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5일 광주시교육청 비판 성명 발표

성명서 [전문]

성윤리.성평등 교과과정 수업을 한 도덕교사를 성범죄교사로 몰고간
광주시교육청의 비교육적 행정편의주의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광주의 H중학교 도덕시간에 성윤리·성평등 단원을 공부하면서 보여주었던 영상이 불편했다는 민원으로 인해 도덕교사가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성비위교사’로 규정되었다.

해당 교사는 수업과정의 취지나 내용에 대해 소명할 기회조차 없이 수사기관에 고발당함으로써 바로 직위해제가 되었다.

문제가 된 영상은 프랑스에서 만든 11분짜리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이다. 이 영상은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성차별과 억압을 당하는 지금의 현실을 비틀어서 여성을 남성으로 역할을 바꿔놓은 내용이다.

전국도덕교사모임과 광주교육단체가 지난달 29일 오후 광주광역시교육청 현관 앞에서 지난 24일 '성비위 혐의 교사'로 동료교사를 직위해제한 광주시교육청의 행정행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배이상헌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광주인
전국도덕교사모임과 광주교육단체가 지난달 29일 오후 광주광역시교육청 현관 앞에서 지난 24일 '성비위 혐의 교사'로 동료교사를 직위해제한 광주시교육청의 행정행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배이상헌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광주인

그런데 이 영상이 몇몇 학생들에게 불편함과 수치심을 주었다는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올라왔고 교육청은 이 사안에 대해 해당 교과수업 전문가의 검토 없이 단지 성 관련 민원이라는 이유로 성비위로 규정하고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광주참교육학부모회(이하, 우리회)는 2018년부터 전국적으로 회오리처럼 번져나갔던 스쿨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해 왔다.

학교는 교육하는 공간이고 교사는 아이들이 삶의 주체자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자이어야 하기에 스쿨미투에 더 분노했고 강력한 처벌과 대책을 촉구해 왔다.

우리회는 도덕시간 성윤리· 성평등 단원 수업으로 인해 성범죄교사로 직위해제된 배이상헌 교사의 사안을 접하면서 △이 사안이 과연 성범죄 건인가 △수업활동에 대한 교육 주체들의 다른 의견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수용할 것인가 △학교에서 성평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이 사안이 성범죄 건인가?

발단은 교사가 도덕 수업시간에 성윤리 단원을 교육하면서 교육적 효과를 고려해 선택한 영상을 보여주며 성윤리·성평등에 대해 얘기했다는 것이다.

도덕시간의 성윤리·성평등 교육은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받는 성교육과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하는 성교육은 성의 실제를 다룬 반면, 도덕시간의 성윤리·성평등교육은 남녀가 함께 잘 사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시민으로서 성윤리의식을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다.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아니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이렇게 수업과정에서 나온 불편함과 수치심은 지속적인 수업의 연장선에서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그렇게 불편함을 뛰어넘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허나 교육청은 이 사안을 접하는 즉시 성범죄 건으로 분류하고 처리하였다. 우리회는 교육청에게 묻는다.

이 사안을 처음 접했을 때 누가, 어떤 근거에 의해서 성범죄 사건으로 판단하고 분류했는지를. 도덕수업 ‘성윤리·성평등’ 수업활동 과정에서 겪었던 불편함·수치심이, 성희롱 등으로 겪었던 불편함·수치심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는가.

앞으로도 도덕 시간에 ‘성윤리·성평등’ 교육 관련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불편함과 수치심을 겪게 된다면 소명절차 없이 교사를 성범죄교사로 내몰 것인가.

둘째, 수업활동에 대한 교육 주체들의 다른 의견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수용할 것인가?

우리회는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처리함에 있어 그 중심에 항상 학생이 있었다.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이 교육의 한 주체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치 역량 강화 활동에 힘써 왔다.

이번 사안도 민원을 제기한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이 적극 반영되어야 하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민원인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민원인이 이번 도덕수업 활동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지적한 것은 당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비단 도덕시간뿐만 아니라 수학, 영어 등 다른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불편한 수업을 진행한다면 이 또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이런 문제제기를 통해 학교교육과정이 학생중심으로 성찰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 교육 주체들의 의식이 성장할수록 이러한 문제 제기는 늘어날 것이다.

이것을 교육적으로,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히려 교육청이 나서서 무리하게 성범죄교사로 규정지으면서 민원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침묵하는 학생들까지도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결국, 교육청의 행정편의적 일처리 과정이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주체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학교에서 성윤리·성평등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사안을 성범죄로 규정한 교육청 담당자는 도덕시간에 교사가 성윤리·성평등교육을 하면서 성적 발언을 해서 민원인이 불편함과 성적수치심을 느꼈기에 성범죄로 규정했다 한다.

성윤리 단원은 ‘성과 사랑의 의미, 성윤리, 이성교제 등이 교육과정의 내용이고, 세부 내용으로 섹스, 젠더, 섹스얼리티, 성의 생식적 가치, 쾌락적 가치, 인격적 가치, 사랑, 성주체성, 성상품화, 성적 자기결정권 등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학습목표 달성을 위해 선택한 도구와 언어를 처벌의 근거로 드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성이 왜곡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대로 된 성윤리· 성평등 교육이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성 관련 발언이 성범죄건으로 규정된다면 이후 전국의 도덕교사들의 수업활동은 위축되고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교육청은 살아 있는 성평등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묻고 싶다.

- 이 사안은 성범죄건이 아닌 수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제기이다. 이 문제를 행정편의적 관점이 아닌 교육적 관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 교육청은 수업활동에 대한 교육 주체들의 다른 의견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검토,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 대책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 교육청은 제대로 된 성윤리·성평등 교육을 하기 위한 방안 수립을 위해 공론의 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2019. 8. 5.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광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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