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제는 광주를 비롯해서 서울 등 전국적으로 함박눈까지 내렸다. 아침 TV뉴스를 보니 어제와 오늘 새벽까지 빙판길에 의한 교통사고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기상청은 오늘 8일과 내일 9일까지는 다소 기온이 오를 것이지만 주말부터 비나 눈이 오면서 다음 주 중반까지는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꽃샘추위는 말 그대로 이른 봄에 꽃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이다. 엊그제 꽃샘추위가 오기 전에는 줌뉴스를 비롯해 모든 언론에서 해남, 광양 등의 남쪽 매화꽃 소식을 전했었다.

다른 해보다 이번 꽃샘추위는 절묘하게 그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자연은 평형을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는데, 지난 겨울이 너무 따뜻했기 때문에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찬 기운이 뒤늦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제는 유난히도 추웠다. 그런 추위에도 시청 앞에서는 200여명의 광주지역 노동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시청 안에서는 8일 해고될 시청 청소 용역직 노조원들이 시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대부분이 아주머니인 여성노동자들은 광주시공무원들이 강제로 청사 밖으로 내몰려 하자 웃옷을 벗어 ‘내 몸에 손대지 말라’는 결의를 표출했다. 용역계약 만료와 새 업체 선정에 따라 8일자로 이미 해고통보를 받아놓은 노동자들은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에 주저앉은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3월 7일 오후 4시쯤 시작된 농성이 3시간여가 지난 후에야 광주시는 뒤늦게 대화에 나섰다. 행정부시장실에서 시청 관계자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해결점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으나 새벽 1시쯤 교섭이 결렬되었고 곧바로 경찰력이 투입되어 점거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내기 시작하였고, 지금도 시청 1층 로비에서 항의 중에 있다.

자연이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꽃샘추위가 온다는데, 사람도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양성평등을 이야기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꽃샘추위만큼이나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것은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 때문이다.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고,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65%가 여성들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넘어, KTX 승무원들, 기륭전자 여성노동자 등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존재와 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체감기온 때문인 것이다.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의 “계약해지 중단, 해고자 원직복직, 도급화 중단, 불법파견·계약직 노동자 정규직화, 성실교섭”에 대한 요구는 70년대에 “노조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10시간 노동 보장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라” “임금을 인상하라”를 외치던 방직공장 여성노동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하루 전인 어제 광주시청에서는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다시 재현되고 말았다.

36년만의 가장 추운 꽃샘추위란다. 성급하게 정리해버렸던 내복을 다시 꺼내 입어야 할 만큼 겨울 못지않은 날씨 앞에 3월이라는 날짜가 무색하다. 3월은 봄과 함께 많은 이들이 뭔가를 새로이 시작하는 달이라 한 해를 시작하는 1월보다 ‘시작’이라는 단어와 더 잘 어울리는 달일 것이다.

특히 3월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이 있어 더욱 의미 있는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99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해왔던 광주지역 여성단체 회원은 각종 기념식 보다는 투쟁을 결의하고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오늘도 싸우고 있다. 꽃샘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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