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시민모임, 23일 기자회견 열고 아베 정권 규탄
"전범기업 미쓰비시는 대법원 판결을 즉각 이행하라" 촉구

기자회견문 [전문]

한일청구권협정 ‘말 뒤집기’
아베 총리는 그 입 다물라!

일본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을 트집 잡아 ‘수출규제 조치’에 나선지, 오늘로 23일째다.

일제에 의해 고통 받은 피해자들에게 진정어린 사죄를 해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제재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한마디로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일본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는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한국에 대한 명백한 경제침략이다. 아울러 그 근저에는, 무모한 군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혀 수천만 인류를 전쟁 참화로 몰아넣었던, 과거 못된 침략적 근성이 아직 뼛속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23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소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에 대해 대법원 판결 이행과 함께 아베 정권에 대해서도 경제보복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23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소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에 대해 대법원 판결 이행과 함께 아베 정권에 대해서도 경제보복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지난해 11.29 한국 대법원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에 배상 판결을 내린지 무려 8개월째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판결 이행은커녕, 최소한의 유감 표명조차 없는 상태다.

심지어 해결책을 찾기 위해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정중히 교섭을 요청했지만, 그마저도 거듭 묵살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미쓰비시가 판결 이행을 거부하는 사이, 올해만 원고 3명이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기다림에도 한계가 있다. 예고한 대로, 오늘(7.23) 법원을 통해 압류한 미쓰비시중공업 자산(상표권 2건, 특허권 6건)에 대해, 매각 명령을 신청했음을 알린다.

기본적인 상식만 있어도 오늘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빼앗긴 권리를 회복해야 하는 것은 인류가 축적해 온 상식이자, 삼권분립의 법치국가에서 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기초적인 상식이다.

특히, 일제강제동원 문제는 과거 일제의 한반도 불법 지배 및 식민통치 과정에서 파생된 반인도적 범죄로써, 일본의 국가권력이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에 대한 최종적 책임 역시 일본정부에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일본정부는 여태까지 사죄와 배상 노력을 외면해 왔다. 도리어 한국 대법원의 배상 명령에 대해, 개별 기업들이 대응하지 않도록 정부가 압력을 행사해 왔다.

일본의 법치주의 인식이 과연 이 정도인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상식을 거부하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 온 아베 총리에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느니, "한국이 국제적 악속을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느니 근거 없는 비난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오히려 아베 총리에게 묻고 싶다.

아베 총리가 거듭 말하는 그 ‘국제법’과 ‘국제적 약속’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2015년 7월 군함도 등 일제 강제노역 시설 일부가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재된 것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일자, 미쓰비시 머트리얼은 그 직후 미군포로들에게 사죄를 표명하고, 2016년 중국인 피해자 3,765명과 집단적 화해를 취한 바 있다.

당시 일본정부는 미국인·중국인과 달리, 유독 한국인 피해자들만 배제한 데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 “한국인은 법적인 문제가 다르다. 당시 일본과 조선은 한 나라였고, 조선인은 일본 국민으로서 동원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쉽게 말하면, 조선인 강제동원은 합법적 동원이었기 때문에 배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 1965년 한일회담 당시의 인식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당시 한일회담 과정에서 한반도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

일본정부의 인식대로 하자면, 당시 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 없는데 피해자들에게 과연 무엇을 해결했다는 것인가? 한국 대법원 판결 근거의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누리집 갈무리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누리집 갈무리

강조하지만,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것은, 지금까지 일본 사법부, 일본정부가 수없이 취해 온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스스로의 신뢰를 깎아 내리는 집단적 자해행위다.

우선 아베총리부터 보자. 아베총리는 소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는 끝났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한국정부에 제공한 무상 3억불은 피해자들의 청구권과 무관한 말 그대로 ‘경제협력자금’에 불과하다는 것은 2006년 12월 아베총리의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상식적 문제이지만, 그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는 받는 측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급하는 측이 결정한다.

그런데 무상 3억불 (※이 3억불은 일본국의 생산물, 일본인의 용역을 10년에 걸쳐 제공한 것임)에 대해 아베총리는 명확히 ‘경제협력자금’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어떤 금액을 지급했다면, 무슨 명목으로, 얼마를 지급했는지, 떳떳이 내 놓고 말하는 것 역시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아베총리는 이 무상 3억불에 일제 피해자들의 미불금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말조차 못하고 있다.

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생생한 사례가 바로 2009년 양금덕 할머니 등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후생연금 탈퇴수당금 ‘99엔’ 사건이다. 상식적으로 1965년 끝낸 문제라면, 왜 이 돈을 지급했겠는가!

아베 총리는 그런데도 지금 2006년 자신의 국회 답변을 감춘 채. 뜬 구름 잡기식 모호한 언사로 말을 뒤집고 있다. 경고하건데, 한입으로 두 말하는 아베총리는 그 입 당장 다물라!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 역시 앞뒤가 안 맞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11.14. 중의원에 출석하여 고쿠타 게이지(穀田恵二) 의원의 질의에 대하여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해 놓고도, 최근 기자회견에서는 “만에 하나 일본기업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한마디로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판결은 따르지 않겠다는 것은 억지 떼쓰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촉구한다. 인류의 보편적 양심에 반하는 태도를 고집한 결과가 어떤 후과를 가져 올 것인지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일본정부와 전범기업 미쓰비시는 하루빨리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라!

<우리의 요구>

_ 전범기업 미쓰비시는 대법원 판결을 즉각 이행하라!

_ 일본정부는 일제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라!

_ 일본정부는 반이성적 경제 규제조치 즉각 철회하라!

_ 사죄배상 외면한 채 피해자 행세하는 일본정부 규탄한다!

2019년 7월 23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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