘기시’의 외손주가 아닌가.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너무나 잘 아는 아베가 한국의 정치인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그 평가가 오늘의 경제침략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더구나 한국의 경제적 발전은 아베 잔등에 식은땀이 흐르게 하기에 족했다.

어떻게든지 망조가 들게 해야 한다. 한국당이라는 우군이 있다. 적의 적은 우군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베, 계산이 틀렸다

보통 사람들이 계산을 잘못하면 그냥 보통의 손해를 보지만 정치지도자가 계산을 잘못하면 나라를 망친다.

지금 아베가 한 잘못된 계산은 일본에게 치명적이다. 일본이 스트레이트 몇 방 날리면 한국은 껌벅 죽을 줄 알았을지 모른다. 박정희가 한 말대로 형님에게 잘못을 사과할 줄 알았을지 모른다.

잘못 생각했다. 한국이 박정희 시절이 아니구나. 일본을 형님으로 모시지 않는구나. 이를 어쩐다. 끙끙 앓을 것이다.

한국인의 결의를 두 눈으로 생생하게 보고 있다. 철석같이 우군으로 믿고 있는 한국당도 하는 거 보면 싹수가 노랗다. 나베라는 별명의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이 한다는 소리가 겨우 ‘우리 일본’ 이다.

산삼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리라고 태산처럼 믿던 ‘화이트리스트 제외’ 공갈도 한국 국민의 전의만 불타오르게 했다.

일본의 여론도 그렇다. 소녀상 철거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예술인들의 분노를 샀다. 후쿠시마 방사능은 올림픽을 강타할 기세다.

동경의 방사능 수치가 정상보다 4배나 높단다. 이러다가 세계여론이 동경올림픽에 등을 돌리면 아베는 문 닫아야 한다.

당장 무슨 일을 낼 것 같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숨을 고른다. 잘못했으면 빨리 시인해야 한다. 그게 문제해결을 가장 빨리하는 방법이다.

■일본은 적인가

아베가 하는 짓을 보면 따귀 맞기 딱 좋다. 속이 빤하게 들여다보이는 수작을 한다. 그러나 많은 일본인이야 무슨 죄가 있는가. 지각없는 한국인이 일본 전체를 마치 적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아베가 밉다고 일본 전체를 번쩍 들어다가 시베리아 벌판에 버릴 수도 없다. 도리 없이 이웃으로 지내야 한다. 몇 몇 잘못된 지도자들이 나라를 망친 경우는 어느 나라에도 있다.

경제침략을 하면 한국이 끝장날 줄 착각한 아베. 이제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 미우나 고우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국민을 안아주는 넓은 아량도 베푸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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