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따른 학생설문답변의 혐의내용과 그에 대한 교사의 소명 [전문]

7월17일 저는 교내 성고충상담원 선생님들의 질문을 통해 광주시교육청이 저를 성비위교사로 둔갑시킨 혐의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학교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진행을 준비하는 상담원은 제게 10개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1. 2018년 도덕과 수업 중에 '너희는 나를 식민지처럼 따라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2. 도덕수업중 성과 윤리 가르치면서 성관계를 하고나면 기분이 야릇하고 좋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3. 자유학년제 수업 중 창녀,창놈등의 단어가 나오고, 여자가 상반신을 아무 것도 입지않고 달리는 모습과 자막에 이상한 글이 나오는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까?

4. 위안부 관련 발언중에 위안부는 몸파는 여자, 위안부는 스스로 가서 그랬다~라는 말씀을 하신 사실이 있습니까?

5. 도덕수업시간중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는 영상, 여자와 남자가 역할이 바뀌어 남자가 여자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과 성적인 말,사정이 표현된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까?

6.도덕수업시간중 남녀가 옷을 벗고 있는 영상을 보여준 사실이 있습니까?

7.도덕수업중 남자가 여자를 꼬실 때 안되면 강간하면 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8.제목에 19금이라고 적힌 영상에서 여자 네 명이 남자 한 명을 단체로 추행하는~.

9.선생님이 성과 관련해서 영상을 보여준다고 말하면서 청소년관람불가 영상을 보여주고 도덕시간이라 이런 영상을 보여준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10. 도덕수업 중에 남성비하발언과 여성이 이상한 발언을 해서 여성을 낮춰지게 만든다.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물어버린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위의 질문은 '피해학생'들이 설문답변을 통해 밝힌 성희롱·성폭력 사실을 확인하는 것인데, 그 모든 것이 전체 학생들에게 교사가 진행한 교과수업내용이며, 수업시간 활용한 자료영상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10개 중 6개(3,5,6,8,9,10)는 프랑스의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에 해당하는 것이며, 나머지 4개(1,2,4,7)은 저의 '성희롱발언'이라 지목된 내용입니다.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하지 않을지라도 아래 내용이 모두 교사의 적극적 수업활동임을 인정한다면 이에 대한 학생의 불만과 오해는 장학의 관점에서 짚어지고 소명되며 해결책을 찾는 방도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먼저 교사의 성희롱발언이라 지목된 것을 소명합니다. 1)은 제가 학년초 수업오리엔테이션에서 종종 발언하는 ‘저를 믿고 따라와 달라.’는 발언과 유사한 맥락이 아닐까 추측됩니다만 설문답변의 '식민지'와 같은 표현은 제가 사용하는 표현이 전혀 아닙니다.

학년 초에 "여러분들은 앞으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많은 도덕선생을 만날 것이고, 다양한 유형의 선생님들을 경험할 것입니다.

어떤 경우는 적응하기 쉽고, 어떤 경우는 까다롭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자신과 스타일이 다르다고 '올해 도덕은 끝났네~.'와 같은 극단적 반응보다는 각 선생님들의 장점을 찾아 한 해 동안 그것을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따라와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2)는 성적 주체성,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한 교과서의 내용 중 --우리는 상대방의 적절하지 못한 성적 요구나 표현에 대해 옳지 않다고 말하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본문을 설명하는 중에 표현된 것입니다.

성적인 스킨십의 쾌감 때문에 거부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거나 의사표현의 순간을 놓치고 후회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자기 뜻을 표현하고 상대는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4)는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위안부 관련 발언인데, 2018년초 문제가 된 부산 동아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비판적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제 이야기를 정반대로 곡해하고 신고했습니다.

7)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인데, 조선시대에는 보쌈으로 과부를 훔쳐 자기사람을 만드는 것이나, '선녀와 나무꾼'과 같이 선녀의 옷을 훔쳐 선녀를 강제로 자신과 살게 만드는 것을 이야기로 제시하는 것처럼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덧붙여 저의 젊은 시절에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같이 자버리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이것 역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부재했던 시대의 이야기였음을 언급하였습니다.

최근의 이야기까지 이렇게 덧붙인 것은 사실 남학생들에게 여전히 전해지는 그런 속설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주문하고자 함입니다.(영상자료에 대한 판단과 소명은 다른 자료로 제시합니다.)

10개의 질문은 유사한 것을 분류하지 않은 채 그대로 하나하나 제게 질문한 것입니다. 학생에 따라선 한 개의 항목을 작성할 수도 있고, 또는 여러개의 항목을 작성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미 2019년1월경에 저에 대한 민원이 준비되고 있음을 어느 학부모로부터 전해들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질문내용은 그때 제가 확인한 것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재현되었습니다.

거듭 밝히지만 학생의 오해나 불만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서로 소통하고 풀지못하는 아쉬움과 반성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학생의 오해와 불만을 민원으로 몰고가는 어른들, 더 나아가 광주시교육청의 교육감, 정책국장, 민주인권생활교육과장, 성인식개선팀이 이 민원을 성희롱,성비위로 몰고감으로써 그 어떤 소통과 해명, 성찰과 협력의 과정 자체를 불가능하게 합니다.

성비위로 규정하는 순간 그것은 도려내야 하고 살처분해야 하는 대상이지 아물거나 더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사태를 광주시교육청은 철저히 반성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2019.7.19.

효천중 교사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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